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듣지 않는 교모세포종, 미생물로 치료 반응↑

면역항암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종양 ‘교모세포종(Glioblastoma)’에 대해 국내 연구진이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장내 미생물과 대사산물로 면역치료 반응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는 생명과학과 이홍규 교수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 변화에 주목해 교모세포종 면역치료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 입증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이 진행되면서 장내 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yptophan)’의 농도가 급감하고, 이로 인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트립토판을 보충해 미생물 다양성을 회복시키면 특정 유익 균주가 면역세포 중 하나인 CD8 T세포를 활성화하고 종양 조직으로 다시 유도했다.

연구팀은 생쥐 교모세포종 모델에서 트립토판을 보충하면 암을 공격하는 CD8 T세포 반응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T세포들은 림프절과 뇌 등 종양이 있는 부위로 더 많이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장내 유익한 공생균인 ‘던카니엘라 두보시(Duncaniella dubosii)’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던카니엘라 두보시는 T세포가 몸 안에서 효과적으로 재분포하도록 도와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면역항암제(anti-PD-1)와 함께 사용할 때 생존율도 향상됐다.

장내 미생물이 없는 무균 생쥐에게 던카니엘라 두보시만 투입해도 교모세포종 생존율이 높아졌다. 이는 이 균주가 트립토판을 이용해 장내 환경을 조절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CD8 T세포의 암 공격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면역관문억제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았던 난치성 뇌종양에서도,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병용 전략을 통해 치료 반응을 유의하게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KAIST 김현철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연구 결과는 ‘Gut microbiota dysbiosis induced by brain tumor modulates the efficacy of immunotherapy’란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Cell Reports’에 지난 6월 26일 자로 게재됐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