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뇌하수체 선종의 30% 차지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
복시·시야장애·시력저하 땐 수술…증상 없으면 매년 MRI를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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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다발하는 3대 뇌종양 중 하나인 '뇌하수체 선종'은 수술을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암이다. 그렇다고 양성종양인 '뇌하수체 선종'이 수술을 적게 하는 암도 아니다. 

2013년 국립암센터에서 국내 발생하는 뇌종양 전체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뇌하수체 선종은 전체 뇌종양 중 세 번째로 발생이 잦았고 뇌종양 수술 건수로도 두 번째 순위를 차지했다. 

뇌하수체 선종은 수술을 많이 하는 뇌종양의 하나이지만,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암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수술하고, 어떤 경우 수술하지 않는 것일까?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용휘 교수는 대한내분비학회 유튜브 채널 '내 몸의 호르몬 밸런스'에서 "현재 인정되고 있는 뇌하수체 선종 수술 적응증은 호르몬 과다 분비 선종(호르몬 분비성 뇌하수체 선종)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게 원칙이고,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호르몬 비분비성 뇌하수체 선종)일 경우에는 시야 장애나 복시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있을 때 또는 객관적인 시야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을 때만 수술 적응증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은 전체 뇌하수체 선종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뇌하수체 선종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가 두통이다. 김용휘 교수는 "우리나라는 MRI나 CT가 굉장히 전국적으로 많이 보급돼 있어 약간의 두통이 있어도 MRI나 CT를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강검진이나 두통 때문에 걱정돼서 MRI를 촬영해서 뇌하수체 선종이 발견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두통 증상만 있을 때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을 수술로 제거하지는 않는다. 모든 암의 첫 번째 치료방법이 수술이지만, 뇌하수체는 머리 중심에 있어서 수술을 하는데 있어서 치료 효과 대비 합병증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정희 교수는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이 커지면서 뇌하수체기능저하증 같은 것들이 생겼을 때 수술을 하고 나서 회복되는 경우가 3분의 1, 비슷한 경우가 3분의 1, 나빠지는 경우가 3분의 1"이라며 "수술하는 것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합병증을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은 종양 크기로 수술을 정하지 않는다. 김용휘 교수는 "뇌하수체가 뇌의 제일 바닥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뇌하수체 종양이 크더라도 시신경 쪽이 아닌 얼굴 쪽으로 자라게 된다면 아무런 증상을 유발하지 않게 된다"며 "그런 환자는 굳이 수술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수술 받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을 수술할 때는 시력장애 증상이 나타날 때이다. 김용휘 교수는 "선천적으로 뇌하수체와 시신경이 괴장히 가깝게 위치한 사람이 있다"며 "이런 사람은 종양이 조금만 위쪽으로 커져도 시신경 압박이 심해서 시야검사 등에서 이상이 발생하고 주관적으로도 시력이 떨어지게 돼 수술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간단히 지나가는 두통 증상이 있거나 전혀 증상이 없는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 환자들은 어떻게 이 병을 관리를 해야 할까?

김정희 교수는 "보통 증상이 없는 환자들을 매년 검사를 해보면 종양의 크기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환자들이 결과가 나오는데, 예를 들어 1cm 미만의 작은 종양들은 몇 년이 지나도 종양이 거의 커지지 않고 내분비학적으로도 악화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며 "하지만 종양이 큰 경우에는 이런 신경학적 증상이나 내분비학적 장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용휘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 후 첫 2년 동안에 종양의 성장 속도"라며 "같은 비기능성 뇌하수체 선종이라고 해도 개개인에 따라서 종양의 성장 속도가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진단 후 첫 2년 동안에 종양의 성장 속도를 보면 이 종양이 앞으로 어느 정도의 속도로 성장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고 거기에 따라서 수술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래에서 환자들이 거대 선종이라고 듣고 굉장히 겁을 먹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1cm라는 기준은 아주 오래 전 신경외과 수술이 많이 발달하기 전에 정상 뇌하수체의 크기가 약 1cm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나눈 것이고, 거대 선종이라고 해서 이게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특별히 종양이 크지 않고 호르몬적인 문제가 없다고 하면 1년에 한 번 정도 MRI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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