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림프구백혈병 최신치료…효과적인 '치료제', 나이 따라 급여 갈려

1차 치료제 'BTK억제제', 65세 넘어야 급여 적용

2025-11-24     김경원 기자

만성림프구백혈병은 느리게 진행하는 혈액암으로, 무증상일 때는 치료하지 않고 외래 진료를 정기적으로 보다가 빈혈, 혈소판 감소, 림프절 비대, 비장 비대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 치료를 시작하는 톡특한 유형의 백혈병이다. 그렇다면 만성림프구백혈병은 어떻게 치료할까?

우선 만성림프구백혈병 환자에게 빈혈, 혈소판 감소, 림프절 비대, 비장 비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이 병의 진단 목적으로는 하지 않았던 골수검사, 유전자검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변자민 교수는 한국혈액암협회 유튜브 채널 'KBDCA'에서 "만성림프구백혈병은 진단을 위해 골수검사가 꼭 필요하지는 않다. 피검사만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보통은 (진단을 위해) 피검사와 혈청화학검사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 교수는 "만약 진단과 함께 치료가 필요하면 IGHV와 TP53 유전자검사를 하고 골수검사를 진행한다. 진단 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면 이런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치료 시작 전에는 이러한 인자를 알고 있어야만 치료하는데 도움받을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짚었다. 

그렇다면 이같은 검사가 어떻게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변자민 교수는 "TP53 유전자 이상이 있다면 BTK억제제인 자누브루티닙 같은 약제를 사용하는 게 좋기 때문에 이런 인자를 꼭 확인해야 되고, 그렇기 때문에 골수검사를 포함해 조금 더 통합적인 검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만성림프구백혈병은 느리게 진행하는 혈액암으로, 무증상일 때는 치료하지 않고 외래 진료를 정기적으로 보다가 빈혈, 혈소판 감소, 림프절 비대, 비장 비대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 치료를 시작하는 톡특한 유형의 백혈병이다. 그렇다면 만성림프구백혈병은 어떻게 치료할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실제 만성림프구백혈병 예후인자로 가장 필요한 검사가 TP53과 IGHV 유전자검사다. 변 교수는 "TP53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예후가 나쁘다"며 반면 "IGHV 변이가 있으면 예후에 좋다"고 설명했다.

TP53 검사는 여러 번 필요하고, IGHV 검사는 단 한 번 이뤄진다. 변자민 교수는 "TP53은 통상적으로 간단한 FISH검사와 NGS검사를 다 해야 된다. 이것은 치료가 변경될 때마다 재확인을 해야 된다. 치료할 때마다 변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재확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GHV 변이는 초반에 생기는 변이여서 치료 과정에서 한 번만 확인한다. 예후에 좋은 IGHV 변이는 서양 환자에서는 40%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는 그 비율이 조금 더 높아 국내 환자의 예후가 서양 환자의 예후 보다 좋은 편이다. 

TP53 변이 있을 땐 'BTK억제제' 효과…급여는 나이로 결정

만성림프구백혈병의 1차 치료는 여러 약제를 같이 쓰는 방법과 단독으로 BTK억제제를 쓰는 방법 2가지가 있다. BTK억제제는 가장 만성림프구백혈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기전의 약제로, 특히 TP53 변이가 있을 때 효과적이다.

변 교수는 "BTK억제제는 만성림프구백혈병 세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포인트가 되는 BCR 패스웨이를 억제해 만성림프구백혈병 세포가 클 수 없게 하는 역할을 한다"며 "BTK억제제는 (만성림프구백혈병에) 굉장히 좋은 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이에 따라 치료법은 현재 갈린다. 변자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보험 규정이 65세가 넘어가는 환자에서만 BTK억제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가 65세보다 어리면 초반에는 리툭시맙을 포함한 여러가지 항암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툭시맙은 만성림프구백혈병 3종 약제 중 하나인 '항CD20항체'다. 항CD20항체로는 리툭시맙 외에 오비누투주맙이 있다. 이 약제는 만성림프구백혈병 세포의 표면에 CD20이라는 표적을 공격하는 항체를 붙이는 기전의 약제로 다양한 혈액암에 쓰인다.

만약 1차 치료에도 병이 악화되면 2차 치료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때는 만성림프구백혈병 3종 약제 중 하나인 'Bcl-2억제제' 베네토클락스와 리툭시맙을 같이 쓰거나 BTK억제제를 쓴다. 1차 치료에서 어떤 약을 썼는지에 따라 2차 치료법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2차 치료에서 베네토클락스를 리툭시맙과 같이 사용하는 이유가 있다. 변 교수는 "Bcl-2억제제인 베네토클락스는 단독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항CD20항체와 같이 사용했을 때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진보하는 만성림프구백혈병 치료… BTK억제제 보다 진보한 약제 개발

만성림프구백혈병의 치료는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재 만성림프구백혈병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꼽히는 'BTK억제제'는 3세대 약제까지 나와 있다. 1세대 이브루티닙, 2세대 알칼라브루티닙, 자누브루티닙을 넘어 3세대 피르토브루티닙까지 개발된 상황인 것이다.

변자민 교수는 "2세대 약제는 1세대 약제의 부작용을 조금 더 좋게 한 약제로 우리나라에선 자누브루티닙만 사용 가능하다"며 "3세대 약제는 1세대나 2세대 약제에 대한 유전자 변이에 의해 약이 더 이상 잘 듣지 않을 때 사용하는 약인데 아직 보험 적용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앞선 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한 만성림프구백혈병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카티치료나 차세대 BTK억제제 치료법인 'BTK 디그레이더' 개발도 진행 중이다. 특히 BTK 디그레이더는 BTK 억제제보다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약제로 기대를 받고 있다.  

변 교수는 "BTK 디그레이더는 임상시험이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곧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만성림프구백혈병에는 완치라는 개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치료를 이어나가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