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근골격계종양 수술할 의사가 사라지고 있다

[박종훈의 골육(骨肉)종 이야기]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박종훈 교수

2025-08-04     박종훈 교수

여름 휴가로 외국을 여행하던 중에 병원서 연락이 왔다. 여행이 중반을 넘어가던 시점이었는데, 2년 전에 수술한 골육종 환자가 고열이 나서 응급실로 왔는데. 열이 나고 수술 부위에서 고름이 나온다고 한다. 인공 관절이 삽입된 부위에서 고름이 나온다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상하게도 일주일 이상 외국에 나가 있을 때면 꼭 이런 식의 연락을 받곤 하는데, 외국에서 이런 연락을 받으면 정말 난감하다. 상태 파악도 어렵고, 무엇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공 관절이 삽입된 부위에서 고름이 난다는 것은, 어휴 그야말로 최악이다.

환자는 20대의 남성. 처음 진단 당시부터 예사롭지 않은 어깨 부위 상완골의 골육종 환자다. 골육종은 대부분 10대서 발생하지만, 간혹 20대와 50~60대에도 발생하는데, 병리학적 진단은 같지만 20대의 골육종이 내 경험상 제일 힘든 것 같다. 종양이 일단 거세고, 항암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료적인 것 이외에 몇 번 20대 환자를 잃은 경험이 있는데 치료도 쉽지 않지만, 보호자의 충격도 무척 커서 의사로서 부담감도 심하다. 어느 부모나 자식을 잃으면 그 슬픔이 하늘을 찌르겠지만 다 장성한 자식을 보내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진단 후 바로 수술 전 1차 항암치료를 했는데, 이런 엄청나게 커졌다. 항암치료에 반응이 좋을 때는 크기도 줄지만, 통증이 상당히 줄어드는데, 이 환자는 통증도 심해지고 종양이 엄청나게 커졌다. 거세게 저항하는 경우다. 흔치 않은 일인데 만만치가 않다.

수술 직전에 MRI를 촬영해보니 어깨 관절에 인접한 날개 뼈에 전이가 의심되기도 했다. 그랬던 환자다. 어깨를 구성하는 제일 큰 뼈인 상완골을 주변 근육과 함께 모두 제거하고 내과에서 추가로 방사선 치료를 했으니 그야말로 위태위태한데, 안 그래도 모든 치료가 끝난 뒤로도 수술 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걱정하던 환자인데 결국 문제가 터지고 만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폐에 물도 차기 시작했다.

환자는 매우 긍정적이다. 의료진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염증도 어느 정도 없어졌으니 이제 마지막 남은 유리피판술(free flap)을 통해 얇아지고 일부 사라진 피부를 덮는 수술이 남았는데 이게 또 보통 어려운 수술이 아니다. 방사선 치료한 부위는 원체 딱딱해져 있고 혈류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잘 돼야 할 텐데, 걱정이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최근 들어 이렇게 어려운 환자가 더 많이 찾아온다. 왜 그럴까? 왜 늘어나는 것일까? 내가 유명해졌나? 갑자기 그럴 리는 없고, 추측건대 이 분야 전공자가 점점 없어진 탓인 것 같다.

근골격계종양을 전공하는 전공자의 상당수가 은퇴했거나 할 예정이고, 후배 의사들 가운데는 전공 지원자가 없어서 그나마 물어물어 내게 찾아오는 것 같다. 이미 한 도(道)에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뭐가 잘 못 돼도 단단히 잘못돼 가고 있다. 의사 수를 늘리고 공공 의료를 확충하면 가능할까?

그나저나 이번 주에 수술이라 나는 면도를 안 하기 시작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늘 하신 말씀이 간절한 상황에서는 마음가짐을 정갈히 하라고 했거든.

박종훈 교수

박종훈 교수는 1989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7년 정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세부 전공은 근골격계 종양학으로 원자력병원 정형외과장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에서 근골격계 종양환자 진료를 하고 있다. 2011년 일본 국립암센터에서 연수 했으며, 근골격계 종양의 최소수혈 또는 무수혈 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장과 한국원자력의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병원협회 산하 한국병원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