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임현택 회장 촛불집회서 '총파업 예고' 발언
구체적 논의 없어…일각선 "미리 했어야" 지적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단체행동을 시사해 총파업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단체행동을 시사해 총파업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사진 제공: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가 정부 의대 정원 정책에 맞서 의료계 단체행동을 시사했다. 강경 대응을 강조해 온 임현택 회장이 '총파업'까지 갈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30일 의협 촛불집회에서 총파업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 회장이 "6월부터 큰 싸움을 시작한다"고 발언해 이를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임 회장은 의대 교수들도 의협 뜻에 동의했다며 "전공의, 학생, 교수뿐만 아니라 개원의와 봉직의도 이 싸움에 나와줘야 한다"고 했다.

임 회장은 지난 3월 당선 직후부터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회원이 실제 처분·처벌 받으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정부가 증원 절차를 강행하자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겨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다만 의협 차원에서 구체적인 단체행동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의료계는 그간 임 회장이 예상보다 수위 조절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되고 의정 대립 장기화로 휴학한 의대생이나 사직한 전공의·교수 거취 문제가 커지면서 임 회장이 단체행동을 미룰 이유가 사라졌다. 증원을 막아달라는 의료계 소송이 잇따라 기각되고 임 회장 수사에 전공의를 소환하는 등 압박이 커져 임 회장이 총파업을 결심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협 관계자 A씨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상임이사회에서 임 회장이 투쟁 방향을 물어도 즉답을 피했다. 임 회장이 정말 총파업까지 생각하고 있다면 최근 법원 판결이나 정부 태도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오는 2일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과 회의를 여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촛불집회가 총파업에 대한 "임 회장의 의지를 표명하는 자리"였다면 이날 회의는 "이를 구체화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A씨는 "개원가까지 가는 단체행동은 결국 지역 의사회가 움직여야 한다"며 "회장이 의지를 보이고 사실상 (총파업을) 선언한 만큼 지역에서도 (정부에 대항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했다.

총파업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분위기도 있고 선언도 했지만 아직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 내부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 B씨는 "단체행동은 회장이 한다고 말해서 다음 날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소 밑그림을 그렸어야 한다"며 "주말 회의가 사실상 총파업을 다루는 첫 번째 회의다. 이전 상임이사회나 시도의사회 회의에서 총파업 언급이 없었다. 주말 회의 이야기조차 갑자기 나왔다. 일의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C씨는 "총파업도 불사해야 한다는 분위기 자체는 상당하다. 개원가도 '이번에는 참여해야 한다'는 쪽이다. 이런 분위기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향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C씨는 "이미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구도가 잡힌 만큼 (내려오는) 내용이 얼마나 설득력과 진정성을 갖췄느냐가 관건이다. 어떤 로드맵이냐에 따라 지난 2020년 단체행동보다 더 많은 참여와 파급 효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총파업 자체가 어려울 거라 전망했다. 임 회장이 언급한 '큰 싸움'을 꼭 총파업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 D씨는 "의협이 총파업을 선언할 거란 예상 뒤 나온 발언치고는 수위도 표현도 이전과 현격한 차이가 없다. 대부분 임 회장이 전부터 공개적으로 하던 이야기다. (총파업을) 비껴간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D씨는 "총파업까지 한다면 (집회에서) 더 구체적인 표현이 나왔어야 하고 그 기준이 어느 정도 의료계에 공유됐어야 한다. 무엇보다 증원 확정 전에 단체행동을 전개하고 최종 단계로 총파업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그래도 아직 회원 사이에 투쟁 분위기가 살아 있다. 앞으로 의협이 회원 의지를 얼마나 결집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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