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경척수염 환자 아버지, 국민동의청원…"한번 재발로 실명"
재발돼야 쓸 수 있는 허가기준도 문제…"제발 실사라도 나와 달라"
"조기치료 기회 주는 것 희망 넘어 생산성과 존엄 지키는 일"

시신경척수염(NMOSD) 범주질환을 앓고 있는 박모씨의 아버지가 효과 좋은 신약을 두고도 건강보험이 적용 안돼 딸이 부작용이 많은 항암제와 면역억제제로 버티고 있다며 NMOSD 치료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34년간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나라가 어려울 때 몸 바쳐 지켜왔다는 아버지 박씨는 지난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NMOSD를 앓고 있는 딸의 상황을 공유하며,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진단 직후부터 효과 좋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씨에 따르면 NMOSD를 앓고 있는 딸은 17살이 되던 무렵, 갑작스럽게 시력을 잃었다. 두 달이 멀다 하고 재발해 수십 차례 입퇴원을 반복해 가며 치료를 이어왔지만 NMOSD라는 병명을 진단 받기까지 5년이 걸렸다. 5년 동안 박모양은 다발성경화증(MS)으로 잘못 진단돼 효과 없는 치료를 받으며 돈과 시간과 허비했다. 

5년만에 자신의 병이 NMOSD라는 희귀질환임을 알았지만 이미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상태. 현재 박모양은 시각장애와 지체장애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NMOSD의 반복적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증상을 중지시키는 면역억제 치료가 필요하다. 기존 면역억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이 반복되는 경우, 체내의 B림프구를 모두 제거하는 ‘리툭시맙’이라는 항암제를 투여하게 된다. 그러나 리툭시맙을 투여 중인 박모양은 부작용(호흡곤란 등)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버지 박씨는 우리나라의 치료 환경은 NMOSD 환자들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재발률이 0%인 신약을 포함 여러 신약이 국내에 허가됐지만 1년 넘게 급여가 지연되며 여전히 환자들은 재발의 위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NMOSD는 단 한 번의 재발을 막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라면서 "그런데 왜 재발 0%의 신약이 나왔음에도 NMOSD 환자들은 재발을 해야만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일본에서는 NMOSD 진단 후 이러한 신약을 조기에 사용할 수 있어 실명이나 마비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아직도 현장 실사 한 번 하지 않고, 탁상공론만으로 기준을 만든다. 제발 딸 같은 환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실사라도 한번 나와달라"고 토로했다.  

박씨는 "부작용까지 고려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제 선택권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리툭시맙 이후 재발 시 허가 받은 모든 신약을 바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NMOSD 치료제들은 약제에 따라 재발을 1~2회 거쳐야만 쓸 수 있다. 이미 임상시험에서 무재발을 기록한 신약이 국내 허가돼 있기도 하다.

박씨는 "NMOSD는 재발을 막는 예방이 치료의 우선"이라며 "진단 직후부터 효과 높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해 달라.  단 한번의 재발로도 생길 수 있는 실명과 마비를 막아야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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