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골든타임 비난 여론에 응급조치 의사 사직
"골든타임 놓쳤다? 가혹행위로 훈련병 사망한 사건"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 축소 운영을 반복하는 속초의료원이 필수의료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속초의료원 응급실을 떠난 의사들 중 한 명은 ‘훈련병 얼차려(군기훈련) 사망사건’ 관련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해 사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속초의료원은 지난 5일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5명 중 2명이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이유로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직한 의사 2명 중 1명인 A씨는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 모 육군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얼차려 중 쓰러져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된 훈련병을 응급 처치한 의사였다. A씨는 상급병원으로 이송이 필요한 상태라고 판단, 훈련병을 강릉아산병원으로 전원했다.
그러나 전원된 훈련병이 사망하자 A씨는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의료진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의 비난이 응급조치를 한 의사에게 돌아가자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은 자괴감을 드러냈다.
속초의료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여한솔 응급의학과장은 사건 직후인 지난 5월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훈련병 이송 시간이 3시간 가까이 걸린 이유를 설명하며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여 과장은 "문진 5분, LAB(혈액 검사) 및 결과 확인과 중간 응급 처치 1시간, 뇌·가슴·복부 CT 검사 시행과 판독에 20~30분, 어레인지(환자가 전원된 이후 바로 처치를 받을 수 있게 배정하는 일)에 10~20분, 사설 구급차 대기 30~40분, 속초의료원에서 강릉아산병원 환자 수송에 50분이 걸린다"며 "짧게 잡아도 2시간 50분"이라고 했다.
이어 “군기 훈련을 받다 쓰러진 훈련병이 속초의료원에 도착한 건 오후 6시 50분경이며 68km 거리를 달려 (강릉아산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9시 40분경”이라며 “(그런데도)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골든 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의료진이 최선의 조치를했음에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이유로 의사의 책임을 묻는 여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여 과장은 “골든타임 놓쳤다고 경찰에게 잘못한 것은 없는지, 잘못한 이처럼 취급당하며 조사받을 바에 아예 환자를 안 받으면 된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를 이렇게 취급하는데 무엇하러 의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지역필수의료 문제가 아니라 중대장이 훈련병을 가혹행위로 죽게 만든 것"이라며 "자기들이 죽여놓고 최선을 다한 의사들에게 ‘너희들 탓’하는가”라고 토로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