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명의] 희귀간질환 아이들, 간이식 비율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고홍 교수에게 듣는 '알라질증후군'
알라질증후군(Alagille Syndrome)은 간, 심장, 척추, 신장, 눈 등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JAG1 유전자, NOTCH2 유전자 등의 돌연변이로 인해 초래되는 유전성희귀질환이다. 이런 까닭에 병의 양상이 굉장히 다양한데, 이 중 운명을 가르는 가장 위협적인 건강 문제는 간과 심장 기형이다. 특히 간에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담즙이 지나가는 길인 담도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담도저형성증'이 나타나는데, 길이 없어 담즙이 장으로 못 내려가고 간 안에 정체돼 간이 망가지면서 아이의 작은 간이 딱딱해지고 최악은 간암으로 진행된다.
간은 음식물의 소화·흡수에 간여하는 담즙을 만들고 담즙은 담도를 통해 담낭을 거쳐 장으로 이동하고 재흡수 과정을 거쳐 간으로 돌아오는 '장간순환'을 하는데, JAG1·NOTCH2 등의 유전자 변이가 너무 심각해 담도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으면 간 내 담즙 정체가 심각해지면서 간경화가 생기고, 결국 간암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까닭에 평균 2.8세 아기들이 간이식수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라질증후군의 국내 치료 현실을 희귀간질환 명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고홍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 알라질증후군은 어떤 병이고, 어떤 식으로 병이 진행되나?
알라질증후군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JAG1 유전자, NOTCH2 유전자가 그들인데, 이 유전자들은 간담도의 정상적인 구조를 만드는데 영향을 주고, 이외에 심장, 척추, 눈 등 인체 여러 곳에도 간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JAG1 유전자나 NOTCH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초래되는 모든 병을 '증후군'으로 묶어서 알라질증후군이라고 한다. 알라질증후군 환자들은 다양한 기형을 갖고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그로 인한 문제가 심화되곤 한다.
특히 간에는 담도저형성증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알라질증후군에서 초래된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은 담도를 타고 간 밖에 있는 담낭에 모였다가 장으로 순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알라질증후군일 때는 담도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담즙이 정상적으로 간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정체된다. 정상 담도 개수가 100개라고 했을 때, 돌연변이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심한 알라질증후군 환자는 담도가 10개 정도밖에 없고, 이때는 담즙이 정상적으로 못 내려간다.
결과적으로 담즙이 간에 머물게 되고, 이는 결국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간을 망가뜨린다. 간기능이 나빠지면서 황달이나 가려움증 등 간손상으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들이 초래되고,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된다. 이런 까닭에 간손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거나 간손상이 심하지 않아도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성장발달에 심각한 장애를 겪는 알라질증후군 환자들에게 간이식수술을 하고 있는데, 그 중 일부 환자는 심장문제까지 겹쳐 간이식수술이 필요한데 못 할 때도 있다.
- 알라질증후군은 JAG1 유전자 변이가 약 90%, NOTCH2 유전자 변이가 약 5%의 유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인 유전자 변이에 따라 이 병에 차이가 있는 것이 있나? 또 알라질증후군과 관련돼 밝혀진 유전자가 최근 추가된 것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현재 알라질증후군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유전자는 JAG1 유전자와 NOTCH2 유전자 2개이고, 그 외에 연구 수준으로 밝혀진 유전자 변이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확정 범위로 진입한 것은 없다. 또 JAG1과 NOTCH2 유전자 변이를 비교했을 때, JAG1 유전자 변이 환자가 더 증상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JAG1 유전자는 광범위한 돌연변이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또 NOTCH2 유전자 변이는 간 보다 다른 곳에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 알라질증후군 환자는 증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것으로 알려진다. 왜 그런가?
JAG1 유전자나 NOTCH2 유전자는 각각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생겼을 때도 그 유전자 내의 변이 정도에 따라 그 안에서 타입이 되게 다양하게 갈린다. 이런 까닭에 알라질증후군 환자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증상이 나타난다. 또 단순 유전자 보유자는 큰 문제 없이 평생 살 수도 있다. 유전자 내 변이가 심한 환자는 생후 1년도 안 돼 간이식수술이 필요할만큼 안 좋은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 단순 유전자 보유자도 있나?
