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삼성병원 이혜빈 교수에게 듣는 '직장암 방사선치료'

직장암을 수술하지 않고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없앨 수 있을까? 또 방사선치료만으로 직장암에서 정말 완치될 수 있을까?

강북삼성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혜빈 교수는 유튜브 채널 '강북삼성병원'에서 "암의 종류나 상태에 따라 수술 없이도 방사선치료만으로 암을 없애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초기 성대암, 항문암, 일부 폐암, 전립선암 등은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혜빈 교수는 "완치 목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많이 시행한다. 물론 암의 종류, 병기,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방사선치료만으로 암이 완전히 없어지는 경우도 많고, 수술이나 항암치료와 병행해 완치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직장암을 수술하지 않고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없앨 수 있을까? 또 방사선치료만으로 직장암에서 정말 완치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직장암을 수술하지 않고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없앨 수 있을까? 또 방사선치료만으로 직장암에서 정말 완치될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직장암이 속한 '대장암'은 보통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는데, 왜 직장암은 방사선치료를 하는 것일까? 이 교수는 "직장암은 골반 안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서 수술이 까다롭고 암이 있던 자리에서 재발하는 국소재발의 가능성이 높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또 항문과 가까이 있어 항문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도 직장암 치료의 핵심 목표 중 하나"라며 "그래서 방사선치료를 수술 전·후에 추가해 암의 재발을 줄이고 항문 보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장암은 왜 보통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는 것일까? 이혜빈 교수는 "(직장암을 제외한) 다른 부위의 대장암은 상대적으로 국소재발의 확률이 적기 때문에 보통은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직장암에서 방사선치료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방사선치료는 모든 직장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게 아니고, 암의 진행 정도와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며 "암세포가 직장벽을 뚫고 주변 조직까지 침범한 '국소진행성 직장암'일 때 방사선치료를 많이 한다. CT·MRI 같은 영상검사에서 주변 림프절 전이가 의심될 때도 한다"고 말했다. 

진행된 암에서만 방사선치료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혜빈 교수는 "조기암도 종양이 항문과 너무 가까운 위치에 있는 경우, 수술하면 항문을 못 살리고 영구적으로 장루를 달아야 하는 경우, 항문을 힘들게 보존해도 배변 기능이 심하게 나빠져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질 수 있다면 수술 전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해 암의 크기를 최대한 줄여 항문의 기능을 보존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때 방사선치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이 교수는 "먼저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 10명 중 1~2명 정도는 운이 좋게도 이 치료만으로도 암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엔 수술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경과 관찰을 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장기에 암이 전이된 4기 직장암도 방사선치료를 할까? 그렇다. 이혜빈 교수는 "예전에는 전이가 있으면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인식했는데, 최근에는 전이가 있더라도 그 개수가 많지 않으면 적극적인 종양 통제를 통해 오래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전이암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치료하게 됐다"며 4기 직장암에서 방사선치료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제한적 전이암(Oligometastasis, 희소 전이암, 암이 원발 부위에서 1~5곳의 소수 부위에만 전이된 상태)은 보이는 암들을 방사선치료 같은 국소치료로 최대한 제거해 전신 항암치료를 쉬는 시간을 늘리고 생존기간도 잠재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요즘은 SBRT(Stereotactic Body Radiation Therapy, 정위방사선치료) 같은 고정밀방사선치료 기술이 발달해 전이된 암이라도 치료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직장암일 때 방사선치료를 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일까? 이혜빈 교수는 "직장암의 경우, 골반에 방사선을 주기 때문에 그 안의 장기가 살짝 예민해진다. 골반에 있는 장기가 대장, 소장, 방광 등인데, 이들 장기가 방사선의 영향을 받아 생기는 증상들로 배변 횟수 증가나, 설사, 항문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는 배뇨 횟수 증가나 배뇨통 등의 배뇨자극 증상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간혹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적절한 투약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 치료 2~3주차부터 발생되며 치료가 끝나면 3~4주에 걸쳐 점차 호전된다"고 설명했다.

방사선치료 중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방사선치료를 받는 부위의 피부가 민감해질 수 있기 때문에 뜨거운 찜질이나 마사지는 피하고, 파스나 접착성 밴드도 사용하면 안 된다. 연고 같은 외용약도 피부막을 형성해 방사선과 작용하므로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외용약 사용이 필요한 경우 치료 전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방사선치료 기간 동안 몸을 씻는 것에는 큰 제약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직장암에서는 없다. 이혜빈 교수는 "샤워는 자주 해도 괜찮다"며 "향이 없는 순한 비누를 사용하고 미지근한 물로 씻고 부드럽게 닦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방사선치료 기간 동안에는 무리한 운동 보다 가벼운 활동을 권장하고, 탈수되지 않도록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 속설로 '방사선치료 중에는 고기를 먹지 말라'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맞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이 교수는 "기름기 많은 부위가 아니면 고기를 먹어도 괜찮다"며 "오히려 치료 중에는 단백질 보충을 위해 기름기가 적은 고기나 두부, 생선, 계란 등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방사선치료 중 식이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혜빈 교수는 "골반이나 복부 쪽으로 방사선치료를 받는 경우, 너무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 매운 음식은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생야채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나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음식도 마찬가지여서 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 중에는 소화가 잘 되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한 번에 많은 양보다는 소량으로 나눠 여러 번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또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 만약 설사가 심할 경우 이온 음료를 같이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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