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암치료제 재평가 뒤 제약사에 소송 당한 보건의료연구원…왜?

9월 비스쿰알붐·이뮤노시아닌·싸이모신알파 재평가 결과 공개 3개 성분 ‘요양·한방병원’ 사용 많아…‘권고하지 않음’ 결론 내려

2025-10-13     곽성순 기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요양병원과 한방병원에서 비급여 암치료 보조요법으로 많이 사용하는 성분에 대한 의료기술재평가 결과 공개 후 해당 성분 주사제를 판매 중인 일부 제약사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했다. 사진 출처=청년의사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요양병원과 한방병원 등에서 비급여 암치료 보조요법으로 많이 사용 중인 ‘비스쿰 알붐(Viscum album)·이뮤노시아닌(Immunocyanin)·싸이모신 알파1(Thymosin α1)’ 성분에 대한 의료기술재평가 결과를 공개한 후 해당 성분 제품을 판매 중인 일부 제약사들에게 ‘민사소송’을 당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의연은 해당 성분들이 안전성 면에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하진 않지만 유효성 측면에서 암 치료 보조수단으로 ‘권고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는데, 제약사들은 연구 권한도 없는 보의연이 불법으로 연구를 진행했고 연구내용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보의연은 왜 연구를 진행했나

‘비스쿰 알붐·이뮤노시아닌·싸이모신 알파1’은 암 환자 및 면역기능 저하자를 대상으로 ▲종양 치료 ▲항암 보조요법 ▲암 재발 예방 ▲면역기능 보조요법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비급여 주사제의 성분들이다.

정부의 ‘비급여 보고제도’ 자료에 따르면 해당 성분 비급여 주사제는 모두 의약품 분야 비그여 진료비 상위 10개 항목에 포함돼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공개한 ‘2024년도 하반기 비급여 보고제도’ 자료 분석 결과를 보면 세 성분 주사제의 연간 비급여 규모 유추도 가능하다.

'2024년도 하반기 비급여 보고제도' 분석 자료 발췌(억원, %)

의약품 비급여 진료비 상위 항목을 보면 ▲기타의 종양치료제로 분류된 ‘싸이모신 알파1’이 9월 한달만 164억원의 진료비를 기록해 1위 였으며, 상위 10개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5.1%에 달했다.

이 외 ▲항악성종양제로 분류된 ‘비스쿰 알붐’은 9월 한달 진료비가 17억원, 상위 10개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7%였으며 ▲기타의 종양치료제로 분류된 ‘이뮤노시아닌’은 11억원, 3.0%를 기록했다.

비급여 조사가 9월 한달 진료비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성분의 연간 진료비는 ▲싸이모신 알파1 1,968억원 ▲비스쿰 알붐 204억원 ▲이뮤노시아닌 132억원으로 각각 추계할 수 있다. 2025년 5월 31일 현재 싸이모신 알파1 제품을 판매 중인 제약사는 총 27개사, 비스쿰 알붐은 3개사, 이뮤노시아닌은 1개사다.

이처럼 해당 주사제로 인해 매년 수천억에서 수백억의 비급여 진료비가 발생하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20년 발표한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강화 종합대책’을 근거로 보의연에 의료기술재평가를 요청했다.

이에 보의연은 지난 2024년 4월 ‘제4차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에서 의료기술재평가 계획서 및 소위원회 구성안을 심의·의결한 후, 해당 성분들의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검토를 통해 재평가를 수행했다.

보의연이 밝힌 평가 목적은 해당 성분들에 대한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도출하고 의료기술재평가 권고 등급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의료기술재평가 결과, 세 성분 모두 ‘권고하지 않음’ 평가

최근 공개된 보의연 연구결과를 보면 ‘싸이모신 알파1’과 관련해 국가별 품목허가 현황 및 적응증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보의연은 싸이모신 알파1이 국내에서는 백신 접종 시 보조요법으로 허가돼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기타 종양치료제’로 분류돼 암 환자에게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백신 보조요법 및 항암 보조요법으로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싸이모신 알파1이 기존 치료와 유사한 수준이 이상반응을 보여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했지만 유효성에 있어서는 백신 보조요법으로 사용 시 항체 역가 향상에 긍정적인 경향이 있더라도 연구 수가 적고 최신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암환자 대상 항암 보조요법에서도 생존율, 재발 및 질병 진행, 항암반응률 등에서 일관된 이득을 입증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싸이모신 알파1에 대한 기존 연구들의 암종이 간암, 대장암, 흑색종, 폐암 등으로 서로 다르고 종양 병기 및 환자 특성이 이질적이며 연구 대부분이 2010년 이전에 설계돼 최신치료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외 다수 연구에서 무작위배정 방법, 순서은폐 방법 등을 명확히 보고하지 않는 등 비뚤림위험이 존재한다고 봤으며, 전체적으로 근거 수준은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술재평가위원회는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대한 근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국내 임상 상황에서 면역저하자에게 백신 접종 시 싸이모신 알파1을 보조적으로 사용하거나 암 환자에게 종양 치료 및 재발 예방 목적으로 싸이모신 알파1을 추가 투여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음’으로 결정했다.

