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병명 '22번 장완 11.2 미세결실 증후군'
캐치22 증후군·디조지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심장질환·특징적 얼굴·면역기능이상 나타나
감정 조절·사회성 취약…부모가 적극 관리를
병은 하나인데, 이름은 여러 개인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22번 염색체 미세결실 증후군'이라는 조금 난해한 이름의 질환이 그 주인공이다. 공식 병명은 '22번 장완 11.2 미세결실증후군'이다.
이 병은 캐치(CATCH)22 증후군, 디조지(Di Georges)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증상에 따라 정말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VCFS(Velocardiofacial 증후군), Shprintzen 증후군, CTAFS(Conotruncal anomaly face 증후군), 타카오(Takao) 증후군, 오핏쯔 G/BBB 증후군, Cayler Cardiofacial 증후군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유튜브채널 '엔젤스푼TV'에서 "예전에는 캐치22 증후군, 디조지 증후군 등으로 얘기를 했는데, 이 단어가 가진 안 좋은 부정적 이미지들이 있어 그런 것을 배제하기 위해 염색체를 기준으로 22번 장완 11.2 미세결실증후군으로 공식 병명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식 명칭에 대해 "22번 염색체의 장완(한쌍의 염색체 중 긴 쪽을 칭함) 11.2 위치에 미세결실이 있는 증후군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2번 장완 11.2 미세결실증후군은 선천성 심장 기형(Cardiac defect), 눈매가 좁고 눈이 가늘며 코가 뭉툭하고 사춘기쯤 광대뼈와 턱이 도드라지는 특이한 얼굴 형태(Abnormal face), 면역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흉선의 형성부전(Thymic hypoplasia·aplasia), 입천장이 갈려져 있는 구개열(Cleft palate), 저칼슘혈증(Hypocalcemia)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 캐치(CATCH)22 증후군으로 불렸다.
또 1965년 의사 디조지(Di Georges)가 신생아 시기에 부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고 혈액의 칼슘 농도가 낮으며 면역이 약해 쉽게 감염을 일으키고 태어날 때부터 심장질환이 있는 아이에 대해 의학계에 보고하면서 디조지 증후군이라 명명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22번 장완 11.2 미세결실증후군(22q11.2 deletion syndrome) 국제연합회는 여러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증후군의 질환명을 하나로 통합 관리하는 캠페인인 'Same Name Campaign'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질환명에 대한 혼란을 막고 연구 및 지원에 대한 통합된 접근이 이뤄져 환우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22번 장완 11.2 미세결실증후군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질환으로, 유병률은 4,000~5,000명 당 1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개 환아에게 선천적 심장질환, 발달 지연이 나타나 산부인과 전문의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의학유전학센터로 의뢰하면서 진단된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이범희 교수는 "특징적인 얼굴 형태와 심장병 등의 증상을 종합해 이 병을 의심하고, 진단은 혈액검사로 유전검사를 한다"며 "일반 유전검사로는 찾기 어렵고 미세변이검사, 형광제자리부합법검사가 확진 검사"라고 말했다.
미세변이검사(Chromosome Microarray)는 기존 염색체 검사로 확인하기 힘든 염색체 미세 변이를 탐지할 수 있는 검사다. 형광제자리부합법(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m) 검사는 염색체를 형광으로 염색해 DNA 염기서열의 유무와 위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한쪽이 정상이고 한쪽은 미세결실이 있는 것을 확인 뒤 진단한다.
22번 장완 11.2 미세결실증후군은 스펙트럼이 넓은 질환이다. 이 교수는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바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고 증상이 약해서 모르다가 자녀가 진단받은 뒤 부모가 질환을 알게 되기도 한다"며 진찰과 임상 증상만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22번 염색체 미세결실증후군은 산전유전자검사로 미리 알 수 있으나, 일반 염색체 검사로는 찾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교수는 "태아에게 심장질환이 발견될 때 미세변이검사를 해서 진단한다"며 산전유전자검사에서 정상이었는데도 이 병을 진단 받은 아이들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유전질환이지만 부모 모두에게 이 질환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환아의 동생은 대부분 정상으로 태어난다. 그러나 환아와 부모 중 한 명에게 질환이 있으면 동생도 같은 질환이 될 확률이 50%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부모 모두에게 질환이 없는데 아이에게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없다. 이범희 교수는 "다만 22번 염색체 장완 11.2 부위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결실이 잘 생길 수 있는 취약 부위기는 하다"며 "엄마와 아빠 염색체가 만날 때, 꼬임 현상도 일어나고 다시 붙기도 하는데, 그러다 우연에 의해 그 부분이 떨어져 나간다"고 말했다.
이 질환으로 진단되면 심장, 콩팥, 갑상선, 면역 기능을 체크하고, 저칼슘혈증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무증상인 채로 진단된 환자에게도 모든 검사가 동일하게 이뤄진다. 이 교수는 "큰 문제가 없어서 성인기까지 기능 이상을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며 "대부분 아주 심각한 문제가 나오는 경우는 없는데, 심장병이 있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지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 뒤에는 증상에 따라 치료를 한다. 심장의 경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감염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면역 기능에 대한 전반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또 혈액 내 칼슘 수치가 떨어져 있으면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또 콩팥에 이상이 있는지도 보고, 구토가 심한 아이들의 경우 위식도역류가 있는지도 같이 확인한다. 이 병의 응급상황은 혈액 내 칼슘 수치가 떨어질 때 나타나는 경련이다. 때문에 경기 증상에 대한 모니터링도 중요하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정상적으로 아이들이 성장하는지 발달 체크를 하는 것이다. 성장이 더디거나 체중 증가가 잘 이뤄지지 않는 아이는 그에 맞춰 영양상담도 필요하다. 이 아이들에게는 인지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때 IQ는 70대 후반 정도를 보인다. 인지치료를 통해 IQ를 조금 더 올릴 수 있다.
이 교수는 "근육 발달이 괜찮은지, 인지 발달이 괜찮은지 정기적으로 체크해서 재활의학과에서 진료를 보게도 한다"며 "또 연령이 올라가면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도 있는데, 입천장이 좀 헐겁기 때문에 발음이 약간 새는 느낌, 콧소리가 많은 느낌이 있어 언어치료를 병행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성장기의 22번 염색체 미세결실증후군 환아에게 중요한 것은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다. 이범희 교수는 "취약점이 감정 조절이나 사회성 부족이어서 아주 안 좋은 경우 친구들로부터 고립돼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다보면 망상 비슷한 생각들을 갖게 된다던지 그럴 위험성이 많지는 않지만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 적응 능력이 떨어지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고, 부적응 때문에 가족 전체가 힘들어지기도 한다"며 "부모에게 아이가 주변인들과 잘 지내는 법을 어릴 때부터 잘 습득하도록 주안점을 둬 양육하라고 조언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어린이집을 빨리 보내고 IQ가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특수학급이 아닌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이 교수는 권했다. 부모의 주의 깊은 관심 아래 다른 아이들과 평범하게 어울릴 수 있게 하고 좀 더 밝게 키우라고 이범희 교수는 마지막으로 환아의 부모에게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