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섬유종증 대표증상 '총상신경섬유종' 치료제 효과 국내 첫 발표
성인 30명 포함 89명에 투여 결과 '총상신경섬유종' 크기 41% 감소
서울아산병원 "다학제 치료시스템 바탕…성인에 급여 범위 확대를"

이범희 교수가 신경섬유종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이범희 교수가 신경섬유종증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유전성희귀질환 '신경섬유종증'에 나타나는 대표증상 '총상신경섬유종'을 치료하는 '셀루메티닙'의 치료 효과가 한국 환자에서 확인됐다. 더불어 세계 최초로 성인 환자에서 셀루메티닙의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신경섬유종증은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피부와 중추신경계에 이상을 보이는 신경피부 증후군이다. 여러 신경섬유종증 아형 중 신경섬유종증 1형이 가장 흔한데, 인구 3,000명 당 1명꼴로 나타난다. 국내에는 1만여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양이 불규칙하며 단단한 종괴인 ‘총상신경섬유종’은 신경섬유종증 1형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대부분 수술이 어려워 고가 약제인 ‘셀루메티닙’이 사용되고 있는데,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셀루메티닙 연구 결과가 처음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범희·나영신·김혜리·윤희망 교수. 사진 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은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소아신경외과 나영신·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김혜리·영상의학과 윤희망 교수팀이 2019년 5월부터 2021년 12월 내 신경섬유종증 1형 및 총상신경섬유종으로 셀루메티닙을 투여한 89명의 환자들의 최대 104주 후까지의 치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총상신경섬유종 크기가 평균 약 41% 감소했다고 23일 밝혔다.

89명 중 88명(98.9%)의 환자에게 총상신경섬유종의 평균 40.8%가 감소했다. 1명에게는 치료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종양 크기가 20% 이상 감소한 것을 의미하는 ‘부분 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81명(91%)이었다.

89명 중 19세 미만 소아 환자 59명의 총상신경섬유종 크기는 평균 약 39% 줄어들었으며, 19세 이상 성인 환자 30명은 약 42%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종양 크기 감소 외에도 신경섬유종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신경인지 기능 저하, 카페오레(커피색) 반점, 성장 저하 등에 대한 셀루메티닙의 치료 효과를 분석해 세계 처음으로 발표했다.

웩슬러 검사를 통한 신경인지 기능 검사에서 소아 환자들의 언어 이해 능력, 소아 및 성인 환자들의 지각 추론 능력, 지능 지수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카페오레(커피색) 반점 농도도 30% 이상 옅어졌다.

신경섬유종증 1형 중 절반의 환자에게 나타나는 ‘총상신경섬유종’은 신경을 따라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불규칙적이고 딱딱하지 않은 섬유종이다. 주로 얼굴 피부나 척추 신경 근처에 발생해 외모 손상과 주변 장기 압박, 통증 등을 유발하며, 일부가 악성으로 바뀔 수도 있다.

셀루메티닙 개발 전에는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셀루메티닙’이 개발돼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2024년부터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과정에서 연구팀의 중간 연구 결과가 바탕이 되었는데, 최종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최근 발표된 것이다.

이 연구를 이끈 이범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서울아산병원의 다학제 희귀질환 치료 시스템의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다”며 “현재 셀루메티닙 치료제는 소아 총상신경섬유종 환자에게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로 성인 환자에게도 치료 효과 및 안정성이 입증돼 급여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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