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의원, 혈액학회와 혈액질환 치료환경 개선 정책토론회 개최
혈액학회 김석진 이사장 “암질심, 두루미 식사 접시에 담아준 꼴”
KRPIA 최인화 전무 “식약처 허가약 중 57% 탈락…혈액암 저조”
백혈병환우회 이은영 대표 “암질심, 고혈암-혈액암 분리 심사 필요”
심평원 강미영 부장 “혈액암 전문가 보강…암질심 별도운영 곤란”
항암제들의 건강보험 적용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암질심 위원 중 혈액암 분야 전문의가 적어 현장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않는 만큼 암질심 내 혈액암 분야 전문성을 강화, 혈액암 치료제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암질심을 고형암과 혈액암 위원회로 나눠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지난 24일 '국내 혈액환자의 치료환경 개선 방안 마련'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혈액학회와 신문 청년의사가 주관했으며,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됐다.
토론회에서 혈액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는 "현재 암질심 구성원 중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너무 적어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혈액암 치료제 급여 심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혈액암 치료제 급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암질심이 혈액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김 교수는 "고가 의약품의 경우 접근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허가된 약을 환자가 다 부담토록 하는 것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얘기처럼 두루미에게 물고기를 접시에 담아 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약이 없어서 치료성적이 저조했다 하더라도 외국에서는 약이 적절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제도적인 제한 때문에 발목을 잡는다면 반드시 개선이 돼야 한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심사나 심의 과정 때문에 지연이 되는 것은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혈액암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각자 갖고 있는 세부 질환에 따라 전문성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림프종을 진료하는 저에게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급여 심사를 맡긴다면 정보는 이해할지 모르나 현장 상황이 어떤지, 대체 약제는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의견 개진이 어려울 것"이라며 ”혈액질환별로 2~3인 정도만 더 들어가도 지금보다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보건엑세스혁신부 최인화 전무는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결과를 분석한 결과, 허가 대비 급여 건수의 경우 고형암에 비해 혈액암 치료제가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했다.
최 전무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혈액암 치료제 혹은 치료요법은 38개가 허가됐지만 이중 37%인 14개만 급여가 적용됐다. 반면 고형암 치료제는 89개가 허가되고 이중 45%인 40개가 급여됐다.
더욱이 최 전무는 "다발골수종에서는 혁신신약으로 총 24개가 허가됐는데 9개만 급여됐고, 급성골수성백혈병은 4개가 허가받았는데 급여가 된 것은 0개“라며 ”이같은 결과는 환자나 의료진 모두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1년부터 4년간 암질심 결과를 분석했을 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허가를 내줬는데 이 중 43%는 통과하고 57%는 탈락했다”면서 “재고가 필요하다. 암질심 구성과 운영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형암혈액암 분리” vs “일관성·형평성 고려 필요”
백혈병환우회 이은영 공동대표는 암질심에 대한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형암, 혈액암 구분 없이 운영되고 있는 암질심을 고형암전문위원회와 혈액암전문위원회로 나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대표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 '마일로탁(성분명 겜투주맙오조가마이신)'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 '폴라이비(성분명 폴라투주맙 베도틴)', '컬럼비(성분명 글로피타맙)' 등을 사례로 들며 식약처 허가된 지 1~4년이 경과됐지만 급여 등재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영 대표는 “2017년 환자단체연합회에서 허가초과요법 사전승인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며 암질심의 경우 고형암과 혈액암의 구별이 필요하다. 전문성이 다르니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건의한 바 있다”면서 “그동안 심평원에서도 암질심 운영 규정을 개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이제는 전향적으로 고민해야 될 때”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강미영 약제기준부장은 "암질심에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어 최근에 구성된 10기에는 과거 9명이었던 학회 추천 전문가를 25명으로 확대했으며, 매 회의에 참가할 수 있는 위원 수가 기존 18명에서 25명까지 확대됐다. 필요한 경우 학회에 요청해 전문가를 초빙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고형암과 혈액암 암질심을 분리하기보다는 필요한 때마다 자문위를 개최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박희연 사무관 또한 "혈액암 치료 접근성 강화의 중요성은 고민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건강보험 재정이 한정돼 있으며 지속성을 고민해야 한다. 암질심 구성에 관한 지적도 충분히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주영 의원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혁신적인 치료법과 신약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혈액 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며 "건강보험 제도가 필요한 분야에 적절한 지원과 재정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토론회가 국가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자원 수요와 중요도가 높은 치료를 위해 지원을 늘릴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며 "오늘 참석자들이 모아준 의견이 실제 의료 현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활발한 의정 활동을 통해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