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근무력증 환자들과 함께 한 신경과 의사들의 진료실 밖 이야기
연세신경면역연구회, 중증근무력증환우회와 만남 가져 환우들이 놓치기 쉬운 운동·식이·흉선 수술에 대해 강연
최근 종영된 윤계상 주연 SBS 인기 드라마 ‘트라이’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이 진료실 밖에서 의사들과 만났다.
연세신경면역연구회는 지난 20일 연세의료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홀에서 ‘중증근무력증 환자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중증근무력증환우회 정찬희 회장을 비롯한 환자, 보호자 등 30여명이 참석했으며, 연세신경면역연구회에서는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에게 필요한 운동, 식이요법은 물론 흉선 수술 등에 대해 강의했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신하영 교수는 “드라마 ‘트라이’에서 럭비 선수가 근무력증 환자로 나와 신기했다”며 “일부 내용에 오류도 있지만 근무력증이라는 질환이 어떤 병이고, 질환을 앓는 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퍼뜨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몸 상태 좋을 때 운동 추천…피로 느끼면 중단해야”
이날 신하영 교수는 근무력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놓치기 쉬운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중증근무력증과 운동’을 주제로 강의한 신 교수는 “신체 활동은 기분을 좋게 하고 몸의 기능을 개선하고 잠을 잘 자게 해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며 “근무력증 환자들의 경우 상태가 안좋아 못 움직이는 게 아니라면 신체 활동과 운동은 도움이 된다. 따라서 몸 상태가 좋을 때 운동하는 것은 추천한다”고 했다.
다만 “운동을 하고 나면 주기적으로 쉬는 시간과 쉬는 날을 좀 갖는 게 좋다”며 “맨몸 운동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을 추천하고, 피로를 느끼면 운동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근무력증 환자들의 경우 절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운동을 해서는 안된다. 힘이 약한 게 게으르고 운동을 안 해서라고 생각해 열심히 하다보면 근육은 더 피로해지고 넘어져 다칠 수 있다”며 “안전하게 운동하는 게 제일이다. 힘들다고 생각되면 좋아질 때까지 운동을 피하는 게 오히려 낫다”라고 전했다.
‘운동을 하면 중증근무력증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근거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장기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골다공증 위험↑…균형잡힌 식단 중요”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승우 교수는 ‘중증근무력증과 식이’라는 강연을 통해 “중증근무력증은 근육 약화로 삼킴곤란과 체중변화가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심할 때는 영양결핍을 초래한다”고 했다.
이에 김승우 교수는 “체중이 많이 빠졌을 때는 영양 공급을 충분히 하는데 목적을 두어야 하고, 오랜 스테로이드 치료로 체중이 늘어 고민이 될 때는 체중을 감량하는 게 좋다”며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은 ‘내가 어느 시기에 있느냐’, 즉 내가 병이 심해서 못 먹는 시기에 있냐 아니면 약을 많이 복용해서 너무 과체중인 시기에 있느냐에 따라 식단 플랜을 바꾸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의 경우 장기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당뇨병이 생기고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정기적 골다공증 검사와 칼슘과 비타민 D 복용을 추천했다.
김 교수는 “식습관은 신체의 염증 성향을 억제시킬 수도 있다. 병을 고치는 음식은 없지만 식습관으로 어느 정도 나의 면역체계를 정상화할 수는 있다”면서 “균형 잡힌 건강한 식사가 증상조절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알코올 ▲과도한 염분(소금)은 피해야 하고 ▲일부 항산화제, 고용량 비타민, 허브 제품 등은 근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약물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기에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흉선절제술 필요한 중증근무력증…발병초기, 50세 이하 효과 좋아”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양영호 교수는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의 흉선 수술’이라는 강연을 통해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이 받게 되는 흉선 수술에 대해 설명했다.
양영호 교수에 따르면 흉선은 가슴뼈 뒤, 심장 위에 있는 조직으로 어린 면역세포(T세포)를 훈련시키는 사관학교의 역할을 한다. T세포를 훈련시켜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는 능력을 배우게 하는 곳이다.
중증근무력증 환자 10~15%에서는 흉선종이 생기며, 흉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흉선 비대증이 나타난다.
양영호 교수는 “흉선은 소아기에 면역세포 발달과 교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성인 이후에는 기능이 감소하고, 일부에서는 자가면역 반응을 촉진해 질환을 일으키게 된다”며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흉선절제술은 흉선종이 동반된 경우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양 교수는 “흉선종이 없는 환자에서도 증상 호전과 약물 사용 감소 효과가 입증돼 흉선절제술을 시행하게 된다”며 “특히 발병 초기, 항-AChR 항체 양성, 50세 이하 환자에서 효과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술의 효과는 즉각적이기보다 점진적으로 나타난다”며 “증상 완화, 면역억제제 사용량 감소, 장기적인 예후 개선이 가능한 만큼 흉선절제술은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장기적 증상 조절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치료적 선택지임에는 틀림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