알라질증후군은 상염색체 우성유전을 한다. 상염색체가 쌍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하나에만 돌연변이가 있어도 알라질증후군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부모 모두가 알라질증후군 환자가 아닌데 아이만 알라질증후군인 경우가 있다. 실제 가족유전자검사를 해보면 부모 중 한 명이 알라질증후군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단순 유전자 보유자일 때가 있다. 이때는 그 유전자 돌연변이가 아니라 아이에게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다.
- 알라질증후군일 때 어떤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나?
담도저형성증이 생기면 간이 안 좋아지면서 황달이 생기고 가려움증이 초래될 수 있다. 또 피검사를 하면 간기능 수치가 악화돼 있다. 또 심장기형, 척추이상, 안구이상, 신장이상 등을 비롯해 콜레스테롤대사장애로 콜레스테롤이 피부 쪽으로 올라오면서 양성종양인 황색종(지방종)이 생길 수도 있다. 사실 이런 것들이 모두 중요하고 환자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인데, 알라질증후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꼽는다면 '간손상'과 '심장기형'이다.
알라질증후군에 나타나는 심장기형 중 가장 흔한 것은 '폐동맥협착'으로 이같은 심장기형이 간담도기형과 함께 환자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 실제 간이식을 해야 할 때 수술 전중후로 심장이 잘 견뎌줄지가 환자 생존에 굉장히 중요하다. 간 내에 담즙 정체를 초래하는 다른 희귀간질환과 비교했을 때 간이식 뒤 생존율이 알라질증후군에서 조금 낮은데, 그 이유가 알라질증후군에서 심장기형 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동반되는 까닭이다.
- 알라질증후군 환자는 국내 어느 정도이고, 현재 대부분의 환자는 어떤 경로로 진단되나?
알라질증후군 유병률은 인구 3만~5만 명에서 1명 꼴로 알려져 있고, 국내에는 현재 200명 남짓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국내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90% 이상은 신생아 황달이 오래 지속돼 큰 병원으로 보내지면서 현재 진단되고 있다. 신생아황달이라고 생각했던 황달 증상이 생후 2~3개월까지 지속되고 혈액검사를 했을 때 간수치가 이상하면 담도폐쇄증, 진행성가족성간내답즙정체증, 알라질증후군 같은 희귀간질환을 의심하고 큰 병원에 온다.
- 이런 상황에서 알라질증후군 확진을 위해 어떤 검사가 이뤄지나?
아이에게 병적 황달 원인의 가장 대표적인 병은 담도폐쇄증이어서 혈액검사에서 빌리루빈 수치와 답즙산 농도가 올라가 있으면 간초음파검사나 MRI로 담도 폐쇄라는 구조적 이상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구조적 이상이 특별히 없으면 간조직검사를 해서 담도가 어떤 상황인지 확인한다. 간 내 담도 생성을 병리학과 의사들이 현미경으로 확인하는데, 간 내 담도가 정상 담도 대비 60%밖에 없다거나 20%밖에 없다는 식으로 판독해줘 알라질증후군인 것을 알 수 있다.
또 희귀간질환을 판별하는데 있어 요즘 독보적인 검사는 유전자검사다. 병적 황달로 병원에 오면 유전성희귀간질환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유전자에 대한 검사를 바로 한다. 사실 간조직검사를 한 뒤 알라질증후군일 때 유전자검사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데, 유전자검사 결과는 한 달에서 한 달 반 뒤 나오기 때문에 바로 검사하고 있다. 검사 결과에서 JAG1·NOTCH2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이 병을 확진할 수 있고, 유전자 변이에 따른 특성도 파악할 수 있다.
- 알라질증후군으로 진단된 뒤에는 어떻게 치료하나?
알라질증후군에 쓸 수 있는 약제로 회장담즙산수용체억제제인 마라릭시뱃이 국내 허가돼 있지만, 현재 급여가 되지 않아 약이 출시돼 있지 않다. 현재 약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간수치가 좋지 않을 때 UDCA를 쓰고, 간지러움증이 심할 때 항히스타민, 콜리스티라민 같은 약으로 보존적인 치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이 진행돼 간손상이 되면 현재는 심장기형 상태를 확인하면서 간이식수술을 한다.
