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뇌 질환 노년층 삶의 질 위협…‘잘 지내자는 마음가짐’ 중요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20%를 넘어서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이 노년층 건강에 주요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파킨슨병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하나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노년층에게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적절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손‧발이 떨리거나 행동이 느려지는 파킨슨병 주요 증상
파킨슨병은 주요 초기 증상으로 손‧발이 떨리는 진전과 몸이 굳어지는 강직, 행동이 느려지는 서동, 보행장애와 균형장애가 나타난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동작이 어색해진다. 말소리가 잘 나오지 않거나 표정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비운동증상이 전조증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대표 전조증상으로 렘수면행동장애와 후각 소실, 변비, 소변 장애, 기립성저혈압, 우울증 등이 손에 꼽힌다. 이 가운데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 90% 이상은 길게는 20년 후 파킨슨병 또는 파킨슨증후군 같은 연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파킨슨병으로 진단된 환자 가운데 30~50%는 렘수면행동장애가 함께 온다. 이들 전조증상이 파킨슨병 선행 인자일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만으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는 없어 추가 검사를 한다.
파킨슨병은 신경과 전문의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진단한다. 추가로 뇌자기공명영상(Brain MRI)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진단과 감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차성 파킨슨증후군이나 비전형 파킨슨증후군 같은 다른 질환과 구분이 필요하면 포도당 PET(FDG-PET)나 도파민 운반체 PET 검사가 필요하다. 환자 증상에 따라 혈액검사와 인지기능검사, 수면검사 등을 추가로 한다. 이러한 평가들은 질환의 경과와 예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완치 어렵지만 적절한 관리로 건강한 삶 이어가
파킨슨병은 약물치료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완치보다 증상을 완화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까지 파킨슨병 진행을 멈추거나 늦추는 효과가 있는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전문의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약물치료를 시작할 때는 환자 나이와 직업, 사회 활동 정도, 질병 중증도, 불편을 느끼는 증상, 약물 복용 기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장기 치료 계획이 중요하다. 환자 상태와 상황에 따라 약물 종류와 용량을 조절한다. 파킨슨병은 평생 약을 복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질환인 만큼 파킨슨병 전문의의 지속적인 진료와 동행이 필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근육통과 허리 통증, 관절 강직 같은 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심하면 관절이 굳고 근력이 약해져 움직임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 약물치료 과정에서도 근육 이상이나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을 완화하기 위해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물리치료는 굳어진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고 운동량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자세 교정과 보행 훈련, 언어 치료가 환자의 기능 회복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준다. 파킨슨병 환자는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질병 진행을 늦추기 위해 수영과 걷기‧체조 등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어지거나 부작용이 심해 약 복용에 어려움이 있으면 전문의는 환자를 평가해 ‘심부뇌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같은 수술 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환자 연령과 증상, 약물 반응, 인지장애나 우울증 등 동반 증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결정한다.
파킨슨병이 발병했다면 남은 일생을 함께하는 친구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의학기술로 파킨슨병을 완치하기 어렵지만, 질환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삶의 질과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질환에 끌려다니며 불편함에 매몰되기도 하지만, 질환을 친구처럼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환자들은 더 나은 삶을 이어가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신경과 이지은 교수는 “파킨슨병은 감기처럼 단순히 약을 처방받고 끝나는 질환이 아니다. 평생 약물을 조절하며 관리해야 하는 만큼 파킨슨 전문의와 꾸준히 동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파킨슨병‧파킨슨증후군의 진단과 약물치료, 중증 환자의 재활치료 및 정신적 증상 관리에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