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경 위원장 "교수들 하루도 더 버티기 어렵다" 호소
"2025년 정원 재논의가 전공의에게 믿음 보여줄 방법"
서울의대 교수들이 이른 시일 내 진료 체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한 번 물린 휴진을 다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문제를 의료계와 함께 다루면서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강희경 위원장(소아청소년과)은 25일 '의료 개혁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주제로 서울대 보건대학원 이태진 원장과 대담에서 "밖에서 안 보여도 상급종합병원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대병원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 자체가 국민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무기한 휴진'을 중단했지만 "앞으로 휴진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전공의는 교수에게 환자를 맡기고 떠날 수 있지만 교수는 그럴 수 없다"며 "하지만 지금 교수들이 너무 지쳐서 하루도 더 진료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앞으로) 휴진 절대 안 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전공의에게 복귀를 촉구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 위원장은 "교수는 (전공의에게) 돌아오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이 부당하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시스템도 바뀌지 않았다. (전공의가 돌아와도) 말도 안 되는 근무 환경이 계속된다"며 "이렇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어떻게 전공의들이 돌아오겠느냐"고 했다.
시스템 개혁 의지를 보여 이들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가장 빠른 방법은 "2025년 의대 정원 문제를 다시 다루는 것"이라고 했다.
강 위원장은 "2025년 정원을 적어도 교육 가능한 선으로 하는 것이 전공의에게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가장 쉽게 보여주는 방법"이라면서 "이대로 넘어가자고 하기에는 의학 교육 문제가 너무 크다. 현실적으로 2025년 증원(은 바꾸기 어려우니) 받아들이라는 건 어려운 요구"라고 했다.
강 위원장은 "대통령 직속이라지만 1~2년 단위인 특위(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믿을 수 없다. (의료계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9·4 의정합의도 휴지조각이 됐다. 시스템을 바꾸려면 재정이 있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약속해도 과연 (관련 예산이) 기획재정부를 통과하겠는가. 무언가 바뀐다는 게 눈에 보여야 (전공의도) 희망을 품지 않겠느냐"고 했다.
강 위원장은 "우리 의료 문제는 (의대) 정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이를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 여기부터 바뀌면 좋겠다. '의료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3분 진료 외에는 불가능한 체계기 때문이란 점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의료계 간 가장 큰 문제는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태가 여기까지 왔다고 본다. 의사도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의사가 됐다. (정부가) 그 선함을 믿고 정책을 수립하길 바란다"며 "의료 정책은 환자와 국민의 안전을 좌우한다. 의료계와 상의해 안전하고 부작용 없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