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준비하는 의대교수들…“교수직 포기해도 진료 지속”
사직서를 제출한지 한 달이 지난 의과대학 교수들이 진료현장을 대거 떠날 것이라는 전망에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조용히 사직을 준비하는 의대 교수들이 늘고 있다.
전공의 사직 이후 두 달 넘게 당직과 외래환자 진료로 번 아웃을 호소하고 있는 의대 교수들은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진료도 차츰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신규환자 예약을 받지 않는 병원들도 상당수다.
충북대병원은 이달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보지 않고 있다. 대신 금요일 외래환자 진료 일정을 월~목요일로 옮겨 진료하기로 했다. 응급·중증환자 진료와 수술은 그대로 진행한다.
충남·세종충남대병원도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은 응급·중환자 진료와 수술을 빼고 외래진료는 물론 수술도 하지 않는다. 금요일 휴진 참여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교수만 전체 교수 196명 중 72.3%에 달한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두 달간 의료 농단과 의대 입시 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교수들의 정신적·신체적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해 비대위 차원에서 금요일 휴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29일 열린 7차 총회에서 각 대학별·과별 특성에 맞게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진료를 재조정하기로 의결했다.
의대 정원 확대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전의교비는 정부 입장 변화가 없을 시 오는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전의교비는 “장기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은 정신적·신체적 한계로 인해 외래와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가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정부 조치가 없을 시 예정대로 오는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사직을 결심한 의대 교수들은 차분히 사직 준비에 나섰다. 특히 조용한 사직 행렬은 필수과를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사직서 제출을 염두에 두고 수술환자와 입원환자 정리에 나선 필수과 교수들도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 2명은 최근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원 가능한 병원 목록이 기재된 안내문을 보내고 오는 8월 31일 사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믿을 수 있는 소아신장분과 전문의들에게 환자를 보내드리고자 한다”며 서울 강북과 강남권, 경기권, 그 외 지역으로 나눠 전원 가능한 병원 목록을 안내했다.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는 미안함도 남겼다.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 전문의는 이들 둘 뿐이다. 이대로 8월 말 사직서를 내고 이들이 병원을 떠나면 서울대병원 소아신장분과는 사라질 수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도 사직을 결심한 지난달부터 수술환자와 입원환자 등 정리하는 등 “사직할 수 있는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교수들의 사직 결심은 확고하다. 지금 완강하게 사직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필수과 교수들”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간당간당하게 버티고 있던 이들이 정부 대응과 환자들로부터 받는 소송, 급기야 동료 교수의 사망 소식이 들리니 삶을 갈아 넣어가며 버티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정말 필수의료가 하고 싶고, 수술한 다음 좋아지는 환자들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그럼에도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도 했다.
‘교수직’을 포기하는 대신 임상에 남아 환자 진료는 계속 하겠다는 교수들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최창민 교수는 “굳이 이렇게 교수를 계속 하고 있어야 할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계속 하는 게 옳은 것 같지도 않다”며 “그 동안 시간을 되돌아볼 시기가 된 것 같다. 교수를 포기하고 임상으로 가 환자를 보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