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홍석경 교수에게 듣는 '집중치료후증후군'

중증감염에 의한 패혈증, 중증외상, 대량출혈, 수술 후 합병증에 의한 장기부전 등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뒤 겪는 특이한 증후군이 있다. 바로 '집중치료후증후군'이 그것이다. 집중치료후증후군 발생률은 36~76%에 달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중증감염에 의한 패혈증, 중증외상, 대량출혈, 수술 후 합병증에 의한 장기부전 등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뒤 겪는 특이한 증후군이 있다. 바로 '집중치료후증후군'이 그것이다. 집중치료후증후군 발생률은 36~76%에 달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중증감염에 의한 패혈증, 중증외상, 대량출혈, 수술 후 합병증에 의한 장기부전 등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뒤 겪는 특이한 증후군이 있다. 바로 '집중치료후증후군'이 그것이다. 집중치료후증후군 발생률은 36~76%에 달할만큼 높은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홍석경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에서 집중치료증후군에 대해 "집중치료 후 발생하는 후유증으로 신체기능 저하, 인지기능 저하, 정신건강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상태"라며 "생사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이고 어렵게 치료에 성공한 중환자들이 생존의 기쁨은 잠시이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집중치료증후군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홍석경 교수는 "집중치료후증후군이 발생한 환자는 퇴원 후 독립적인 일상생활로 복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돌봄이 필요하거나 적지 않은 경우에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중환자실 난민이 되기도 한다"며 "이러한 문제는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돌봄을 담당하는 가족을 넘어 사회 전체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짚었다.

최근에는 집중치료후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환자 수도 증가 추세여서 관심이 집중된다.

홍 교수는 "고령 환자의 증가, 고위험 시술 및 수술 증가, 장기이식·항암치료 등으로 인한 면역저하 환자의 증가, 메르스·코로나19와 같은 감염질환의 대유행 등으로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의료 발전과 함께 치료 성적도 호전돼 생존자들이 늘어나게 됐다"며 "그에 따라 생존자들 중 집중치료후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환자들도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출처=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
그래픽 출처=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

이런 까닭에 며 중환자실 치료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홍 교수는 "환자, 보호자, 중환자실 의료진 모두 어떻게든 환자를 살리는 것만이 치료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령에 상관없이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인식의 변화와 돌봐줄 가족이 줄어드는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해 집중치료후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이를 예방, 치료하기 위한 노력을 중환자실에서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노력이 바로 ABCDEF 묶음 치료와 함께 신체 재활을 포함한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을 중환자실부터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다. ABCDEF 묶음 치료에서 A는 '통증을 충분히 조절한다'는 것이고, B는 '스스로 호흡하게 유도한다'이며 C는 '편안하게 진정제를 사용한다', D는 '섬망을 적극적으로 조절한다', E는 '조기에 재활을 시작한다', F는 '가족을 치료에 적극 참여시킨다'이다.

가장 핵심은 중환자재활이다. 홍석경 교수는 "아직 미처 회복되지 않은 중환자에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재활을 적용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중환자의학 의사, 간호사, 재활의학과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중환자실에서부터 조기에 시작하는 다양한 재활과 함께 의료진, 보호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집중치료후증후군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중환자재활은 어떤 치료로 구성돼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신체재활과 인지재활, 작업재활, 연하재활이다.  

홍 교수는 "신체재활은 근력 강화, 유산소운동, 관절운동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신체 재활은 인공호흡기에서 독립해 스스로 호흡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로 인해 중환자실로부터 빨리 퇴원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며 "또 낮 시간에 신체운동을 함으로써 밤에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고 섬망도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신체재활의 효과가 있다. 홍석경 교수는 "앉거나 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환자 스스로 인지하게 되면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협조하는 부가적인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인지재활은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는 기억력, 주의력, 판단력 등 손상된 인지기능을 회복하고 환자가 일상생활에 성공적으로 복귀하도록 도와주는 재활치료이다. 또 작업치료는 환자의 신체·인지 능력에 맞춘 활동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근력 및 협응력 향상, 인지기능 회복, 심리적 안정 등에 도움을 준다. 연하재활은 중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연하장애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게 도와준다.

홍 교수는 "중환자에게는 기관삽관, 장기간의 인공호흡기 사용, 근력 약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연하장애가 발생하며, 이는 영양부족, 흡인성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며 "연하재활은 환자의 삼킴 기능 회복을 촉진하고 안전한 영양 섭취와 장기적인 건강을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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