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은 세계혈우인의 날…태어난 지 이틀만에 찾아온 혈우병
어머니 A씨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헴리브라 투약 후 달라져”
헴리브라, 투약 편의성과 우수한 약효로 혈우병A 환자 삶의 질 개선

“잠을 자다가도 코피가 잘 났어요. 코피가 날 때면 1~2시간 정도는 멈추지를 않더라구요. 1년에 10여번, 한달에 한번 꼴은 멈추지 않는 코피 때문에 응급실을 가야했죠. 3~5살 남자 아이들은 활동적이잖아요. 코피가 나지는 않을까 쫒아다니며 정말 많이 말렸어요. 그런데 헴리브라를 맞고 난 이후에는 코피 나는 횟수도 크게 줄었고 코피가 나도 금방 그쳤어요. 더 이상 코피 때문에 응급실 갈 필요가 없어졌죠.”

경기도 시흥에 살고 있는 황정민(가명, 7살) 군 어머니 A씨는 갑자기 잠자던 아이가 코피를 흘리기 시작하더니 2시간 가량 코피가 멈추지 않아 처음으로 병원 응급실을 갔던 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겨우 ‘코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 코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은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황군이 혈우병 증세를 보인 것은 태어난 지 2일만이다. 

“태어나서 바로 2차 B형간염 예방접종을 받잖아요. 허벅지에 주사를 놓았는데 그 부분이 부어오르는 거에요. 접종하셨던 의사 선생님이 접종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천만 분의 1의 확률이기는 한데 혈우병일 수 있다고, 그런데 녹십자의 그린모노라는 혈우병 주사제를 맞았더니 부어오른 부위가 가라앉는 거에요. 아무래도 혈우병 같다고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봐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저희가 있던 곳은 산부인과여서 전남대병원에 가서 검사했어요.”

검사 결과 황군은 혈우병 A 진단을 받았다. 

혈우병(hemophilia)은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선천성, 유전성 돌연변이로 인해 혈액 내의 응고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가 부족하게 되어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을 말한다. 약 1만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데, 부족한 응고인자의 종류에 따라 혈우병 A와 혈우병 B로 나뉜다. 혈우병 A는 혈장 내 제8 응고인자(Factor VIII)가 부족한 병으로, X염색체에 위치한 F8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제8 응고인자생산에 장애가 발생하여 나타나는 질환이다. 혈우병 B는 F8 유전자 부근에 위치한 F9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제9 응고인자가 부족하게 되어 발생한다. 혈우병 A가 전체의 80%를, 혈우병 B가 나머지 20%를 차지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더욱이 제가 출산한 지 얼마 안됐었던 거잖아요. 혈우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불안하고 막막했어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황군은 돌 이후부터 면역관용요법(정맥주사) 치료를 시작했다. 면역관용요법은 혈우병 환자들이 주 2∼3회 최대 2∼3년까지 장기간 정맥주사로 약제를 투여하는 치료 방법이다. 일주일에 한번 맞았던 주사의 횟수는 증상이 심해지면서 일주일에 두 번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아이가 크면서 멍이 너무 많이 생기더라구요. 한참 우유를 먹을 때였는데 젖병으로 우유를 먹다가 입술 안쪽이 조금 찢어져 피가 나기 시작했어요. 당연히 지혈이 잘 안됐죠. 그 사건 이후로 주치의 선생님께서 혈우병은 예방도 중요하니 일주일에 두 번 맞는 것으로 약을 늘려가자고 하셨어요.”

황군이 5개월 됐을 때 가족 모두 광주에서 시흥으로 이사를 왔다. 그 때부터는 인하대병원에 다니고 있다. 주 2회 시흥에서 인하대병원까지 다니는 것은 맞벌이 A씨 부부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2~3년간은 남편이 수요일마다 조퇴를 해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녔다. 그나마 토요일은 번갈아가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그렇게 5년 정도 시흥에서 인하대병원까지 매주 2회 이상 주사를 맞으러 다녔던 A씨 부부에게 주치의인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정아 교수가 헴리브라의 임상시험 참여를 권했다.

