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병, 다양한 이상 증상 초래…심장병·뇌경색·콩팥병 이행도
'극심한 통증' 유발할 수도…피부에 붉은색 혈관각화종 생기기도
찌는 듯한 여름 더워에 얼굴이 터져나갈 듯 붉은데 땀이 잘 나지 않는다면 의심해봐야 하는 병이 있다. X염색체의 GLA 유전자 돌연변이로 몸 안에 알파갈락토시데이즈-A 효소가 결핍돼 '글로보트리아실세라마이드'라는 당지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계속 세포 내에 쌓여 신경, 신장(콩팥), 심장, 눈, 피부 등에 다양한 이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유전성희귀질환 '파브리병'이 그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는 유튜브 채널 '홍그루의 심장구조대 HEART RANGERS'에서 "파브리병은 당지질이 어떤 세포에 더 많이 쌓이냐에 따라서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며 또 당지질을 분해하는 알파갈락토시데이즈-A가 얼마나 없으냐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와 시기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파브리병은 2가지 종류로 나뉜다. 바로 '클래식 파브리병'과 '레이턴트 파브리병'이 그것이다. 홍그루 교수는 "클래식 파브리병 환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전혀 효소가 없는 환자인데, 주로 남자들이 많다"며 "레이턴트 파브리병은 효소가 약간 떨어져 있어서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경우"라고 말했다.
클래식 파브리병은 레이턴트 파브리병에 비해 증상이 심하다. 홍 교수는 "알파갈락토시데이즈-A 효소가 완전히 없는 환자는 몸 안에 태어날 때부터 계속 당지질이 쌓이기 때문에 굉장히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활성도만 조금 떨어져 있고 어느 정도의 기능이 남아있는 레이턴트 파브리병 환자들은 30~50대까지 증상이 크게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클래식 파브리병 환자들은 굉장히 심한 질병으로 빠르게 이행될 수 있다. 홍그루 교수는 "클래식 환자들은 굉장히 몸 안에 있는 세포에 당지질이 많이 쌓여있어 심장도 굉장히 두꺼워져 있고, 콩팥도 굉장히 나빠져서 30~40대에 벌써 투석을 시작하는 환자도 있다. 또 30~40대에 뇌경색 증상이 생겨서 실제로 반신불수가 되거나 뇌경색이 생긴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흔히 클래식 파브리병 환자는 극심한 통증 문제를 겪기도 한다. 홍 교수는 "클래식 파브리병 환자들은 어릴 때 굉장히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손끝, 발끝 당지질이 신경세포에 쌓이기 때문에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생겨서 통증의학과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따른 전형적인 파브리병 증상은 땀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그루 교수는 "우리 몸 안에 땀샘에 당지질이 축적이 돼 땀이 나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 굉장히 더운데도 불구하고 전혀 땀을 흘리지 않고 그냥 얼굴만 벌게져 굉장히 괴로워한다"며 "이런 사람들은 한번쯤 전형적인 파브리병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파브리병 증상이 다 있는 환자는 사실 많지 않다. 홍 교수는 "이런 증상이 다 있는 사람들은 사실 전체 파브리병 환자의 30~40%"라며 "나머지 환자들은 심장에 당지질이 많이 쌓여 심장이 두꺼워져 생기는 심부전증이 있을 수도 있고, 어떤 환자는 콩팥이 나빠져서 원인 모르는 단백뇨가 있어서 검사하다가 파브리병이 발견되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파브리병은 여러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홍그루 교수는 "어떤 파브리병 환자는 피부에 굉장히 붉은 색의 도돌도돌한 혈관각화종이 생긴다"며 이 외에도 당지질이 어떤 세포에 많이 쌓여있느냐에 따라 파브리병의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