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희귀폐질환 '특발성폐섬유증', 고용량 스테로이드 흡입과 연관
순천향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윤희영 교수팀
국내 급증하는 희귀폐질환 '특발성폐섬유증'의 발생 위험이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고용량 사용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이 병의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은 3~5년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데, 질병관리청 '희귀질환자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특발성폐섬유증 발생자 수는 2020년 3,737명, 2021년 4,450명으로 1년 새 약 20% 늘만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발성폐섬유증은 원인 불명의 만성폐질환으로, 주로 고령에 발생하며 흡연력이 흔히 동반된다. 고령과 흡연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포함한 다양한 기도질환의 공통적인 위험 요인으로, 실제로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에서 기도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된다.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는 이 병의 예후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흡입형 스테로이드가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었다.
순천향대서울병원은 호흡기내과 윤희영 교수,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이혜원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표본 코호트 자료(NHIS-NSC)를 활용해 지난 2002년부터 2019년 사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또는 천식 진단을 받은 환자 5만7,45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에서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한 9,492명(16.5%)을 사용량에 따라 고·중·저 용량으로 분류해 특발성 폐섬유증 발생률을 비교 결과에서 이같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 일반적인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은 특발성폐섬유증 발병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이 없었으나, 고용량(≥1000µg/일)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자의 경우 특발성폐섬유증 발생 위험이 3.99배 증가했다.
특히 만성기도질환이 동반된 환자군에서 고용량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과 특발성폐섬유증 발생 간의 연관성이 두드러졌으며, 고령자보다는 젊은 층에서 특발성폐섬유증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나는 경향도 확인했다.
윤희영 교수는 “흡입형 스테로이드 용량이 많을수록 특발성폐섬유증 발생 위험이 다소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지만, 이는 관찰연구에서 확인된 ‘연관성’ 일 뿐 인과를 단정할 수 없다”며 “천식이나 COPD 환자에서 필요한 치료는 유지하되, 불필요한 고용량의 장기 사용은 피하고 정기적으로 용량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