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바이오기자협회, '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심포지엄 개최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정책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신약이 있어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신약 약가를 다른 나라 대비 너무 낮게 책정하면서 희귀질환 신약 도입이 국내 늦어지는데다 건강보험 급여 문턱마저 높아 신약이 도입돼도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폐가 점점 굳어지는 희귀질환인 진행성 폐섬유증을 앓는 이동욱 씨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외면받는 중증희귀질환, 치료 기회 확대 방안_보장성 강화, 정부 정책 그 이후' 주제 2024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진행성 폐섬유증 신약 오페브(성분명 닌테다닙)가 국내 도입돼 있지만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돈 없으면 죽는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정책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신약이 있어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신약 약가를 다른 나라 대비 너무 낮게 책정하면서 희귀질환 신약 도입이 국내 늦어지는데다 건강보험 급여 문턱마저 높아 신약이 도입돼도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유튜브 채널 캡쳐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정책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지만 여전히 신약이 있어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희귀질환 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가 신약 약가를 다른 나라 대비 너무 낮게 책정하면서 희귀질환 신약 도입이 국내 늦어지는데다 건강보험 급여 문턱마저 높아 신약이 도입돼도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려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유튜브 채널 캡쳐

오페브는 한 달 약값만 150만~300만원에 드는, 국내 유일의 진행성 폐섬유증 신약이다. 이동욱 씨는 "올해 초 폐기능이 계속 떨어져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해 오페브를 올해 2월부터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폐기능 악화가 늦춰졌다. 오페브는 살기 위해 먹지 않을 수 없는 약"이라며 "평생 성실하게 건강보험비를 납부해왔는데, 절실한 도움이 필요할 때 정작 필요한 약이 급여가 안 된다"고 현실을 짚었다. 

50~60대 경제적 기반이 있는 희귀질환 환우는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제력을 동원해 비급여 신약을 써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결국 신약의 급여가 늦어지면 메디컬푸어로 전락한다. 또 가난하거나 젊은 희귀질환 환자들은 비급여 신약을 써보지 못한 채 큰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기도 한다. 

이날 심장이 두꺼워지는 희귀질환을 앓는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김갑배 씨는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 계단도 오를 수 없을만큼 악화돼 지난해부터 자신은 비급여 신약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를 복용하고 있지만, 다른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들은 그렇지 못한 현실을 지적했다. 

김갑배 씨는 "1주일 정도 캄지오스를 먹은 뒤 계단도 마음대로 올라다니고 흉통도 사라졌다. 현재 캄지오스를 통해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다"며 "한 달에 한 번 검사받고 약을 타는데, 병원에 젊은 환자들이 너무 많다. 자식 같은 사람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이 약이 빨리 급여가 돼 젊은 사람들도 먹을 수 있어서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고, 직장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캄지오스의 조속한 급여를 촉구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비급여 처방이 반복되는 약은 꼭 필요한 약"이라며 "비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처방이 늘어나는 약은 매년 국가가 적극적으로 (급여를)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김 교수는 각 희귀질환 전문가 집단을 적극 활용해 신약을 꼭 써야 하는 환자를 좁히는 것도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한 국내 사례도 있다. 김진석 교수에 따르면,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에 1년에 3~4억원이 드는 신약 솔리리스에 대한 보험 급여 기준을 처음 만들 때 의료 전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함께 논의하면서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모든 PNH 환자가 솔리리스를 쓰지만 국내에서는 그 중 3분의 1의 환자만 쓰고 있고, 현재 PNH 치료에 있어서 국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헬스케어 혁신부 최인화 전무는 희귀질환자의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해 국내 약제비 지출 구조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고 짚었다. 경증질환에 대한 쓸데 없는 약제비 급여를 줄여 희귀중증질환자의 신약 보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최 전무는 "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경제성평가생략제도와 (시범사업 중인) 허가-급여 평가 연계제도의 전면 확대가 필요하며, 중증희귀질환 민간협의체를 마련해 어디든 가서 호소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상황을 정기적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이중규 국장은 "올해 2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은 필수의료 쪽을 강화하는데 방점을 뒀지만, 희귀질환에 대한 신약 보장성 강화가 반영돼 있다"며 "의사집단행동 이후 집중하던 데서 흩어지다 보니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경제성평가생략제도나 허가-급여 평가 연계제도 등 담당과와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점검해보고, 의료현장에서 요구하는 부분은 잘 반영하겠다. 또 민간협의체는 정기적으로 분기나 반기마다 할 수 있게 해보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