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 후유증 등으로 장기 추적관찰 필요해
서구국가 소아암 생존자 장기관리지침 정립
국내도 소아암 생존자 장기관리지침 마련을
"보험 급여 등 제도적 지원도 같이 이뤄져야"
소아암 치료 성적은 성인암보다 5~10%포인트 높다. 전체 성인암 5년 생존율은 70%대 초반이지만, 전체 소아암 생존율은 70~80%다. 연령을 불문하고 모든 암생존자는 장기관리체계가 필요하다. 2차암 위험이 높은데다 강력한 암치료로 인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특히 소아암 환자의 경우 성장기에 굉장히 센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등을 받기 때문에 평생에 걸쳐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하지만 국내에는 소아암 생존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혈액종양분과 이지원 교수를 포함한 국내 다기관 연구팀이 최근 국내 소아암 전문의 47명에게 소아암 생존자의 장기추적관리에 대해 설문조사한 연구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다기관 연구는 이달 대한의학회에서 발간한 영문 의학저널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실렸다.
연구팀은 소아암 생존자 장기추적관리 상황을 파악하고, 현 상황에 대한 전문의료진의 관점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74명에게 설문지를 전달했고, 이 중 47명의 의사가 설문에 답했다. 설문 결과, 소아암 전문의 96%만이 암치료 5년이 경과한 소아암 환자의 장기추적관리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의 소아암 의료진은 장기추적관리 진료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있다. 장기추적관리를 한다고 답한 의료진의 84%만이 모든 소아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에게 장기추적관리를 했고, 이외의 16% 의사는 암치료 후기 합병증이 있는 소아암 생존자 또는 장기추적관리를 요청한 소아암 생존자에게만 장기추적관리 진료를 하고 있었다. 장기추적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소아암 생존자들이 더 있는 셈이다.
성인이 된 소아암 생존자에 대한 장기추적관리는 구멍이 더 컸다. 성인 소아암 생존자의 장기추적관리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는 73%에 불과했고, 이외의 27%의 의사는 후기 합병증이 있는 성인 소아암 생존자 또는 장기추적관리 진료를 요청한 성인 소아암 생존자에게만 진료를 하고 있었다.
소아암 생존자는 어린 시절 받은 강력한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등으로 장기의 기능장애, 신경내분비기능장애, 2차 암 등을 포함한 다양한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로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때문에 소아암 생존자는 평생 추적관리가 필요하다. 이미 서구 국가에서는 소아암 생존자에 대한 장기관리지침이 나와있는 상황이고, 평생 장기추적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소아암 생존자에 대한 장기관리지침이 없다. 국내 소아암 생존자 장기관리지침을 세울 데이터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특히 성인 소아암 생존자에 대한 장기추적관찰 진료를 하고 있는 소아암 의료진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성인이 아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데다 국내 소아암 생존자에 맞는 어떤 관리가 필요한지조차 명확히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아암 생존자에 장기추적관리가 국내에서는 의료기관 별 제각각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설문에서 소아청소년 소아암 생존자에 대한 장기추적관찰을 종료하는 시점에 대한 질문에 16%의 의사가 암치료 완료 뒤 10년이라고 답했고, 20%의 의사가 환자의 나이, 치료완료 뒤 기간, 환자의 후유증을 봐서 정한다고 했다. 64%의 의사는 장기추적관찰 종료시점을 특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성인 소아암 생존자에 대한 장기추적관찰을 종료하는 시점에 대해 20%의 의사가 10년 또는 20년까지라고 응답했고, 76%의 의사가 환자의 후기 부작용, 치료력, 환자나 보호자의 요구 등을 봐서 결정한다고 응답했다.
국내 대학병원 내 소아암 생존자 장기추적관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없지는 않다. 이번 설문에서 58%의 의사가 병원 내 소아청소년 소아암 생존자 장기추적관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소아암 생존자에게 후기 합병증을 발견하기 위한 적절한 선별검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었다.
이번 설문에서 위험 인자가 있는 소아암 생존자에게 후기 합병증을 발견하기 위해 약 80%의 의사만이 호르몬 검사, 대사증후군 검사, 심초음파 검사, 청력 검사 등의 선별검사를 한다고 했다. 또, 약 20%의 의사는 위험인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골밀도 검사, 폐기능 검사, 안과 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특히 유방초음파와 치과진찰 비율은 매우 낮았고, 이러한 결과는 소아암 생존자의 연령에 관계 없이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의료진들이 위험인자가 있는 소아암 생존자에게조차 후기 합병증을 발견하기 위해 선별검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의료진의 74%가 보험 급여 문제로 선별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57%는 소아암 생존자에 대한 국내 장기추적관찰 관리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근거가 없기 때문에 검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국내 소아암 생존자의 요구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추적관리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여기에는 소아암 생존자에 대한 장기추적관리 진료지침과 함께 이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소아암 생존자에 대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의료 정책이 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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