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양대구리병원 재활의학과 박재현 교수

“운동하셔야 합니다.”

아무리 권하고, 잔소리해도 병원 밖을 나가면 그뿐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늘 환자들의 처방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한다. 그런데 그 해답을 ‘디지털’에서 찾은 의사가 있다. 바로 한양대구리병원 재활의학과 박재현 교수다.

한양대구리병원 재활의학과 박재현 교수
한양대구리병원 재활의학과 박재현 교수

최근 보건의료 분야에서 수많은 디지털 솔루션이 개발되고 임상에서의 유용성을 홍보하고 있지만, 선뜻 사용을 주저하는 의사들도 많을 터. 그렇다면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리는 ‘HiPex 2024(하이펙스 2024)’에서 박재현 교수의 ‘“운동하셔야 합니다” 말이 아닌 디지털 솔루션으로 환자 치료하기’ 강연을 들어보길 권한다. 박 교수는 이 자리에서 디지털 솔루션에 대한 노하우를 동료의사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강연에 앞서 기자와 만난 박 교수는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한 계기를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외래에서는 (통증 환자 등에게 치료 후 관리에 대해) 잠깐 밖에 설명을 할 수가 없어서 운동법을 전달했을 때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요즘에는 유튜브 등에 의학 정보가 범람하다 보니 잘못된 정보로 통증에 맞지 않는 운동을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또 상황에 따라 운동법과 강도가 달라져야 하는데, 한 가지 동작만 하는 경우 등이 생겨서 고심하다가 디지털 솔루션을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솔루션의 장점은 환자가 얼마나 운동 등을 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점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운동을 그냥 권해도 환자들이 집에서 잘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다. 환자의 표정으로 짐작할 뿐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솔루션을 사용하면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통증 정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다”고 했다.

하지만 디지털 솔루션은 의사 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생소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환자들의 연령대, 운동 경험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박 교수는 “연령대와 기존 운동 경험, 운동 의지에 따라 (반응) 차이가 크다. 운동에 의욕이 있고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환자들은 디지털 솔루션 활용을 좋아한다. 반면 운동을 왜하냐, 약만 처방해달라고 하시는 환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운동의 필요성부터 실감을 못 하는 환자, 운동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환자에겐 ‘설명’과 ‘설득’ 밖엔 답이 없다고.

박 교수는 “디지털 솔루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그 유용성 등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 통증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존 생활 습관을 운동으로 교정을 해야 약의 효과가 더 커지지, 그렇지 않으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할 수 있는 최소한만이라도, 간단한 것부터라도 시작하자고 권한다. 간단한 한두 가지로 시작하는 것이 처음부터 많은 것을 이야기할 때보다 순응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환자의 처방 순응도를 높여 치료율을 높인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현실에서는 이 과정에 장애가 있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디지털 솔루션 활용으로 추가적인 수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수가 요인이 없다 보니 현재로서는 디지털 솔루션 사용을 권하는 게 일종의 서비스일 뿐”이라고 했다.

또 산적한 과제들이 많은 현 의료 상황에서 디지털 솔루션에 수가 적용을 주장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박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운동 모니터링 수가가 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이 진짜로 운동을 수행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한다. 즉 ‘관리’, ‘예방’의 성격의 수가”라며 “이런 요인이 생긴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료 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임상에서 디지털 솔루션의 도입, 확산에 어려움이 있지만, 재활의학에서 디지털 솔루션의 활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교수는 “현재는 나이 든 환자들은 디지털 솔루션 활용이 익숙하지 않아 확산의 허들 중 하나로 작용하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한 세대가 노인이 되면 훨씬 더 디지털 솔루션의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직은 제도가 디지털 솔루션의 발전을 못 따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치료 시 디지털 솔루션 활용에 더 관심을 가진다면, 제도도 따라오고 장기적으로는 치료 환경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피력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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