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서미화 의원, 희귀질환연합회, 치료환경 개선 토론회 개최
박보람 환자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신약 쓸 수 있게 해달라"
문종민 회장 "SMA 치료제 3개 불구 사각지대 놓인 환자들 多"
김호진 교수 "경평면제, 좋은 제도지만 급여기준 합리성 떨어져"
"비용도 고가이지만 신약 치료를 받으려면 최소한 1년에 두 번은 심한 재발을 감당해야 한다. 효과 좋은 신약을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맞을 수 있게 해 주는 게 환자, 가족 구성원, 나아가 사회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 아닌가. 힘들게 버티고 있는 환우들의 간절함을 담아 부탁드린다. 환우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
시신경척수염을 앓고 있는 박보람 씨가 국회 토론회에서 전한 희귀질환 환우들의 바램이다.
국립암센터 신경과 김호진 교수의 환자이기도 한 박보람 씨는 25년 전 17살에 시신경척수염이 처음 발병했다. 발병 후 5년, 김호진 교수를 만나기 전까지는 다발성경화증으로 진단 받고 질환에 도움 되지 않는 치료를 받아야 했다. 운 좋게 자신의 병명을 찾아 제대로된 치료를 시작했지만 재발이 잦은 질환의 특성과 효과 좋은 약제가 많지 않았던 탓에 재발의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고. 하지만 재발이 거듭될 수록 몸은 더 망가졌다. 현재 노반트론과 리툭시맙으로 치료를 받으며 재발을 억제하고 있지만 치료받는 시간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로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박보람 씨가 맞고 있는 리툭시맙은 시신경척수염이 아닌 림프종에 허가된 치료제다. 그동안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의 경우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허가초과 약제로 재발을 억제해왔다.
경제성 평가 면제제도를 통해 사트랄리주맙(엔스트링)과 에쿨리주맙(솔리리스)이 허가돼 급여까지 적용됐지만 최근 2개월 이내 적어도 2번(엔스트링), 최근 1년 이내 적어도 2번, 2년 이내 3번(솔리리스)의 재발이 있고 리툭시맙을 3개월 이상 투여했으나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으로 투여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에만 급여된다.
박보람 씨는 "지금까지 주사에 대한 공포가 심했지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재발에 대한 트라우마가 더 컸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신약 치료를 받으려면 이러한 조건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약이라는 게 사람을 건강하게 해주기 위해 만든 것 아닌가, 왜 나를 다 죽어가게 만든 다음 산소호흡기를 끼워주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속상하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허무했다"고 토로했다.
국립암센터 김호진 교수는 "시신경척수염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가장 활발한 30~40시기에 발병하고 환자의 90%가 여성으로 가정 및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한번의 재발로도 심각한 신경손상을 일으켜 장애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한번 진행된 신경손상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초기부터 재발 예방 및 치료에 최적화된 치료옵션을 선택해 관리해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개인의 질환 부담을 비롯해 질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시신경척수염 신약 가운데 사트랄리주맙의 경우 경제성평가자료제출생략(경평생략)제도를 통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환자수가 200명 내외로 소수이거나 대체제가 없고 소아에 사용되는 약제, 근거 생산이 곤란한 경우, 미국, 영국 등 8개국 중 3개국 이상에서 공적으로 급여된 경우 경평생략 트랙으로 건강보험에 등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5년 5월 경평생략제도가 도입됐지만 지난 7월까지 이 제도를 통해 등재된 약은 39개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에 불과하고, 허가 후 급여까지 장기간에 걸쳐 어렵게 등재됐음에도 제한적 급여기준 때문에 정작 치료제는 장애를 얻은 다음에나 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평생략제도 좋은 제도 맞다. 하지만 시신경척수염 치료제로 정식 허가 받은 약제들의 경우 건보등재에도 불구 급여기준에 따라 허가 초과 약제 사용 후 재발로 인한 비가역적 장애를 겪고 나서야 (신약을)사용토록 한 것은 문제"라며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치료적 필요가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정식 허가 받은 치료제가 있기 전 사용된 허가초과약제와는 별개로 급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평생략제도를 통해 급여권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급여기준 탓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희귀질환은 척수성근위축증(SMA) 또한 마찬가지다.
이날 SMA 환우회를 대표해 참석한 문종민 회장은 "SMA 환우들은 가장 행복한 환우이면서 가장 불행한 환우"라고 운을 뗐다.
문종민 회장에 따르면 국내 SMA 환자는 200명 내외다. SMA 치료제로는 2019년 스핀라자가 건강보험에 적용되기 시작한 이래 졸겐스마, 에브리스디 등 3개 치료제가 급여권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문 회장은 "SMA의 경우 유일하게 치료제가 3개나 있음에도 제한적인 급여 기준 때문에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SMA 치료제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용승인을 신청하고 심평원 승인 후 투약해야 한다. 18세 이전에 관련 증후 내지는 징후가 있다는 의무기록을 첨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문 회장은 "심평원에서는 18살 이전에 아팠다는 증빙을 의무기록에 맞추고 있다. 그런데 병의원에서 의무기록을 보관하도록 돼 있는 법적 의무기간은 10년"이라며 "그런 상황인데 40~50대 환자들의 18살 이전 의무기록이 남아있을 수 있겠나.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문 회장은 "이들이 증상이 발현돼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는 SMA 치료법이 없었다. 병원에 가도 받을 수 있는 치료가 없어 환자들이 더이상 (병원에)다닐 이유가 없던 때"라며 "때문에 SMA 환자 중 40~50대 환자들의 경우 증상 발현 시점을 증명할 길이 없어 사전승인에서 탈락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문 회장은 "희귀질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고려를 바탕으로 사전승인제도를 운영을 해 주기를 바란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주치의 소견이나 장애진단서 등 담당 의료진의 전문적인 판단을 인정하고, 치료적 필요가 있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치료의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 공지연 부장은 "의료의 미충족 수요가 큰 약제에 대해서는 접근성을 강화하되 임상적, 재정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따라서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측면의 약제에 대해서는 진입 장벽은 낮추고 등재 후 임상적 유용성 등 자료를 확인하고 사후 치료 성적을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공 부장은 "결국 등재 이후에 사후 관리가 제대로 돼야 신속 등재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들이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심평원은 성과 기반 환급 약제 등의 임상 성과 평가 절차 명확화 등 관련 규정을 개정했고, 임상 근거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 간접 비교 지침 개정을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경평생략 약제의 불확실성 관리를 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LWD나 LWE와 같은 사후 관리 대상 약제 선정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신경척수염 신약들의 재발 횟수와 관련해서는 "재발 이력을 고려해 급여기준이 마련된 것이기는 하다"면서도 "리툭시맙의 경우에는 현재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없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근거의 변화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급여기준 개선 요청을 해주면 최신 임상근거와 재정역량 등을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SMA 환자들의 의무기록과 관련해서는 "주치의 소견서 등을 증빙 자료로 인정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 검토 중"이라며 "추후 관련부서 검토가 끝나면 추가할 수 있는 참고 자료 등에 대해 안내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개선 해법으로 사전승인제도를 '선 급여 후 평가'로 바꾸고 희귀질환 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국립암센터 김호진 교수는 "신약이 들어와서 급여가 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린다. 사전승인제도가 있지만 우리도 일본 등과 같이 승인이 되면 바로 쓸 수 있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선 급여 후 평가로 급여기준을 고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건강보험재정을 통해 모든 환자들을 다루다보니 유연함이 떨어진다며 "별도의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기금을 마련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