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1차서 끝낼 수 있는 전략으로 임해야…뒤로 갈 수록 예후 나빠"

로슈, 미충족 수요와 새 치료 옵션 논의하는 미디어 세미나 개최 김석진 교수 "NCCN 카테고리1 약제라도 접근성 보장되면 좋을 것"

2025-11-26     유지영 기자

"모든 암이 마찬가지지만 첫 번째 치료로 끝내주는 게 제일 좋다. 2차, 3차로 갈수록 완치 확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된다. 따라서 암 환자를 치료할 때는 1차 치료가 중요하고 어쩔 수 없이 재발했다면 2차, 3차 치료에서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전략과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는 지난 25일 한국로슈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이하 DLBCL) 치료 환경의 미충족 수요와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미디어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

DLBCL은 림프종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가장 공격적인 아형으로 알려져 있다. 1차 치료 이후 약 40%의 환자가 재발 또는 불응을 경험하는데 이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주로 고식적 항암화학요법과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사용돼 왔지만, 신체에 주는 부담이 커 고령 환자나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적용이 까다롭고, 치료 효과도 제한적이다.

다행히 최근 항체약물결합체(ADC), 이중특이항체 등 새로운 계열의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DLBCL 치료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폴라이비는 DLBCL 치료를 위한 최초의 ADC로, 폴라이비와 R-CHP(리툭시맙+시클로포스파미드, 독소루비신, 프레드니손) 병용요법은 20년만의 DLBCL 1차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했다. 현재 미국 국립 종합 암 네트워크(NCCN)는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DLBCL 환자의 모든 병기에서 폴라이비 병용요법을 유일하게 카테고리 1으로 권고하고 있다.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석진 교수는 "적어도 근거를 기반으로 보편 타당하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몇 가지 제제는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NCCN 등에서) 카테고리 1으로 제안되는 약제만이라도 환자 접근성이 보장되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교수는 “폴라이비와 컬럼비는 DLBCL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주요 옵션으로, 환자들의 생존율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며 "폴라이비 병용요법을 통해 1차 치료 골든타임을 사수하고, 컬럼비 병용요법을 통해 재발 이후에도 완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우리나라 DLBCL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조속히 향상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는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배정, 이중 맹검, 위약 대조 글로벌 3상 POLARIX 연구의 5년 추적 결과, 폴라이비 병용요법은 질병 진행,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22% 낮췄다. 또한 5년 무진행생존율(PFS)은 기존 표준요법군 59.1% 대비 64.2%로 23%, 전체 생존율(OS)은 79.6% 대비 82.2%로 13%의 개선을 보이며 장기 추적에서도 지속적인 생존 혜택과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특히 폴라이비R-CHP 병용요법은 R-CHOP 대비 향후 10년 동안 후속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를 23%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폴라이비 병용요법이 재발 위험을 낮춰 환자의 예후를 개선함과 동시에 재정소요 등 사회경제적 부담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컬럼비는 B세포 림프종 최초의 이중특이항체로, 미국 국립 종합 암 네트워크(NCCN), 유럽혈액학회(EHA), 유럽종양학회(ESMO)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재발성, 불응성 DLBCL 치료에 대해 카테고리1으로 권고받는 표준 치료법이다. 2차 이상의 DLBCL 환자를 위해 완성형(Off the shelf)으로 출시돼 진행 속도가 빠른 재발성 불응성 DLBC에서 신속한 치료를 가능케 하며, 투약 기간이 고정돼 있고 통원 치료가 가능해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등 환자들의 일상 및 사회 복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가지 이상의 전신치료를 받은 재발성, 불응성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공개, 무작위 배정 3상 STARGLO 연구의 2년 추적 결과, 컬럼비와 젬시타빈+옥살리플라틴(GemOX) 병용요법은 리툭시맙-GemOX 병용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41% 낮추면서 1차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기간(OS)을 유의하게 개선했다. 

더욱이 완전 관해(CR)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컬럼비 병용요법에서 58.5%로 대조군의 25.3% 대비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약 8개월 반(12주기)의 고정투약기간에 완전관해에 도달한 컬럼비-GemOx 병용요법 투여군 중 80% 이상이 치료 종료 후 1년(12개월)이 지난 후에도 질병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상반응은 예측 및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폴라이비와 R-CHP 요법, 컬럼비 모두 급여권에 들어있지 않다. 폴라이비와 R-CHP 요법의 경우 지난 7월 급여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를 허가 5년 만에 통과하며 급여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지만 컬럼비의 경우 DLBCL 3차 이상 치료에 식약처 허가를 받아 지난해 12월 급여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랐지만, 고배를 마셨다.

이에 대해 한국로슈 강현주 디렉터는 "폴라이비는 암질심 통과 이후 심평원과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고 있으며, 컬럼비의 경우 2차와 3차 치료제로 급여 절차를 밟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DLBCL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조속히 향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