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인터뷰①] 의·정 갈등 해결책
의대 정원 증원 여파 ‘이공계·지방의료 붕괴’ 하반기부터
“무리수 써서라도 중단시킬 수 있어…대통령 결단 못할 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으로 불거진 의·정 갈등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의·정 간 대화가 사실상 단절되면서 타협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지난 5월 말 개원한 제22대 국회에 건 기대도 컸지만 평행선을 달리는 의·정 상황에 고전하는 모양새다.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데 거대 양당이 모두 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자매지 청년의사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의·정 사태를 ‘제3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만나 해결 방안을 물었다. 이 대표와의 대담은 두 편에 걸쳐 옮긴다.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대정부 투쟁으로 터져 나왔다. 사진은지난달 여의도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 ⓒ청년의사.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대정부 투쟁으로 터져 나왔다. 사진은지난달 여의도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들. ⓒ청년의사.

“답이 없다.”

‘긴 한숨’ 다음으로 의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의·정 갈등을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무너져 가는 의료체계를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절망도 담겼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 기간이 길어지면서 해결책 찾기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회도 의·정 갈등을 끝내기 위한 중재에 나섰지만 쉽지 않다.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는 깊어질 대로 깊어진 갈등 현실만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배경도 밝혀지지 않았고 의료계가 요구하는 ‘원점 재논의’는 고려대상도 아니다.

정치권 중 개혁신당만 유일하게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원점 재논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5일 청년의사를 만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번 의·정 사태가 “수치에 집착해 나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낙수의사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원점 재논의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이번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 ‘의료정책 방향’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의료계 뿐 아니라 교육계와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최상위권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로 쏠리는 일명 ‘의대 블랙홀’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국회 청문회 당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2,000명 증원을 직접 “결정 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이 대표는 “설득력이 없다”며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 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때문에 원점 재논의는 ‘대통령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정부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 '의료정책의 방향'이 빠져 있다며 원점 재논의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진 제공=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 '의료정책의 방향'이 빠져 있다며 원점 재논의를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진 제공=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실

-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심각하다.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대화 여지도 없다.

의·정 간 신뢰가 무너진 결과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의사들도 지금까지 (의대 정원) 증원 거부 입장을 누차 밝혀왔기 때문에 험난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다들 예상 했지만 2,000명 증원을 갑자기 발표하는 방식이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더 어처구니없다. 결국 (의·정 사태는) 우리나라 의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모호한 상태에서 수치에 집착해서 나온 결과다.

-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강하게 추진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의대 정원 증원의 근거가 ‘낙수의사론’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법률 서비스 확대와 지방에서의 (법률 서비스) 보편화를 이야기했던 로스쿨 확대 사례를 살펴보자. 대부분 지방에서는 (변호사들이) 충분한 소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의 법무 담당 등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의 수가 늘어날 뿐 지방의 법률 서비스가 나아졌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로스쿨 확대 같은 사례가) 충분히 있음에도 무리하게 (의대 정원 증원을) 진행한 것은 결국 총선이 일정 부분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일단 총선은 끝났고 그 결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판단이 한 번 나온 상황에서 정부도 전면 재검토를 해볼 때라고 생각한다.

- 의대 입학전형시행계획이 이미 정해졌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바꿀 수 없다는 분위기도 크다. 전공의 복귀도 요원하다. 원점 재논의 가능하다고 보나.

보통 여·야가 사안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갖고 가게 되는 게 정상인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상황 속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한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합리적인 토론의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거꾸로 뒤집어 말하면 그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현상을 양당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 지금이라도 당장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서울대 자연대·공대 휴학 통계를 받아 봤는데 굉장히 빠른 수로 (휴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의대 정원 자체를 바꿔 버리면 올해 2학기는 불 보듯 뻔하다. 대통령의 한 마디가 의료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자연과학계 전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산업계 전반에 인력 수급 문제가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되돌릴 수 없는 건 없다. 정책적으로 무리하게 시작했기 때문에 무리수를 써서라도 중단시키려면 중단시킬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결단을 못할 뿐이다. 국민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적극 홍보해야 하는데 문제는 정치적 상황 속에서 거대 양당이 전부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개혁신당 목소리가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토론 성립이 어렵다. 그게 안타깝다.

- 전공의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만나서 대화해보니 어떤 생각이 들었나.

대형병원에서 전공의들의 담당 비중이 굉장히 큰 상황이라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전공의들이 투쟁 전선에 내몰리는 것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수련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고 결국 더 나은 의료 행위를 위해 자기 개발할 시간이 많아야 하지만 지금은 시간별 임금으로 치면 최저임금 가깝게 받으며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의 전공의 수련 시스템은 지속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또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의사들에게 물리는 것도 사실 다른 나라의 경우 소송 대상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면책하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왜 이걸 특례법까지 만들어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마치 선심 쓰듯 특례법으로 만들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미 현장에서는 이런 일련의 포퓰리즘적인 행태 때문에 소극적 의료행위가 야기될 수 있다고 본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어떤 의사가 고의적으로 진단을 누락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 청문회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스스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복지부 장관이 그렇게 ‘간 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이 (결정) 했다는데 이전에 대통령과 충분한 상의가 없었다면 당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의료현장이 (의·정 갈등으로) 난장판이 됐다고 했는데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이 다 인지하고, 승인했다는 의미 아니겠나. 어쩌면 대통령이 부추겼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부의 그런 이야기는 설득력이 없다.

- 청문회 이후 복지부 장·차관 사퇴를 요구하는 의료계 내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복지부가 이렇게 큰 사고를 치고 도망가는 모습도 아주 이상해 보인다. 대통령이 인지하고 사실상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장·차관이 바뀌어도 똑같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장·차관이 바뀐다면 나중에는 영전해 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들이 책임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되기 때문에 책임을 지우고 싶다.

왜냐면 당장 하반기부터 여파가 드러날 거다. 이공계 전반 붕괴는 바로 보일 거고 의료 현장은 두말 할 것 없다. 2차 병원 등이 단기적으로는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 2차 병원 의료진이 교수로 임용되면서 빠져 나가 수도권으로 가게 되면 지방 의료는 무너질 게 뻔하다. 진짜 누구를 위한, 누구를 만족시키는 정책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 정책 안에서 환자가 행복한 것 같지도 않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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