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하이펙치료'의 현재…생존 연장 효과 입증·재발 난소암에도 적용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박현 교수에게 듣는 '난소암 하이펙치료'

2025-09-30     김경원 기자
난소암.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이외에 난소암에서 이뤄지는 하이펙치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하이펙치료는 열과 항암치료 2가지 방법을 모두 이용한 치료로, 선행항암화학치료 후 수술을 하면서 진행된다. 이 치료의 원리가 있다.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박현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차병원'에서 "암세포가 일반세포 보다 열에 약하다는 점에 착안해 42~43도의 고온의 항암제를 암이 분포한 복강 내에 직접 주입해 1~2시간 동안 관류시키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킨다"고 설명했다.

난소암 수술 시 고온의 항암제를 복강 내 주입하는 하이펙치료는 모든 난소암 환자에게 적용하는 치료법은 아니다. 난소암 1기는 암세포가 난소에만 자라는 경우이고, 2기는 골반 내까지 암이 퍼진 상태인 까닭에 하이펙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박현 교수는 "하이펙은 암이 복강 내에 퍼진 난소암 3기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한다"고 말했다. 난소암 3기는 복강이나 림프절에 전이가 있는 경우이고, 4기는 복강 내를 벗어나 간이나 폐 등의 다른 장기에 전이된 상태다.

박 교수는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발견 당시 이미 암조직이 복강 내 퍼져 있는 3기 이상의 병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하이펙치료의 대상이 많다면서도 "3기 이상이라도 수술 후 육안적인 병변이 남아있는 경우는 하이펙을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하이펙치료의 전제 조건도 난소암이 육안으로 거의 확인되지 않는 것이다. 박현 교수는 "난소암 환자의 복강 안에 암 덩어리를 가능한 많이 제거해서 암 조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는 것"이 하이펙치료 전제 조건이라며 "그래야 치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소암 생존율도 수술 시 얼마나 완벽히 암을 제거하느냐에 달렸다. 박 교수는 "난소암은 처음 진단됐을 때 이미 3기 이상의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종양이 많이 퍼져서 완벽하게 제거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선행항암치료와 하이펙치료가 도입됐다고 짚었다.

박현 교수는 "난소암 치료의 기본은 모든 종양을 완벽히 제거하는 수술"이라며 "종양을 완벽하게 제거할수록 생존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선행항암치료를 한다. 항암치료로 우선 종양의 크기나 전이 범위가 줄면 수술하고, 수술을 끝내기 전 하이펙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난소암 3기 이상일 때 하이펙치료가 효과적인 이유가 있다. 박 교수는 "일반적인 항암치료 중 항암제의 용량을 높일 경우에 오히려 항암제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또 미세종양 조직에는 혈관 발달이 적어 일반적인 혈관 투여로는 항암제가 잘 도달되지 않는다"며 하이펙치료가 이같은 문제를 3기 이상의 난소암에서 해결해준다고 설명했다. 

고온의 항암제를 복강 내 직접 투여하기 때문에 일반 항암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크지 않으면서 난소암에서 미세한 암조직이나 암세포가 복강 내 퍼져있는 경우에 고온의 항암제를 직접 접촉시켜 치료하기 때문에 하이펙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박현 교수는 "하이펙치료는 복강 사이에 남아있는 종양세포까지 제거해 재발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이펙치료는 공인된 정식치료법일까? 박 교수는 "미국의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국립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서도 난소암 환자에서 선행항암화학요법 후 종양감축수술을 할 때 하이펙을 고려하도록 기술하고 있다"며 하이펙치료가 난소암 치료법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이펙치료의 효과도 입증돼 있다. 박현 교수는 "하이펙치료에 대한 대표적인 연구인 유럽의 OVHIPEC 연구논문에서는 하이펙 치료가 난소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을 12개월 정도 향상시켰다고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하이펙 치료를 재발된 환자군에서도 사용한다. 박 교수는 "53세 여성으로 난소암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고 재발된 이후 표적항암치료를 했는데 1년 이내에 재발됐다. 이때 수술과 함께 하이펙치료를 받았는데, 이후로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고 현재 1년 이상 재발 소견이 보이지 않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하이펙치료에는 부작용도 있다. 박현 교수는 "하이펙은 개복 상태에서 진행해 불가피하게 수술 시간이 2시간 정도 길어진다. 출혈량도 증가하게 되고 수술 후 장폐색 위험이 조금 높아지기도 한다"며 "또 항암치료를 같이 했기 때문에 백혈구나 혈소판 감소증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논문에 따르면 난소암에서 하이펙치료 뒤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은 10~15% 정도로 보고된 바 있다. 박 교수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은 최근 들어 점점 감소하는 추세"라면서도 "난소암 환자의 기본적인 체력과 건강 상태가 치료 과정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지 고려해 하이펙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