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간암으로 인한 사망 줄이려면 주기적으로 감시검사 받아야

[KLCA의 간암 인사이트] 강남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상훈 교수

2025-08-05     강남성심병원 박상훈 교수

간암은 2022년 기준 1위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일 정도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정복'이라는 미션 아래 2017년부터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암학회와 함께 <KLCA의 간암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전달되는 근거중심의 올바른 정보들이 간암을 정복하는데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흔히 중요한 행사를 연중행사로 진행하다가 해가 거듭될수록 많은 사람이 꼭 참여해야 될 중요한행사가 되면 “~날”이라고 날짜를 정하게 된다.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은 7월 28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간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간염의 예방, 진단, 치료를 통해 간염을 퇴치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10년 지정했다. 

이 날은 B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블룸버그 박사의 생일로 인류에게 간염바이러스 치료를 가능하게 해준 분을 기리기 위해 정해졌다. 하지만 아직도 일반인들이나 심지어 간염 전문가인 저 자신도 세계 간염의 날이 제정돼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세계 간염의 날을 맞이하여 간염과 간암의 발생에 대해 알아보고 간염의 중요성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간염은 원인에 관계없이 간에 염증이 발생된 경우를 모두 가리킨다. 흔한 원인으로는 A, B, C형 간염바이러스, 약제나 독성물질, 알코올 등이다. 여러가지 간염의 원인 중에서 급성간염에서 완치돼 끝나는 A형간염 같은 경우는 대부분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문제는 만성간염(염증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으로 진행되는 경우인데, 대표적인 원인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와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다. 이 중에서 B형간염 바이러스는 국내 만성간염의 약 70%를 차지하고 간경변증 원인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B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예방과 치료는 간경변증으로 진행을 줄이고 더 나아가 간암 발생을 줄이는데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 만성 B형간염 환자의 대부분은 출생 시 혹은 1세 이전에 부모에게 감염되는(주산기 혹은 수직감염)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부터 모든 신생아에 대한 B형간염 예방접종을 무료로 시행하고 있으며, 감염된 산모에서 출생한 아이에게는 면역글로불린 접종도 같이 시행하고 있어서 약 95%까지 수직감염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만성 B형간염에 대한 지료제도 내성이 거의 생기지 않으면서 장기 복용시에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을 막아준다. 다만, 아직까지 C형간염 치료제처럼 단기간에 완치되는 약제는 없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되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 만성간염의 10~15% 정도를 차지하는 C형간염은 B형간염이 주로 수직감염에 의해 전파되는 것과 달리, 성인에서 정맥주사 약물남용, 주사침 찔림 손상, 침술, 문신 등 오염된 혈액에 노출돼 감염되는 경우가 절반을 차지한다. 이렇게 성인에서 감염되면 약 80%에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만성 C형간염으로 발전한다. C형간염 예방접종이 없기 때문에 오염된 혈액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예방에서 가장 중요하다. C형간염은 2~3개월만 약을 먹으면 95%의 환자에서 완치가 되기 때문에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조기진단해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간학회, 대한간암학회의 노력으로 2025년부터 국가건강검진에 모든 국민이 56세가 되는 해에 C형간염 항체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됐다. 또한 C형간염 항체검사에서 양성으로 결과가 나오면 C형간염 확진검사(RNA 검사)를 가까운 병∙의원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감염경로의 차단과 함께 조기발견, 치료를 통해 2030년 C형간염 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C형간염 환자의 완치자가 늘면서 간 전문의를 방문하는 환자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간암 환자의 80% 이상에서 간경변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지 않은 만성간염인 상태에서는 간암의 조기발견을 위한 감시 검사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만성 B형간염의 경우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지 않고 간암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간경변증과 동일하게 간암 감시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C형간염의 완치 후에도 뒤늦게 간암이 발생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간암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만성간염은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하여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예방, 조기진단, 치료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간암으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다. 7월 28일 세계간염의 날을 맞이하여 간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적극 대응하는 자세가 범국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박상훈 교수는 한림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에서 지방간, 간염, 간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주 연구분야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병리기전 규명과 치료이며, 대한간학회 보험이사와 지방간연구회 회장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간암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