70대 이상 4명 중 한명은 만성콩팥병…"결핵처럼 관리해야"

신장학회 "국민건강증진계획 2030에는 빠져…국가가 앞장서야" 투석 경제비용 3조~4조…효과·편의성 좋은 복막투석 활성화 총력

2025-06-23     유지영 기자

70대 이상 4명 중 한명은 걸려있을 정도로 국민 상당수가 앓고 있는 질환이지만 만성콩팥병이 심뇌혈관질환, 비만, 감염, 자살 등은 다 포함돼 있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30)에는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뇨병, 고혈압 등 증가세를 고려했을 때 만성콩팥병도 결핵관리처럼 국가가 앞장서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신장학회 황원민 홍보이사는 지난 20일 KSN 2025 기자간담회에서 "만성콩팥병은 전 세계 성인 인구의 약 10~12%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에서는 70세 이상 4명 중 1명은 만성콩팥병이고 당뇨병·고혈압·비만·고령 인구 증가로 500만명 정도의 성인들이 만성콩팥병으로 추산된다"면서 "결핵관리처럼 국가가 앞장서서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고 지적했다.

사진왼쪽부터 대한신장학회 이동형 KHP 2033 특별이사, 박형천 이사장, 황원민 홍보이사

황원민 이사는 "콩팥이 나빠져 투석을 받게 되면 1인당 4,000만~5,000만원 정도 돈을 쓰게 된다. 10만명 정도라고 하면 그 비용만 4조~5조에 달한다"면서 "건강보험재정을 고려하더라도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 게 경제학적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했다.

황 이사는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부터 2030년까지 5차 HP2030이 정부 주도로 시행되고 있다. 당뇨, 고혈압, 심혈관질환, 치매, 자살예방, 구강건강 등 많은 질환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여 진행 중인데 안타깝게도 만성콩팥병은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말기콩팥병에 이르면 투석(혈액투석·복막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해지고, 생산연령층 환자가 노동력 손실과 조기 은퇴를 겪으면 개인·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사회적 비용으로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등 재앙적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제라도 HP2030에 포함시켜 국가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새정부 출범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콩팥 건강을 위한 범정부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난 2023년 설립한 학회 내 KHP 2030위원회와 대한재택의료학회와 공동으로 정책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장학회 박형천 이사장은 "학회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증가세에 따라 지난 2023년 'KHP 2033(Kidney Health Plan)'을 마련하고 만성콩팥병 예방 및 조기치료에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당뇨병성 신증에 의한 말기신부전 환자들의 경우 결국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데 투석 치료 중에서는 경제적으로도 이점이 있는 복막투석 치료 활성화에 좀더 힘을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혈액 투석의 경우 일주일에 3~4번 병원을 내원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경제활동이 어려운 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복막투석의 경우 경제활동이 가능하고, 여행 등의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효율적인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생존율이나 합병증 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경제활동이 가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복막투석을 적극 활용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복막투석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외국과 달리 2019년 6.8%에 달했던 복막투석 비율이 2023년 4.5%로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박형천 이사장은 "2019년부터 시작한 재택복막투석 시범사업이 올해말 종료가 되는데 시범사업 결과 편의성이 혈액투석보다 좋고, 입원율이나 합병증 발생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실질적으로는 복묵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숫자가 늘지 않고 있디"면서 "이를 위해 학회에서도 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한 의료인 교육 및 홍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회의 이러한 노력이 효과가 있으려면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게 신장학회의 지적이다. 신장학회에 따르면 현재 복막투석의 수가는 없다. 현재 시범사업에서는 교육 상담료만 책정돼 있을 뿐이다. 복막투석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재택에서 복막 투석 시 응급상황 등에 대비해 의료진과 자유롭게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비용이 책정돼 있지 않다.

황원민 홍보이사는 "혈액투석의 경우 이동을 위한 교통비에 보호자들이 동행해야 하기에 여러가지 경제손익을 따졌을 때 한달에 적어도 30만~4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따라서 일종의 인센티브 개념인 정책수가로 재택투석관리료를 신설, 복막투석으로 전환시 절감되는 비용을 보전해주길 요청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