헴리브라는 혈우병 A 치료제로, 피하주사제 형태로 투약이 간단하고 출혈예방효과가 높은 약제다. 혈액응고 제8인자에 대한 억제인자를 보유하거나 보유하지 않은 성인 및 소아 A형 혈우병 환자의 출혈빈도를 줄여주거나 예방하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기존 혈우병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되던 면역관용요법(정맥주사 치료)보다 간편하고 고통이 적은 게 장점이다. 항체보유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으며, 항체 미보유 환자에 대해서는 6월부터 급여가 될 예정이다.

“박 교수님이 지난해 이맘때 쯤 중외제약에서 만 7세 미만의 비항체 혈우병 A 남자 아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한다며 해보는 게 어떠냐고 추천해주셨어요. 그래서 헴리브라를 맞게 된 거에요.”  

헴리브라의 효과는 매우 좋았다. 황군이 그동안 맞아온 혈우병 치료제는 GC녹십자의 '그린모노'와 '그린진에프', 다케다제약의 '에디노베이트주'다. 

A씨는 “이전의 치료제들은 솔직히 하루만 지나도 약효가 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코피도 자주 흘리고 잘 안 멈추고 그랬다”라며 “그러나 햄리브라를 맞고 난 후 지금은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도 코피가 잘 안날뿐 아니라 코피가 나더라도 금방 그치는 편”이라고 했다.

잘 멈추지 않는 코피 때문에 한달에 한번 꼴은 응급실을 가야했던 황군 가족들에게 예전보다 확연히 줄어든 코피 횟수에, 지혈이 쉽게 되는 상황은 천군만마인 셈이다. 

때문에 A씨는 “어린이집 같은 기관에 선생님이 바뀌거나 할 때면 코피가 안나게 조심해달라면서 아이의 질환에 대해 일일이 설명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말을 하지 않을 때도 많다”고 했다. 

A씨는 또 “멍도 정말 눈에 띄게 안 보이고 옛날에는 다리가 아프다는 말도 많이 해서 아픈 부위에 냉찜질을 해 주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없다”고 전했다.

효과도 효과지만 평생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하는 혈우병 환자들에게 주 2~3회 정맥주사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투병생활을 더욱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주사를 자주 맞다보니 혈관이 딱딱하게 굳어 숨어버리기 일쑤고 여러 번 찌르다보면 피가 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헴리브라는 이같은 혈우병 환자나 보호자들의 고충을 완전히 해결해준 치료제다. 혈관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정맥주사가 아닌 근육에 놓는 피하주사이기 때문에 간편하고 고통이 적다. 투약기간도 환자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최대 한 달에 한번 정도만 맞아도 된다.

황군도 집에서도 주사가 가능해지면서 병원에 가는 횟수가 줄었다. A씨도 “병원은 한달에 한번 정도 간다. 병원에서 한번, 하나는 집으로 가져와 직접 놔주고 있다”며 “피하주사여서 주의사항도 많지 않은 편이라 양팔에 번갈아 가면서 주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약 횟수가 줄면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약값도 줄일 수 있다. 헴리브라의 가격은 mg당 8만원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치료비는 4주에 약 720만원, 연간 9,000만원 이상 들어가지만 항체보유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항체 미보유 환자의 경우에도 오는 6월부터 급여가 예정돼 있어 희귀질환 산정특례가 적용될 경우 환자부담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 

좋은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고 과거보다는 혈우병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평생 주사를 맞으며 관리를 해야 하는 희귀질환이다보니 A씨는 황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앓고 있는 혈우병에 대해 설명해줄 예정이다.  

“현재 우리 아이는 자기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신이 주사를 많이 맞는다는 정도만 알지 왜 주사를 맞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혈우병에 대해 설명해 줄 생각이에요. 아직 한참 성장해야 할 시기라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저희 아들이 잘 견뎌내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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