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억단위 치료제 평생 필요?…2년 쓰고 끊기도
전남대병원 신장내과 김창성 교수
한 해 억 단위 약값이 드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 aHUS)'을 앓는 환자 모두가 평생 약을 써야 할까? 이 병은 인체 면역체계 중 하나인 보체계의 이상 활동 탓에 우리 몸의 적혈구가 깨지는 것과 함께 콩팥 기능 악화로 우리 몸에 요독이 올라가는 희귀질환으로, 이에 대한 맞춤약제로 고가의 '보체억제제'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약을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가 평생 써야 할지, 끊어도 될지에 대한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전남대병원 신장내과 김창성 교수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유튜브 채널 '엔젤스푼TV'에서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발병하고 보체억제제를 썼을 경우에 언제 중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많은 의료진이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어 김창성 교수는 "하지만 여러가지 요인을 보고 결정하게 되는데, 유전적인 변이가 있을 경우에 변이가 보체를 활성화시키는 강력한 변이일 때는 보다 장기간 약을 써야 되고, 특히 보다 젊을 때 발병하거나 가족력이 더 많은 경우, 재발을 자주하는 경우에서는 약을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보체억제제를 끊을 수 있는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 교수는 "그 반대로 유전적인 변이가 약한 경우 등일 때는 2년 정도 약을 사용한 후에 끊어볼 수 있다는 몇 가지 연구들이 있다"며 모든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환자에게 평생 약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재발 위험도 있는 희귀질환이라서 예방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보체계 활성화는 유전적인 요인, 후천적인 요인 모두로 발생 가능한데, 유전적 요인은 보체계를 활성화시키는 유전적 변이이고, 후천적 요인은 감염, 약물, 출산,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
김창성 교수는 "환자에게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 유전적인 소인이 있다면 언제든 재발이 가능하다.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해서 다 재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발 요인이 동반됐을 때 이 질환이 발현된다"며 "유발 요인이 없어진 상황에서는 다시 병이 잠잠해질 수 있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고 약제, 스트레스, 감염, 이식, 출산 등 어떤 유발 요인이 동반됐을 때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을 유발한 약제가 있다면 그 약을 먹지 않아야 한다. 또 김 교수는 "출산했을 때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생겼다면 다음 출산 때 좀 더 주의해야 한다"며 "그런 경우에는 미리 보체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재발을 줄이는데 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보체억제제를 쓸 때는 약제의 기전 때문에 주의할 것이 있다. 김창성 교수는 "보체억제제를 사용하면 보체를 활성화시키는 게 억제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감염에 취약해진다"며 "특히 수막구균(뇌의 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수막염의 대표적인 원인균 중 하나)에 대해 감염이 취약해지기 때문에 보체억제제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수막구균 예방접종을 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보체억제제 사용 전에 수막구균 예방백신을 맞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예방접종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하면서 보체억제제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 보체억제제를 쓴 성인의 약 30%가 두통, 열감, 구토 등의 증상이 있기 때문에 약을 썼을 때 이런 증상이 있는지 관찰하고, 부작용 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또 김창성 교수는 "무엇보다 보체억제제를 쓰고 있다면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날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며 "손위생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콩팥이 나쁘면 고칼륨혈증, 고인산혈증 등에 주의해야 하기 때문에 칼륨이 많은 음식 섭취를 주의해야 할 수도 있고, 인 수치가 높다면 인이 적은 음식을 먹는 것이 필요하다"며 "콩팥 손상의 단계에 따라 식이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