‘이뮤노시아닌’은 국내에서 경요도를 절제하거나 기존 약물치료 실패 후 방광암 재발 방지에 사용되는 항암제로 허가됐고 기타 종양치료제로 분류돼 있는 점을 고려해 항암 보조요법으로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우선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이뮤노시아닌은 기존 치료와 비교해 심각한 이상반응 및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고 일반적인 부작용인 발열만 관찰돼 안전하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방광암 외 고형 종양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점, 비뚤림위험에 대한 우려, 최신 연구 부족 등으로 인해 유효성에 대한 문헌 근거수준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술재평가위는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대한 근거를 종합 고려했을 때 국내 임상 상황에서 암 환자에게 종양치료 및 재발 예방 목적으로 이뮤노시아닌을 추가 투여하는 것 역시 ‘권고하지 않음’으로 결정했다.

‘비스쿰 알붐’은 종양치료 및 종양수술 후 재발 예방 등으로 허가됐으며 항악성종양제로 분류돼 있는 점을 고려해 암 치료 및 항암 보조요법으로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의료기술재평가위의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비스쿰 알붐은 기존 치료군과 비교해 심각한 이상반응 및 부작용, 전체 이상반응 및 부작용, 항암치료 관련 부작용 등이 유사한 수준으로 발생했고 주사 부위에 경미하고 일시적인 피부만응이 있으나 위해가 크지 않아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효성과 관련해 비스쿰 알붐이 보조적인 암 치료로 유방암, 폐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됐지만 생존율, 재발 및 질병 진행, 삶의 질 등을 개선하는데 추가 이득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한 비스쿰 알붐 역시 상당수 연구들이 2010년 이전에 진행돼 최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와 함께 비스쿰 알붐 치료 관련 연구 상당수가 독일이라는 한 국가에서 시행된 점, 무작위 배정 방법, 순서은폐 방법 등을 명확히 보고하지 않는 등 비뚤림위험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들어 전체적인 근거 수준을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평가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기술재평가위는 비스쿰 알붐 역시 국내 임상 상황에서 암 환자에게 종양 치료 및 재발 예방 목적으로 추가 투여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음’으로 결정했다.

결론적으로 세 성분 모두 안전성에서 문제는 없지만 암 치료 보조요법으로서 효과는 확인되지 않아 비급여를 통해 따로 치료에 활용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해당 성분 사용 주사제 모두 ‘요양병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

보의연 재평가 결과 ‘권고하지 않음’ 평가를 받은 것 외 이들 성분 치료제들의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 요양병원과 한방병원에서 많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공단의 2022년도 비급여 상세내역조사에 따른 싸이모신 알파1의 요양기관종별 약제비용 현황을 보면 ▲요양병원이 60.2%로 가장 많았으며 ▲한방병원 18.3% ▲의원 11.0% ▲병원 9.7% ▲종합병원 0.9% 등이 뒤를 이었다.

비급여 진료비용 분포를 보면 요양병원·한방병원·의원 등은 1회당 7만원에서 40만원, 종합병원급 이상에서는 17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이뮤노시아닌의 요양기관종별 약제비용 현황을 살펴보면 ▲요양병원이 72.3%로 가장 많았으며 ▲한방병원 19.6% ▲병원 5.3% ▲종합병원 2.8% 등이 뒤를 이었다. 비급여 비용 분포는 요양병원·한방병원 등은 28만원에서 40만원, 종합병원급 이상에서는 비용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기준으로 비스쿰 알붐의 요양기관종별 약제비용 현황을 보면 ▲요양병원이 51.0%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한방병원 22.4% ▲병원 11.9% ▲상급종합병원 5.1% ▲의원 5.0% ▲종합병원 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비용 분포는 요양병원·한방병원·의원 등은 3만5,000원에서 7만5,000원,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등은 1만3,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확인됐다.

보의연 연구결과 발표 후, 제약사들 ‘민사소송’

문제는 보의연이 해당 연구결과를 발표한 후 벌어졌다. 이들 성분 주사제를 판매 중인 일부 제약사들이 보의연을 대상으로 연구결과 발표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 및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보의연에 따르면 비스쿰 알붐을 판매하는 L사와 D사를 통해 가처분 신청이, 이뮤노시아닌을 판매하는 B사를 통해 가처분 신청과 함께 민사소송이 들어온 상태다. 싸이모신 알파1 연구와 관련해서는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다.

