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존중이 필요해/280쪽/온워드/16,000원
디지털 혁명으로 점차 개인의 익명성이 강조된다. 여기에 성과와 이익만을 좇는 사회 분위기에서 존중의 가치는 어느새 사라진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랑과 칭찬을 갈망하는 DNA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한다.
우리가 존중의 태도를 실천할 때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고, ‘포옹 호르몬’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여러 상담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존중 결핍이 가져오는 ‘악의 얼굴’과 존중이 불러오는 ‘기적’을 소개한다.
존중의 결핍은 우리에게 정신‧사회‧육체적 폐해를 가져온다. 우리 몸에 신경성, 심인성 질환을 일으킨다. 또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번아웃에 이르게 한다. 연인이나 부부, 직장생활에서 인간관계의 여러 갈등을 낳아 가정 폭력과 자살‧폭행‧테러범죄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존중 결핍의 형태로는 우리 시대에 만연한 나르시시즘을 비롯 명예훼손과 굴욕‧치욕‧무시‧경멸‧냉소주의‧비아냥거림 등이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으로 ‘존중’을 강조한다. 존중의 기본 요소인 칭찬과 인정은 우리 인간이 평생 갈구하는 ‘감정적인 모유’이다. 직장에서 인정은 직원들에게 의욕과 동기를 부여한다. 이는 보너스나 성과급보다 훨씬 더 높은 효과를 보이는 심리 강화제가 된다.
교육 부문에서도 적절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이 주의력이 높아지고 과잉 행동 성향이 줄어든다. ‘노력과 의지’에 대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쉽게 좌절감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힘을 갖는다. 또,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 존중은 활력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동력이 된다.
냉담함을 넘어 분노가 일상이 된 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존중의 가치를 되새기고 유지할 수 있을까? 인디라 간디의 “주먹을 쥐고는 악수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처럼, 저자는 일상에서 우리가 평소 가져야 할 마음 자세를 강조한다. 그리고 존중을 실현하기 위한 3단계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첫째, 열린 마음 자세 갖기. 둘째 존중의 태도로 소통하기. 세 번째로 내면의 평정심 갖기다. 이에 대한 각각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을 덧붙여 독자들이 일상에서 존중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
저자는 이 책 곳곳에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필요한 존중에 관한 다양한 ‘권고 사항’들을 소개한다. 일상적인 모욕에 대처하는 법, 나르시시스트에게 상처받지 않고 자신을 보호하는 전략, 일상에서 칭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더 나은 커플 생활을 위한 전략 등이 있다.
무엇보다도 할러 박사가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 인권과 같은 존중의 가치를 우리 모두가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기꺼이 실천하며, 당당하게 요구할 때 진정한 존중의 문화가 실현된다. 우리에겐 존중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 절실하다.
우리는 존중의 표현으로 칭찬과 감사의 인사를 받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존중의 가치는 가파른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가 성과와 이익으로 우리를 짓누르고 지나치게 개인성을 강조해 나타난 결과다. 무엇보다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디지털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개인의 익명성이 확대되면서 상황을 점차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흐름이 서서히 바뀌고 있고 존중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존중은 타인에게만큼 나 자신에게도 필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나도 상대도 고통받게 된다. 존중을 바탕으로 한 상호작용은 오늘날 흔히 우리가 말하는 ‘윈윈win-win’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우리는 존중을 ‘기적’이라 부르는 것이 오글거리거나 혹은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한번 존중의 태도를 시도해보고 진정한 존중의 효과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아마도 긍정적인 의미에서 놀라움을 경험할 것이다.
서로를 존중의 태도로 대하는 것은 실제 어떤 기적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애정과 위로 또는 단순한 존경을 표할 때도 기분이 좋아진다. 반대로 우리가 존중을 표현할 때 상대도 더 개방적이고 친근하며 더욱 따뜻한 태도로 우리를 대한다.
어쩌면 기적이라는 말을 의심하는 우리의 마음은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우리의 태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존중은 창의성과 동기부여를 높이고, 인간관계 능력을 발달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연인과 부부 관계뿐 아니라 직장생활과 교육 현장에서도 존중은 나와 주변 사람들을 강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저자 라인하르트 할러(Reinhard Haller)
오스트리아에서 출생한 의학 박사, 정신과 의사, 심리 치료사다. 정신과 병원 마리아 에베네에서 수석 주치의로 여러 해 동안 일했다. 지금은 오스트리아 펠트키르히에서 병원을 개업해 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로 잘 알려진 저자는 범죄의 심리적인 원인을 분석하고자 300명이 넘는 살인 범죄자 사례를 연구했다. 이를 《평범했던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로 펴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세계를 놀라게 한 여러 범죄 사건들의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법정신의학 분야의 전문가로서 사회적으로 공헌하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정신질환과 중독‧자살 등에 관한 수많은 연구 논문을 썼다. 지은 책으로 《나르시시즘의 함정(Die Narzissmusfalle)》 《공격성의 힘(Die Macht der Krankung)》 등과 국내에 번역된 《악의 얼굴은 바뀌고 있다》 《아주 정상적인 악》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