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의대 윤주흥·동아의대 권인호·단국의대 박형욱 교수
저수가·사법리스크 해결 없는 의대 증원으로 혼란 초래 지적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한국의료의 ‘민낯’을 드러냈으며 붕괴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경고 서신(Correspondence)이 저명한 의학 저널인 ‘란셋(The Lancet)’에 실렸다.
피츠버그의대 윤주흥 교수와 동아의대 권인호 교수, 단국의대 박형욱 교수는 란셋에 ‘위기의 한국 의료(The South Korean health-care system in crisis)’라는 서신을 보내 한국 의료체계에 경고음이 들어왔다고 전 세계 의학자들에게 알렸다. 그 경고음은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들은 낮은 비용 부담, 높은 접근성으로 “다른 나라의 모범”이었던 한국 의료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으로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정부가 오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기존보다 67%나 늘린다고 발표한 이후 전공의 90%가 사직했고 이로 인해 “한국 의학교육 시스템과 의료서비스 전체가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사직한 이유는 “단지 의사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고 한국이 해결하지 못한 근본적인 시스템상의 문제들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문제로 저수가 체계와 사법 리스크를 꼽았다.
이들은 한국 의료가 “극단적으로 낮은 수가 보상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며 “중환자의학 진료에 대해 정부는 의료진이 사용한 자원의 약 60% 밖에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극단적인 저수가 정책 때문에 여러 한국 병원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필수 의료와 중증 의료를 포기한다”고도 했다.
한국 의사들이 법적 위험 부담이 크다고도 했다. 한국 의사들이 일본보다 15배, 영국보다 566배나 높은 확률로 형사고발을 당하는 이유는 “법조인과 국민이 의료의 생물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무분별한 형사고발이 이어지면서 젊은 의사들은 위험도가 높은 전공을 선택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에게 “행정적, 법적 제제를 가해 면허를 정지시키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사들이 사직할 법적 권리가 없으며 헌법으로 보장된 직업 선택의 권리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저수가 체계와 사법 리스크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 의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