보의연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연구는 공단이 요청하는 형태로 보의연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관련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진행했다”며 “연구보고서 공개 후 (해당 성분 주사제를 판매하는) 일부 제약사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본안소송 전 보고서 공개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들어왔는데, 비스쿰 알붐 관련 가처분 신청은 진행 중이며 이뮤노시아닌 관련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고 현재 본안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제약사들이) 가처분 신청 및 민사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해당 연구결과 공개로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약사에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일단 대응은 하고 있다. 다만 보의연 내 법무팀이 없는 등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소송 제약사 “법적 권한 없는 보의연 연구, 환자 피해” 주장

이에 대해 비스쿰 알붐 성분 주사제를 판매 중이며 이번 보의연 연구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L사는 보의연 연구 자체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L사는 우선 보의연이 비스쿰 알붐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료기술재평가 자체가 법적 권한이 없는 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보의연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은 ‘적응증 내 사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재평가를 수행할 독자적인 법적 권한이 없고, 설령 권한이 있더라도 이번 평가는 평가 기준과 자료 선정의 일관성이 심각하게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보의연의 의료기술재평가는 수년간 법적 근거없이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돼 왔고 올해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법제화됐는데, 비스쿰 알붐 재평가는 규칙 개정 전 시행했기 때문에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고도 했다.

또한 식약처, 복지부 산하 보의연이 동일 제품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명백한 이중 규제며 행정 일관성을 훼손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외 보의연이 비스쿰 알붐보다 근거 자료가 더 부족했던 비타민C 제제 등 다른 성분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결론이 내려졌는데, 비스쿰 알붐 등 3개 성분은 이들 제제에 비해 RCT 임상이 더 많고 결과가 긍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권고하지 않음’이라는 부정 결론을 내린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L사는 “(소송을 통해) 부당하고 위법한 재평가 결과가 공식적으로 공표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며 “부당 공표로 인해 의약품 신뢰도가 하락하고 결국 암환자들은 보험회사의 실비를 받지 못해 재정의 어려움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의연에서는 (이번 재평가가) 실손보험사와 관련없다고 하지만 공공기관 발표로 국민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보의연에 제기한 소송은)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 박탈 및 경제적 부담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 L사는 보의연 대상 민사소송 외 보고서 공개로 환자가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을 경우 보험사 등을 상대로도 소송을 준비할 예정이며, 신의료기술재평가 결과 자체의 위법성을 최종적으로 다루기 위한 본안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L사 외 역시 비스쿰 알붐 연구결과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D사, 이뮤노시아닌 연구결과에 대해 가처분 신청과 민사소송을 제기한 B사 등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보의연, 소송 제약사 주장 모두 반박

하지만 보의연은 소송 제약사의 이같은 주장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선 ‘보의연은 적응증 내 사용 의약품에 대해 재평가를 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적응증 여부와 상관없이 재평가가 가능하다. 법원이 이뮤노시아닌 연구결과 공개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도 보의연 재평가가 법적 권한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의연 의료기술재평가가 수년간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됐고 올해 법제화 됐는데, 법제화 전 재평가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올해 법제화 된 것은 의료법에 따른 신의료기술재평가에 대한 것이고 의료기술재평가는 지난 2018년 시범사업 후 2019년부터 정부출연금을 받아 본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식약처와 보의연이 동일 제품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이중규제’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그 기관 나름 재평가 방법이 있고 우리와는 별개다. 오히려 우리 같은 기관에서 나온 연구결과를 보고 식약처도 해당 성분에 대해 한번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약처 정식 허가범위 내 사용에 대한 재평가는 비스쿰 알붐이 유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니다. 보의연 의료기술재평가는 적응증 사용 여부와 상관엾이 임상적 근거 여부를 판단하는 연구”라고 밝혔다.

‘비스쿰 알붐 연구와 관련해 의료 현장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기술재평가를 위한 소위원회에 관련 분야 의료계 전문가가 참여한다. 현장 의료진 수백명이 비스쿰 알붐 임상적 유효성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법원에 제출했는데, 성명서가 아니라 추가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성명서는 의견이지 근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실손보험사와 연관성’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그런 오해를 받을까봐 실손보험사와 (연구 관련) 협의한 바가 없다. 법원에도 이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공단에서 진행하는 비급여 조사 항목 중 상위항목에 있는 것들을 순차적으로 평가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