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
“면역저하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백신 접종 권장”
“政, 고령자·희귀질환자 대상포진 접종 지원해야”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될 때 재활성화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가슴, 복부, 얼굴에 통증을 동반한 수포성 발진으로 나타나며, 심한 통증과 함께 대상포진 후 신경통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대상포진은 더욱 위험하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와 같이 면역조절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크게 높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면역저하자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와 미국류마티스학회, 대한감염학회는 모두 면역 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 19세 이상의 성인에게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유전자 재조합 백신 '싱그릭스'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와 같은 면역저하자에게 큰 예방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싱그릭스는 50세 이상의 성인 및 18세 이상 면역저하자에게서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 반응을 보이는 백신이다. 임상시험 결과,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입증했으며, 대상포진 및 그 심각한 합병증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본지는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를 만나 류마티스 환자를 비롯한 면역저하자의 대상포진 예방 필요성과 국내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 등에 대해 들었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

- 류마티스 질환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감염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류마티스 질환자와 같이 면역기능이 떨어진 면역저하자는 대상포진,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A형·B형간염, 코로나19 등 대부분의 감염병에 취약하다. 때문에 백신 접종의 우선접종 대상자가 돼야 한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바이러스, 세균 등 감염으로 인해 입원할 위험이 정상인의 2배이며, 흔한 감염질환에도 더 높은 치명률을 보여, 빠른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대상포진의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발생 위험이 2.8배, 루푸스 환자는 3.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 코로나19 유행으로 면역저하자의 감염 위험과 예방접종 필요성이 화제가 된 적 있다. 국내에서 연령을 기준으로 고령이신 분들에게 우선 접종이 이뤄졌는데, 이 때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류마티스 질환자의 건강지침, 예방접종 가이드라인 등을 발표하며 류마티스 질환자도 우선 접종 대상자로 삼아줄 것을 강하게 요청해 실제로 우선 접종이 이뤄지기도 했다.

- 류마티스 질환자의 감염 위험이 수치적으로 두 배라고 하셨다. 감염병이 류마티스 질환자에 추가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류마티스 질환자의 경우 폐질환이 있어 폐렴이 잘 생긴다. 또한 대상포진에 걸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았을 때보다 입원 빈도 및 응급실 방문 빈도가 각각 3.4배 및 3.7배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 그렇다면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감염병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나.

과거에는 일반인에게 권고되는 수준과 비슷하게 인식됐다. 가을에는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고연령자는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정도였다. 그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백신의 중요성을 좀 더 인식하게 된 측면이 있다. 일반인과 환자 모두 백신의 개념과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으며, 특히 기저질환자는 반드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최근 발병이 증가하면서 접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 의료 현장에서는 류마티스 질환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어느 정도로 권고하고 있나.

현재는 류마티스 질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꼭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의 경우, 과거 의료진들도 큰 관심이 없었지만 TNF 억제제, 생물학적제제, JAK 억제제 등 다양한 류마티스 신약이 개발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특히 2010년도에 JAK 억제제인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 임상 부작용으로 대상포진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류마티스 질환자가 JAK 억제제 및 표적치료제 사용 시 대상포진 발생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로 인해 류마티스 질환자의 대상포진에 대한 취약성이 확인돼 대상포진 예방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때문에 JAK 억제제 복용 전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치료 시작 전 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울러, 과거에는 국내에 대상포진 백신으로 생백신만 유통돼 접종률이 낮았다. 면역저하자, 특히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면역조절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백신 접종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컸다. 다행히 류마티스 질환자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에 대한 관심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에 유전자 재조합 백신인 ‘싱그릭스’가 출시되면서, 류마티스 질환자와 다양한 면역저하자들도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현재는 류마티스 질환 치료 중에도 사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다.

- 기존 생백신 대비 사백신 접종 시 류마티스 질환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가.

류마티스 질환자들에게는 백신 접종과 관련해 두 가지 우려가 있었다. 첫 번째는 기저질환으로 인해 면역이 저하된 상태에서 백신을 접종하면 오히려 병에 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백신을 접종하면 효과가 없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백신은 균주의 껍데기가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병을 일으킬 우려가 없다. 또한, 백신 접종 횟수가 두 번이기 때문에 면역력 증진 효과가 높아져, 예방효과도 확실하다. 2회 접종으로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류마티스 질환자와 같은 면역저하자들은 지속적으로 내원하기 때문에 접종 횟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접종 간격도 외래 일정에 맞춰 2~3개월 후인 다음 내원 시 접종하면 된다.

면역저하자에는 생백신을 투여할 수 없기 때문에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사백신인 싱그릭스를 접종해야 한다. 때문에 국내 면역저하자들과 의료진들이 사백신인 싱그릭스의 출시를 기다려왔다. 싱그릭스는 항원과 면역증강제가 포함된 제형으로 구성돼 있어, 2회 접종을 통해 높은 면역반응이 장기간 유지된다. 생백신은 접종 후에도 대상포진이 발병할 수 있으며, 증상을 약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면역저하자의 싱그릭스 접종이 승인된 이후, 다양한 류마티스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데이터가 발표되고 있다. 지난 6월에 진행된 미국류마티스학회(ACR)에서도 싱그릭스의 면역원성과 효과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가 발표되는 등 싱그릭스 접종의 필요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계속 축적되고 있다.

