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의원·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23일 정책토론회 개최
의사와 환자 토론자로 나와 희귀질환 치료현실 생생하게 증언
심장 침윤 시 1년 사망률 40%에 달하는 아밀로이드증
전은석 교수 "약가결정 지연에 치료제 있어도 못써"
눈 앞에 치료제가 있어도 까다로운 건강보험 급여기준이나 약가 결정 지연으로 처방이 불가능해 제약사 무상공급에 기댈 수밖에 없는 희귀질환자들이 적지 않다.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이뤄질 경우 예후가 좋아질 수 있지만 제도탓에 마음대로 치료할 수 없는 의료진으로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23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한국희난치성질환연합회는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정책과 제도의 현실'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지난 5년간의 희귀질환 종합관리계획 성과를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대안을 검토했다.
이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전은석 교수는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환경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아밀로이드증 환자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전하며 특징적인 기전이 치료제 공급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실정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밀로이드증은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골수 혹은 간에서 생성돼 아밀로이드라는 일종의 섬유질이 생기고, 이 아밀로이드 섬유질이 전신 장기에 침착되면서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타입으로는 AL 아밀로이드증이 있으며, 골수의 형질 세포에서 만들어진 비정상적인 항체 단백질이 다양한 조직(특히, 심장, 신장, 말초 및 자율 신경계) 등에 침착, 해당 장기에 기능 부전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전은석 교수는 "아밀로이드증은 증상이 여러단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의 75%가 진단될 때까지 3명의 의사를 거치게 되고 2/3 정도가 진단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조기진단이 어려운 질환"이라며 "심장 침윤이 있는 경우 1년 사망률이 40% 정도로 암 보다도 예후가 더 나쁘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아밀로이드의 경우 심장이나 콩팥, 간 다음에 여러 신경계를 다 침범하기 때문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때문에 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학제 진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2008년 이후로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 2008년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결과 다학제 진료를 시작하고 난 뒤부터 환자의 예후가 현격히 좋아졌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또 "아밀로이드증의 경우 다발성골수종에 준해서 치료하는데 다발성골수종의 경우 순차적으로 치료효과를 확인해보면서 쓰도록 돼 있다. 효과가 없어야 쓸 수가 있다"면서 "하지만 심장 침윤이 있는 환자들은 그 과정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기다리는 동안 다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 교수는 "아밀로이드증 치료제로 '빈다겔'과 '빈다맥스' 등이 승인을 받았지만 약가가 결정이 되지 않아 환자들한테 사용할 수 없어 현재는 무상공급을 통해 (약을)쓰고 있다"며 "정확한 진단이 되면 진료는 빠를수록 좋은데 다양한 치료제가 있음에도 보험 적용을 위한 조건이나 약가 때문에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 조기치료가 가능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된다면 초기 사망률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희귀질환의 경우 치료제 개발이나 보험약가 등도 중요하지만 그 질환을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네셔널센터를 설립하는 것도 환자들의 예후를 좋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치료제가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고 희망"
이날 환우회 대표로 참석한 아밀로이드증 환우회 김동현 회장은 '희귀질환 신약의 신속한 급여화 및 지원강화를 기다리는 환자의 제안'이라는 발표를 통해 "희귀질환 대부분 약이 없거나 개발 또는 임상시험 단계이다. 치료제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치료제가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고 큰 희망이 된다"고 했다.
김동현 회장은 "희귀질환자들이 가장 처음 겪는 공통적인 고통은 진단방랑"이라며 "저로서도 증상이 나와 진단이 되기까지 14년이 걸렸다. 이 기간동안 희귀질환자들은 절망감과 좌절감을 겪는 시기를 보내게 된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확진 받고 치료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환자들은 다시한번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요즘은 그 절망의 시기가 단축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치료제가 있어도 사용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좌절과 실망, 절망을 넘어 분노, 국가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정부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