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다녀도 낫지 않는 피부질환 있다?…희귀암 '피부림프종' 의심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이우진 교수에게 듣는 '피부림프종' 잘 낫지 않는 피부질환 지속될 땐 '피부조직검사' 필요해
습진, 아토피피부염, 건선 등과 같은 피부질환을 피부과에서 여러 방법을 써서 치료해도 잘 낫지 않을 때 의심해봐야 하는 질환이 있다. 희귀암의 하나인 '피부림프종'이 그것이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이우진 교수는 대한피부과학회TV에서 "피부림프종이 다른 여러 양성피부질환인 습진, 아토피피부염, 건선 등과 좀 유사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에 진단을 잘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어느 정도 진행이 많이 된 병기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우진 교수는 "최근 아토피피부염, 건선과 같은 염증성피부질환에 아주 좋은 신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치료 반응이 좋은 신약들인데, 그런 약제를 썼음에도 치료가 안 될 때는 아토피피부염이 아니고 다른 질환이라고 의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피부림프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현실을 짚었다.
피부림프종에는 특증이 있다. 가려움증이 없고, 비노출부인 몸통에 주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우진 교수는 "몸통 위주에 잘 치료가 안 되고, 가려움증도 없는데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홍반이 있을 때 피부림프종을 의심해야 된다"며 "또 전신이 붉어지는 홍피증이 있거나 각질이 심하게 벗겨지는 박탈성 피부염 병변이 있을 때도 피부림프종이 아닐까 생각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피부림프종을 의심해야 하는 또 다른 경우가 있다. 이 교수는 "처음에는 피부 병변이 좀 편평하게 습진처럼 각질만 있었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 병변이 튀어나오고 두꺼워진다면 그것이 단순 습진이 아니고 피부림프종 같은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의심을 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희귀암 '피부림프종'은 어떤 병일까? 우선 병명 속 '림프'는 림프구라는 세포 이름에서 온 것이다. 우리 몸에 혈액, 임파선, 피부에 림프구라는 면역세포가 있는데, 림프구가 결국 악성 암종으로 변화된 것을 림프종이라고 한다. 이 교수는 "림프종이 임파선에 생기면 임파선림프종"이라며 "피부에 있는 면역세포 림프구에 악성 변화가 생기면 피부림프종"이라고 설명했다.
피부림프종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검사는 조직검사로 꼽힌다. 이우진 교수는 "피부림프종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피부조직검사"라며 "조직검사는 종양 조직을 어느 정도 채취해 거기에 어떤 면역세포가 있고, 면역세포가 악성화 세포인지 감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악성 림프구 세포들만이 발현하는 유전 특성도 분석한다.
이 교수는 "단일 클론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서 악성질환이냐 등을 먼저 진단하게 된다"며 "림프종이라면 아형 분류가 제일 중요한데,아형을 분류하려면 이 면역세포가 어떤 면역세포인지를 잘 알아야 된다. 면역학염색기법을 통해 면역물질들을 특수 염색해 T세포인지, B세포인지, T세포 중에서도 어떤 아형인지를 분류해 어떤 림프종인지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피부림프종은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가 아주 중요하다. 피부림프종도 다른 암처럼 1기에서 4기로 분류하는데, 1기에 진단되고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1기에서는 평균 생존율이 90% 이상일만큼 우수하다. 이우진 교수는 "많은 환자가 혈액 침범이나 임파선 침범이 없는 1기, 2기에서는 생존율이 좋다"고 말했다.
문제는 진단이 늦어질 때다. 이 교수는 "진단 시기가 늦어지고 진행해 임파선 전이나 혈액 침범이 있는 3~4기가 되면 피부림프종 환자의 생존율이 확 떨어진다. 3기만 해도 10년 생존율이 20~30%밖에 안 된다"며 "3기면 기대 여명이 5년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피부림프종은 재발이 흔하기 때문에, 조기에 재발을 발견해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병을 잘 관리하는 비법이다.
초기 피부림프종 치료는 자외선을 활용한 광선치료로 충분히 해결된다. 이우진 교수는 "자외선치료인 광선치료가 피부림프종 환자들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치료요법"이라며 "주로 단파장 UVB라는 자외선광선치료요법을 한다. 치료 주기는 주 2~3회 정도이고, 많이 좋아지면 주 1회로 줄인다. 병변이 다 사라지면 2주에 한 번으로 줄여서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치료성적이 떨어지는 진행 병기의 치료는 일반적인 암치료와 유사하다. 이 교수는 "2기 중에서 덩어리 종양이 피부에 생기면 그 경우에는 전신 방사선요법을 해야 한다. 그때는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진과 협진을 통해 치료를 진행한다"며 "또 그 시기에는 전신항암요법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포독성항암제를 써도 효과가 없으면 표적치료제도 요즘 쓴다.
이우진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2가지 정도 표적치료제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3~4기에는 방사선치료, 전신항암요법을 고려하는데, 치료방법은 환자에 맞춰 정해진다. 이 교수는 "환자마다 임상상황이 너무 다르다. 개인별로 상황에 맞춰 맞춤치료를 해야 되고, 그 치료를 하려면 방사선종양학과, 혈액종양내과 교수들과 면밀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