- 연령 등 류마티스 질환자 중에서도 특히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더 권장되는 환자군이 있나.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류마티스성 다발근통 등 류마티스 내과 진료실을 찾는 류마티스 질환자는 고령자가 아니라도 면역저하자로 분류돼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상포진 백신의 권고 연령에 가까운 40~50대 혹은 그 이상의 여성이 주요 환자층이지만, 강직성 척추염은 20~30대 남성, 루푸스는 10~20대 여성의 발병이 높다. 따라서 면역저하자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 류마티스 질환자에서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대상포진 합병증은 무엇인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병명에서 느껴지듯 통증이 심각하다. 칼로 째는 듯한 통증이 신경절을 따라오는데,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잘 발생한다. 대상포진이 발병해도 물집정도만 생기고 지나간 환자도 있고, 후유증이 남아 크게 고생한 환자도 있다. 면역 상태에 따라 증상과 합병증에는 차이가 있다.

- 진료 현장에서 만난 대상포진 발병 류마티스 질환자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5년 전 눈 쪽으로 대상포진이 발생한 환자가 아직도 외래 진료 시 통증과 이상 감각을 호소하고 있다. 이 환자는 미리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대상포진이 안면마비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눈 주변에 발생하면 눈병이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 같은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하면 신경절을 따라 나타나는 통증이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앞선 환자 사례를 보면, 류마티스 질환자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의 가치는 매우 높다. 과거 생백신만 있을 때는 접종 후에도 대상포진이 발생했지만, 싱그릭스 접종 후에는 대상포진이 발병한 환자가 아직 없다.

- 류마티스 질환자가 대상포진 백신 접종 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다른 백신을 접종할 때와 마찬가지로, 감기에 걸렸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백신은 이물질로 인식되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루푸스 등 기저 질환의 활성도가 잘 조절되고 호전된 상태, 즉 컨디션이 좋을 때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백신 접종 후에는 활동을 줄이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통증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 시 경험한 정도와 유사하게 아프다고 한다. 류마티스 질환자들은 기저 질환으로 인해 진통제나 스테로이드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통증 관련 부작용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류마티스 질환 진단을 받으면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 면역조절제 복용 시 백신 접종 간격 조절이 필요하지는 않나.

사백신의 경우 크게 상관없다. 면역조절제 복용 전은 물론, 복용 중에도 접종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에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면역조절제를 며칠 끊고 접종하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지금은 상관없다고 보고 있다.

- 류마티스 질환자 중 의료진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 권고를 따르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일부 환자들은 비용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면역저하자들은 대상포진 발병 시 후유증이 심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비용 효과성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싱그릭스 출시 이후에는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고, 환자 역시 의료진이 권고하면 접종을 하는 편이다.

오히려 많은 류마티스 질환자들이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가격이 부담돼 본인 스스로 접종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자녀들이 보호자로 함께 왔을 때 권하는 것도 접종으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부모님 건강을 위해 몸에 좋은 식품 사드리는 것도 좋지만 백신 접종을 선물하는 것이 더 큰 효도라고 생각한다. 싱그릭스는 10년 이상 높은 예방효과(89%)가 유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시뮬레이션 시 효과가 50년 후 소실될 것으로 예측됐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국가필수예방접종 프로그램(NIP)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다만, 재정 부담 문제로 75세 이상의 노인과 희귀난치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정부에서 접종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하고, 숫자도 많지 않다. 대상포진이 발병하면 치료비와 입원비가 모두 급여로 처리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지원하면 오히려 건보 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감염병 위기 대응 차원에서 무료 접종이 이루어졌다. 대상포진 백신이 코로나19 백신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는 어렵지만, 고령자, 희귀질환자, 산정특례대상자 등 대상포진 위험에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증 환자와 희귀질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관리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중요한 역할이다.

- 미국류마티스학회는 2022년부터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류마티스 질환자(18세 이하 제외)에게 유전자 재조합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혹시 대한류마티스학회도 이러한 내용을 준비 중인지 궁금하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차원에서도 가이드라인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2020년 대한감염학회와 함께 출판한 ‘한국인 자가면역 류마티스질환자에서의 백신접종 진료지침’을 업데이트하면서 담아낼 예정이다. 현재 진료지침위원회에서 준비 중에 있다.

- 의료진 또는 환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우리는 병을 예방하기 위해 식단 관리와 운동을 실천한다. 식생활과 운동도 중요하지만, 감염병 예방에는 백신이 가장 효과적이다. 백신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접종에 임해야 한다. 류마티스 질환자와 같은 기저질환자나 면역저하자에게는 백신 접종이 더욱 필요하다. 이들에게 대상포진 발병은 치료 효과와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진들은 류마티스 질환을 설명하고 약을 처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백신에 대한 설명과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백신 접종 관련 사회적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언론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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