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간수치 정상이어도 6개월 마다 간암 ‘감시검사’ 받아야 하는 이유

[KLCA의 간암 인사이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은선 교수

2025-11-26     분당서울대병원 장은선 교수
대한간암학회

간암은 2022년 기준 1위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수술해도 2년 재발률이 40% 이상일 정도로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예후가 좋지 못하다. 때문에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정복'이라는 미션 아래 2017년부터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하고 '간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간암 전문가들로 구성된 간암학회와 함께 <KLCA의 간암 인사이트>를 연재한다. 연재를 통해 전달되는 근거중심의 올바른 정보들이 간암을 정복하는데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진료실에서 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저는 항상 간수치도 정상이었고 술도 안 마시는데 간암이라니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스스로의 간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정기적인 간암 ‘감시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원인이 비교적 뚜렷하다.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대부분은 세 가지 중 하나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다. B형간염, C형간염, 간경변증(간경화)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음에도 복부비만이나 과체중, 당뇨, 고지혈증 등의 질환으로 지방간이 생기고, 뒤늦게 간경변증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B형간염의 경우 과거 ‘보균자’라고 말했던 비활동 보유자이거나 약을 복용하여 간수치가 정상이고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는 사람도 간세포 안에서 조용히 암세포가 생길 수 있다. 

간암이 생기기 전에 예방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하지만 이미 만성 간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서는 간암이 너무 진행되기 전에 발견해서 치료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 최선이다. 

간암 모습.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간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무서운 암이지만, 늦지 않게 발견하면 수술이나 고주파 열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간암 환자가 5년을 생존할 확률은 38%에 불과하지만,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 5년 생존율은 약 60%까지 높게 보고된다. 

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에서 6개월 간격의 초음파와 간암 수치를 검사하여 주의 깊게 추적하는 것을 ‘감시검사’라고 한다. ‘감시검사’는 흔히 생각하는 ‘검진’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검진은 건강한 사람이 전반적인 건강 상황을 일회성으로 점검하는 검사이다. 하지만 감시검사는 다른 사람에 비해 위험이 높은 사람만을 대상으로 반복해서 검사를 한다. 그래서 일반 검진은 1~2년에 한 번 받지만, 간암 감시검사는 6개월 간격으로 받아야 한다. 

왜 1년에 한 번 검사하는 것으로는 부족할까? 그 이유는 간암이 생기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자라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간암의 크기가 두 배로 커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약 4개월(120일)이다. 즉, 암이 없다가도 3~4개월 뒤에는 새로운 암이 생기고, 또 몇 달 사이에 치료하기 어려울 만큼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1년에 한 번 검사를 하면 그 사이에 암이 심하게 진행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걱정이 된다고 너무 자주, 2~3개월마다 검사를 받는 것도 추천하지 않는다. 비용도 많이 들거니와 불필요한 검사를 하면서 시간도 빼앗기고, 애매한 병변이 발견되어 혼란만 더 생기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한 두 달 먼저 조기 간암을 발견한다고 해도 치료 효과가 더 좋은 것은 아니어서 진단 후 생존율에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만성 간 질환이 있는 사람에서는 모두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감시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한다. 6개월은 과학적으로, 실질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골든타임’이다.

그럼 간암의 ‘감시검사’는 무엇을 말할까? 바로 간초음파와 피검사를 통한 알파태아단백 (alpha-fetoprotein, AFP) 수치 측정이다. 일반 간수치 검사는 간암과 연관이 없다. 간수치가 정상인데도 손쓰기 어려운 심한 간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초음파는 간암 감시검사의 핵심으로, 엑스레이를 사용하거나 주사 조영제를 맞는 불편함 없이 편리하고 빠르게 간에 새로운 혹, 즉 암이 나타나는지 검사할 수 있다. 

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 두 가지 검사를 하면 약 60~70%의 조기 간암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는 초음파만으로 간이 구석구석 자세히 보이지 않는 환자도 상당히 많다. 특히 지방간이 동반되어 있거나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 또는 간경변증이 너무 심한 경우에도 초음파로 상세한 관찰이 어렵다. 따라서 간암의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감시검사만으로 안심할 수 없어 MRI나 CT, 알파태아단백 이외의 다른 간암 수치 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추천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이렇게 자세히 검사를 해도 모든 간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무조건 정밀 검사를 모두에게 감시검사로 권하기는 어렵다. 

최소한 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 두 가지 검사를 6개월 간격으로 1년에 두 번 받는 것은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 간암 환자를 더 오래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널리 추천되는 방법이다.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감시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월 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2가지 검사(초음파와 알파태아단백)를 1년에 2번 받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1년에 한번 종합검진 하는데 괜찮겠지’하며 넘기지 말고, 6개월 간격의 감시 검사를 꼭 받는 것이 만성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의 건강 관리에 가장 중요함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장은선 교수

장은선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수련을 받았으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교수로, 급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을 치료하고 있다. 대한간암학회 교육이사,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 바이러스간염연구회 학술이사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