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셉-키트루다 병용' 허가 1년…요로상피암 환자 치료 현실은 제자리

요로상피암, 공격적이고 예후 좋지 않아 초기 강력한 치료 중요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 백금화학요법 대비 생존기간 2배 연장 30년 만에 등장한 신약…세계 3번째, 아시아 최초 허가 무색 이대목동 조정민 교수 "10명 중 3명은 마지막 기회…급여 시급"

2025-08-19     유지영 기자

"방광암 2기 환자로 선행항암을 하지 않고 수술했는데 10개월 만에 골반과 뼈 등에 전이가 됐다. 진행이 빠른 편이어서 초기에 효과 좋은 약을 써야 되겠다 싶어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시도했다. 놀랍게도 이 환자는 세 싸이클만에 폐에 전이가 됐던 부분들이 사라지고 골반에 전이된 부분은 완전 반응까지는 아니지만 관해까지 가서 현재는 부작용 없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종양내과 조정민 교수에게 방광암 치료를 받고 있는 50대 남성 환자의 이야기다.

조정민 교수는 지난 18일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이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이하 ADC)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의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병용요법 국내 허가 1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환자의 실제 사례를 공개했다.

조정민 교수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은 생존율이 14.3%로 매우 낮아 치명률이 높은 폐암과 유사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이라며 "공격적이고 고령 환자 비율이 높다는 특성 때문에 치료 초기 단계에서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 종양내과 조정민 교수

때문에 조정민 교수는 암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 유지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옵션으로 1차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은 1차 이후 약 30%, 2차 이후 약 40% 환자가 탈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즉, 10명 중 3명은 1차 치료가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만큼 예후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는 1차 치료부터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급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조 교수가 설명한 EV-302 임상연구 데이터에 따르면,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은 전체 생존 기간을 2배 이상 연장하고,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2%(HR 0.48) 감소시켜 장기적인 생존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객관적 반응률(ORR)도 67.5%로 표준치료 44.2% 대비 높게 나타났으며, 안전성 프로파일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에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유럽비뇨기과학회(EAU) 등의 글로벌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치료 최우선 옵션으로 파드셉을 권고하고 있다.

조 교수는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임상연구와 유사한 치료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며 “이에 초기 치료 단계에서 강력한 치료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전세계적으로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치료 패러다임이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바뀌고 있지만 국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은 제자리라는 데 있다.

요로상피암은 지난 30년간 백금기반 화학요법 외에 마땅한 1차 표준 치료 옵션이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신약에서 소외돼 온 대표적인 암종이다. 하지만 파드셉은 전이성 요로상피암 최초의 ADC로 지난 2023년 3월 국내 허가를 받고, 같은 해 8월 출시됐다. 전세계 3번째, 아시아 최초 허가국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24년 7월에는 키트루다와의 병용요법으로 1차 적응증이 추가되면서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아직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필요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실손보험에 의지하며 건강보험 급여가 될 때까지 버티고 있다.

이에 조정민 교수는 치료 접근성이 하루빨리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요로상피암의 경우 최근 5년간 급여가 된 면역항암제는 단 2건이지만 유방암, 폐암의 경우 총 27건에 달한다”며 “특정암에는 빠르게 신약이 급여가 되고 있는데 비해 요로상피암의 경우 급여에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조 교수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어도, 비용 부담 때문에 환자에게 선뜻 권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그나마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5,000만원까지 버틸 수 있지만 실손보험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면서 “눈앞의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 기회를 제때 제공하지 못하는 의료진의 심정도 매우 무겁다”고 토로했다.

이에 조 교수는 “오랫동안 급여가 가능한 치료가 없었고 월등한 데이터를 보이는 경우는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루빨리 제도적 뒷받침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아스텔라스 김준일 대표는 “오랫동안 치료 옵션이 제한됐던 환자들에게 파드셉이 1차 치료부터 명확한 생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한국아스텔라스는 앞으로도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치료 접근성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마켓액세스 백소영 상무는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돼야 약가 협상 등 후속 절차도 시작될 수 있는데, 1년 가까이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음달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