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384쪽/바다출판사/17,800원

한 번쯤은 괴담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며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다. 혹시 원한 깊은 혼령이 찾아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말이다. 소심한 A형을 한탄하며 성격 좋은 O형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연인과 별자리 궁합이 좋지 않아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밀레니엄 종말이 온다며 컴퓨터의 전원을 빼놓고 제발 종말이 오지 않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그렇다. 우리는 가끔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 당신은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자만하지 마시라. 우리 모두 이상한 믿음에 취약한 뇌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의 시대를 사는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16세기 회의론자 레지널드 스콧은 유령과 악마에 관해 몰두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들을 한탄했다. 그는 모든 환상이 신의 은총으로 곧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의 예측과 달리 5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이상한 믿음을 믿는다. 사실 인간사를 통틀어 이상한 믿음은 늘 인기를 끌었다.

스콧의 예측이 실패한 건 우리가 과학적으로 덜 계몽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마음이 원래 그와 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상한 믿음은 인간의 소프트웨어에 내장돼 있다. 마이클 셔머는 이를 일컬어 믿음 엔진으로 부른다.

불확실한 정보에서 패턴을 찾아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은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위대한 과학의 성취를 선물했다. 하지만 음모론이나 초자연적 믿음의 대안적 세계를 꾸며내기도 한다. 우리는 상상하며 꿈꾸는 종이다. 이야기꾼인 우리는 늘 이상한 믿음과 함께할 것이다.

B형 남성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매력적인 나쁜 남자? 그렇다면 당신은 혈액형 성격론자일 수 있다. 한때는 믿었지만 지금은 유치하고 비과학적이라서 믿지 않는다고? 그럼 MBTI는 어떤가? 그건 과학적이기 때문에 신뢰한다고? MBTI보다 당신을 잘 보여준 검사는 없었다고?

또 사주팔자를 진지하게 믿지는 않지만 신문에서 오늘의 운세를 찾아보기도 한다. 하늘에 떠 있는 물체를 보고 외계인의 방문을 의심해보기도 한다. 음식으로 뇌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베스트셀러를 구입해 실천해본 적이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음이온이 몸에 좋다며 굳이 돈을 더 주면서 음이온 기능을 추가해본 적은 없는가? 이 글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이 책은 아마 당신을 위한 책일 것이다.

이 책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우기는 지구평면론자, UFO가 지구에 방문한 외계인의 증거라는 외계인 신봉자, 자기가 누구인지 혈액형에 묻는 혈액형 성격론자, 종말이 온다고 재산을 모두 탕진한 밀레니엄 종말론자, 사후세계를 경험하고 왔다는 임사체험자 등 우리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이상한 믿음을 만난다.

단순한 재미와 웃음을 넘어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가진 믿음 엔진의 정체가 무엇이고, 우리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힌트를 제공한다. 이상한 믿음에 대한 이해는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해줄 것이다.

여러분의 할머니가 가령 보이스피싱이나 어떤 사기 행각에 속아 넘어갔다고 해보자. 당신이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사기꾼에게 큰돈을 넘겨준 상태다. 당신은 할머니를 설득하려고 하겠지만 쉽지 않다. 당신은 사실관계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겠지만, 할머니는 말을 듣지 않는다. 대체 할머니는 왜 그러는 걸까?

이에 대해 태브리스와 애런슨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인지부조화를 이해하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할머니 대체 왜 그러세요?’라는 말은 할머니 바보예요?’와 같은 뜻이니 역효과를 낼 수밖에.” 똑똑하고 분별 있는 사람이라는 자아상이 위협받는 한 할머니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칼 세이건은 똑똑하고 호기심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은 그들의 믿음을 깔보거나 겸손을 가장해 오만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의주의자 대니얼 록스턴은 사람들이 존중받을 자격이 있고 똑똑하며 호기심 많고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고 인정하지 않고는 누군가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냉소와 비난보다 이상한 믿음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모두는 조금은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 저자 니콜라 고브리트(Nicolas Gauvrit)

프랑스 파리 아르투아 대학 수학과 실험심리학과 부교수. 통계와 사이비과학추론 심리학에 대한 많은 책을 썼다. 프랑스 회의주의 잡지인 <과학과사이비과학(Science et Pseudo-sciences)>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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