만약 간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 심장 컨디션이 되지 않으면 심장치료에 집중하면서 간이식이 가능한 컨디션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또 부모와 혈액형이 맞지 않는 등의 문제로 이식할 간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간이식수술이 어렵고 알라질증후군 환아의 간손상이 너무 심할 때는 담도우회술을 임시방편으로 하기도 한다. 담도우회술은 담즙이 다시 간으로 돌아가지 않게 만들어 간 내 담즙 정체를 줄여주는 치료법이다.
사실 담도우회술은 알라질증후군에서 좋은 치료는 아니다. 급한 대로 쓰는 방법이다. 담도우회술을 하면 간에 80~90% 재흡수되는 담즙의 이동을 막기 때문에 알라질증후군에서 간손상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간을 통과하지 않고 담즙이 결국 전신순환을 하게 하는 방법이라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알라질증후군에서 나타나는 극심한 가려움증에는 담도우회술이 효과가 없다. 오히려 더 가려움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 현재 어떤 기준으로 알라질증후군에서 간이식수술을 하나?
2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하나는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소양증이 알라질증후군 환아에게 있을 때다. 실제 너무 가려워서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을만큼 일상생활이 안 되고 긁어서 피부에 상처투성이인 환자들이 있다. 이처럼 극심하게 가려워서 환자의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지면서 성장곡선이 3퍼센타일(100명 중 하위 3번째) 밑으로 떨어지면 빨리 간이식수술을 해서 교정해줘야 한다. 이 병은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하나는 알라질증후군 환아의 간손상이 심할 때다. 간기능 수치, 빌리루빈 수치, 혈액응고 수치 등을 비롯해 간이 손상돼 얼마나 딲딱해졌는지를 요즘은 혈액검사나 MRI, 초음파 같은 영상검사로 객관적으로 확인해 간이식수술을 결정하고 있다. 만약 알라질증후군 환아의 간섬유화가 많이 진행됐거나 간손상이 심해 몸에 필요한 단백 물질 등을 간이 합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간이식수술을 한다.
- 해외에서는 이 병을 어떻게 치료하는지도 궁금하다.
국내 허가된 마라릭시뱃이나 아직 국내 허가 되지 않았지만 알라질증후군에 대한 치료 적응증을 보유한 오데빅시바트 같은 회장담즙산수용체억제제를 미국, 유럽에서는 환자들에게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약제를 쓸 수 있는 상황도 넓게 잡고 있어서 많은 알라질증후군 환자들에게 1차 약제로 실제 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 약들을 써도 안 듣는 아이들이 있으면 여전히 간이식수술을 한다. 하지만 그 비율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 지난달 7일 마라릭시뱃이 급여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또 진행성가족성간내답즙정체증치료제로 이미 국내 허가된 오데빅시바트도 올해 상반기에는 알라질증후군에 대한 허가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국내도 치료환경 변화가 예고된다. 이 약이 국내 급여 출시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지금은 치료 옵션이 없어 속수무책인데, 치료 옵션이 생기는 것이니 큰 변화다. 회장담즙산수용체억제제를 쓸 수 있으면 무엇보다 알라질증후군 환아에서 간이식을 지금 보다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 간에 문제가 있으면 비타민 합성 등 여러 가지 영양 상의 문제가 생기거나 성장부전이 극심하지 않아도 가려움증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는데, 삶의 질 저하로 정상적인 삶이 어려웠던 환아들에게도 치료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 알라질증후군은 유전성희귀질환인데, 미래 어떤 치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그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현재는 유전기법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돌연변이의 크기가 너무 크면 그것들을 모두 잘라내고 교체하는 유전자치료가 현재는 쉽지 않다. 현재 이런 것들을 핸들링하는 유전자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이 돼가고 있어서 미래에는 알라질증후군도 유전자치료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알라질증후군 환아, 부모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사실 회장담즙산수용체억제제라는 약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때는 이 병을 진단 받은 환아의 부모에게 그냥 위로만 해드렸다. 그간 20여명의 알라질증후군 환아를 봐왔는데, 일부는 간이식을 하고 일부는 간에 큰 문제 없이 잘 지낸다. 지금 당장 회장담즙산수용체억제제가 필요한 세브란스병원 환자는 생후 1년 6개월이 안 된 아기 한 명인데, 이 환아의 부모에게는 약 나오기를 기다리자는 말만 하고 있다. 정말 약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