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권 신장암 치료 선도하는 원주세브란스병원 임승택 교수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효과·안전성 우수…진료현장에서 체감”
“왼쪽이 처음 우리 병원에 왔을 때 CT사진입니다. 커다란 암세포가 3개 정도 있었고 이외에도 신장 전체에 하얀 암세포들이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죠. 그런데 면역항암제를 1년 6개월 가량 투여하고 오른쪽 사진처럼 일부 암세포들은 완전히 없어졌어요. 퍼져있던 암세포들도 많이 줄어있습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임승택(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자신이 치료하고 있는 신장암 환자의 CT사진을 보여주며, 옵디보(니볼루맙)-여보이(이필리무맙) 병용요법 같은 면역항암제 효과가 정말 놀랍다고 했다. 임승택 교수는 현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신장암을 포함해 비뇨기암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유일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다.
신장암은 전체 암종 중에서도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종양의 크기가 작을 때는 증상이 거의 없고, 종양이 어느 정도 커져서 장기를 밀어낼 때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진단될 때 환자의 30% 정도는 이미 전이된 상태로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지난 2021년 10월 임승택 교수를 찾아온 58세 A씨(남성)도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어 자신이 암에 걸렸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신장에 혹이 발견돼 정밀검사를 받은 뒤에야 암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그는 폐를 포함해 다발성으로 전이된 신장암 4기였다. 신장암 중에서도 예후가 제일 안 좋다는 ‘투명세포 신장암(Clear Cell Carcinoma)’이다.
“신장암 중에서도 투명세포 신장암은 일반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 중에서도 이 환자는 고위험군에 속해 불량한 예후가 예상됐죠. 하지만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한 이후 종양이 확연히 줄어들었어요. 투약한 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치료 반응이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투명세포암으로 IMDC 위험도 중등도 또는 고위험군인 진행성 신세포암의 1차 치료제로 지난 2021년 9월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급여적용 기간은 최대 2년이며, 옵디보-여보이 병용투여는 3주 간격으로 4회 실시하고 그 이후에는 옵디보 단독요법으로 몸무게에 따라 용량을 달리해 2주 간격으로 투여한다. A씨는 옵디보-여보이 병용투여 4회, 옵디보 단독요법으로 27회차까지 마쳤다.
신장암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면역항암제(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가 도입되면서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수니티닙이라는 표적치료제가 투명세포암의 1차 표준요법으로 사용됐지만 반응지속기간(DoR, Duration of Response)이 짧아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평균 6~12개월만에 내성이 발생하다보니 장기적 차원에서 효과적인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반면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PD-L1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표적치료제인 수니티닙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전체생존기간(OS)과 전체 반응률(ORR) 개선 효과를 보였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과 같은 면역항암제는 일단 치료 반응이 나타나면 효과 지속 기간이 매우 길게 유지된다는 게 특징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효과는 약을 중단해도 장기간 유지되기 때문에 고무적이라 할 수 있어요.”
CheckMate-214 주요 임상 결과, 중등도 및 고위험군인 진행성 신세포암 환자에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67.7개월(중앙값) 간의 장기 추적관찰한 결과,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47.0개월로 수니티닙의 26.6개월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전체반응률(ORR)도 42%로 27%인 수니티닙보다 높다. 동일한 환자군에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11%가 완전 반응에 도달했지만 수니티닙군은 2%에 머물렀다. 반응지속기간의 경우 전체 환자군에서 옵디보-여보이 병용은 지속적인 치료 반응을 보여 반응지속기간(DoR)이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은 반면, 수니티닙 치료군은 24.8개월에 그쳤다. 특히 중등도 및 고위험군에서는 5년 시점에도 치료 반응이 지속된 환자 비율이 수니티닙군의 25% 대비 옵디보-여보이 병용이 56%로 더 높게 나타났다.
"진료현장에선 임상시험 때보다 더 좋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임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는 임상시험 결과보다 더 좋은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임 교수가 진료하고 있는 투명세포 신장암 환자 중에서 2명은 완전관해까지, 전체 40~50%의 환자는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어드는 부분반응에 도달했다.
“무엇보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장점은 기존 치료옵션보다 이상반응은 적으면서 반응 지속 기간이 길다는 점입니다. 현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대부분이 좋은 치료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보험이 적용되는 2년의 투약 기간이 끝나도 충분히 효과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임 교수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표적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이상반응 등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했다.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이상반응 양상은 다르지만 표적항암제의 경우 대체로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발생하지만 치료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단점이 있다는 것.
반면 면역항암제의 경우 세포독성항암제나 표적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이상반응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CheckMate-214 임상결과에서도 중증이상반응이 수니티닙(64%)보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48%)에서 더 낮게 나타났다.
임 교수는 “간혹 사이토카인 폭풍처럼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면역관련 이상반응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상반응이 강하게 나타나는 환자에서 오히려 옵디보-여보이 치료 반응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치료를 받던 중 유의한 이상반응으로 중단한 환자가 있는데 치료반응 자체는 병변이 거의 사라질 정도로 높게 나타나 증례보고까지 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병원에서 이상반응 때문에 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단 한명에 불과하며, 대부분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런 경우 환자 상황에 맞춰 잠시 휴약했다가 컨디션이 회복되면 다시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고.
더욱이 임 교수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1차 치료에서 급여 적용되고 있는 유일한 면역항암제인 만큼 급여 조건에 해당하는 환자라면 1차 치료제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처방하고 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경우 1차 치료제로 급여가 적용되는 만큼 다른 항암제로 먼저 치료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시도할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강원권 외 충청·경기 권역 신장암 환자들이 향하는 원주세브란스
신장암은 전체 암종 중에서도 희귀암에 속하지만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는 적지 않은 환자들이 임 교수를 찾고 있다. 현재 임 교수가 진료하고 있는 비뇨기암 환자 중 신장암 환자만 30여명에 이른다. 깅원 지역 최대 종합병원답게 강원권뿐 아니라 충청권, 경기권까지 강원도와 근접해 있는 지역 신장암 환자들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임 교수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암센터에서는 각과의 전문 의료진들이 모여 다학제 진료를 진행함으로써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보다 면밀하게 진단하고,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주치의를 믿고 적절한 옵션으로 치료 받으면서 이상반응 관리만 잘 한다면 암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