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치료제 있는데…급여 사전심의제 '큰 산'

골든타임, 진단 48시간 이내…감별 진단 탓 조기 진단 어려워 진단 뒤 급여 사전심의 늦거나 불승인으로 안타까운 환자 多

2025-08-26     김경원 기자
치료제가 있는 약 5%의 희귀질환 중 하나인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의 국내 치료환경은 좋지 않다. 인체 면역체계 중 하나인 보체계의 이상 활동 탓에 우리 몸의 적혈구가 깨지는 것과 함께 콩팥 기능 악화로 우리 몸에 요독이 올라가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의 표준치료는 '보체억제제'인데, 이 약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치료제가 있는 약 5%의 희귀질환 중 하나인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 aHUS)'의 국내 치료환경은 좋지 않다. 인체 면역체계 중 하나인 보체계의 이상 활동 탓에 우리 몸의 적혈구가 깨지는 것과 함께 콩팥 기능 악화로 우리 몸에 요독이 올라가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의 표준치료는 '보체억제제'인데, 이 약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남대병원 신장내과 김창성 교수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유튜브 채널 '엔젤스푼TV'에서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진단과 동시에 빠른 치료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 이유는 병의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이다. 진행이 빠르면 그만큼 빨리 콩팥이 손상되고, 콩팥이 손상되면 그만큼 회복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며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에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진단 48시간 이내가 골든타임이다. 김창성 교수는 "증상이 나타날 때부터 병이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증상이 발현하고 48시간 내에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도 보통은 다른 여러 질환과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좀 늦게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어떤 치료가 이뤄질까? 일단 감별 진단 시기에는 대증치료를 한다. 김 교수는 "혈압이 낮으면 혈압을 올려주고, 콩팥이 나빠졌을 때 부종이 있으면 이뇨제를 쓰고, 감염이 동반됐다면 여러가지 항생제 치료 등을 하는 것이 대증치료"라며 "콩팥이 나빠지기 때문에 혈액투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신의 작은 혈관 내에 생성된 혈전에 의해 혈관을 막고 혈류를 저해시켜 뇌, 신장, 심장 같은 기관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 '혈전성혈소판감소성자반증'이 동반될 때는 '혈장교환술'을 같이 한다. 이 병이 최종 진단될 때는 맞춤치료제가 있다. 김창성 교수는 "진단되면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의 표준치료인 보체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라고 설명했다.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맞춤약제인 보체억제제는 C5 보체를 타깃한 약제들이다. 김 교수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보체계가 활성화돼 생기는 질환으로 여러가지 보체 단백이 있는데, 그 중C5 보체 말단에서 활성화돼 결국은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게 된다"며 "C5를 억제시키면 보체 활성이 억제되기 때문에 이 질환을 막게 되거나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C5 보체억제제로 국내 허가된 약제로는 에쿨리주맙과 라불리주맙이 있다. 에클리주맙은 유지치료를 할 때 2주마다 맞는 주사제이며, 라불리주맙은 에쿨리주맙 보다 반감기가 긴, 8주마다 맞는 주사제다. 김창성 교수는 에쿨리주맙과 라불리주맙의 효능 차이와 관련 "최근 연구에서는 두 약제 모두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효과적인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의 치료제가 들어와 있지만, 실제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국내 환자들은 이 약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김 교수는 "보체억제제는 고가의 약제"라며 "1년 사용했을 경우에 수억 정도의 약제비가 들어가게 된다. 환자 자비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심의 신청을 해 심의 결과에 따라 급여를 받아 사용할 수 있는데, 급여 심사가 굉장히 까다롭고 심의를 넣더라도 모든 환자에서 다 급여 심의가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급여 심의를 통과하는 것이 보체억제제를 사용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볼 수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런 까닭에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 중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창성 교수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굉장히 의심되고, 가능한 빨리 보체억제제를 사용하려고 하지만 심의 자체가 늦거나 심의 결과가 불승인으로 나왔을 때는 환자 자비로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그런 환자에서 좋지 않은 예후를 임상에서 많이 겪고 있다"고 현재의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치료 현실을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