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듀크대 레나토 로페스 교수, "루틴한 검진 권고는 시기상조"
"심방세동 진단율은 높였지만, 뇌졸중 입원율 감소는 크지 않아"

웨어러블 심장 모니터를 사용해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AF)을 검사하면 잠재적으로 위험한 비정상 심장 리듬을 식별해 낼 순 있지만, 뇌졸중을 예방하지는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학교 메디컬센터 레나토 로페스 교수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진행 중인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4)에서 연속 심전도 패치 모니터를 통한 심방세동 검사가 일반 치료와 비교해 미진단 심방세동을 가진 노인의 식별과 뇌졸중 발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GUARD-AF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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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은 가장 흔한 심장 리듬 장애로, 전 세계적으로 4000만명 이상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심방세동의 증상으로는 심계항진, 호흡 곤란, 피로, 수면 장애 등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증상을 전혀 경험하지 않으며 때문에 심방세동은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심방세동은 간헐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환자를 식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5배나 증가하므로 혈액 응고를 방지하기 위해 항응고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연구들은 일회성 짧은 심방세동 검진이 심방세동 진단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았음을 보여줬고, 장기적인 검진을 조사한 다른 연구에서는 주로 간헐적인(발작성) 심방세동의 진단이 증가함을 발견했지만, 아직 심방세동 검진이 뇌졸중 발생률을 낮춘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는 없다.

이에 로페스 교수는 고령의 참가자에서 14일간의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Zio XT, 연속 심전도 패치)를 통한 검진이 일반 진료와 비교해 심방세동 진단 및 뇌졸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2019년 12월에 시작된 GUARD-AF 연구는 미국 내 149개의 1차 의료기관에서 11,905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메디케어 청구 자료와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 데이터를 분석해 임상 결과를 확인했다.

총 5,952명의 참가자가 검진 그룹에, 5,953명이 일반 진료 그룹에 무작위 배정됐으며, 참여자의 연령 중앙값은 75세였고, 57%가 여성이었다.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 15개월 동안, 검진 그룹에서 뇌졸중 환자 수는 일반 진료 그룹보다 수치상으로 더 많았지만(37명 대 34명), 출혈 사건의 수는 일반 진료 그룹에 비해 검진 그룹에서 수치상으로 더 적게 나타났다(52명 대 60명).

심방세동 진단과 경구 항응고제 치료 모두 일반 치료 그룹에 비해 선별 검사 그룹에서 더 높았다(각각 5%[284명] 대 3.3%[196명], 4.2%[239명] 대 2.8%[167명]).

하지만 로페스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임상시험이 조기에 종료돼, 이 연구 결과가 뇌졸중 입원율을 낮추기 위한 심방세동 검사의 궁극적 이점에 대한 확실한 답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로페스 교수는 "이 연구에서 최대 2.5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심방세동 진단 건수는 일반적인 치료와 비교해 52% 증가했으며, 출혈로 인한 입원율은 증가하지 않았고 경구 항응고제 치료 시작은 증가했다"라며 "다만 모든 뇌졸중 입원율은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연구는 14일간의 패치 기반 연속 심전도 모니터를 사용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조기에 종료됐고 예상보다 적은 수의 임상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결정적인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라며 "뇌졸중 발생률 감소에 있어 심방세동 선별 검사의 진정한 잠재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긴 추적관찰과 뇌졸중 위험이 높은 참가자를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로페스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는 심방세동 검진이 임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임을 보여준다"며 "누가 검진을 받아야 하고,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오래 검진해야 하는지, 뇌졸중 예방에 있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나올 때까지 심방세동 검진은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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