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이범희 교수가 말하는 '신경섬유종증'
NF1·NF2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국내 가장 흔한 유전성희귀질환"
국내 환자만 7,000명 이상 예상…몸 안팎 여러 개의 신경섬유종有
저신장·머리 큰 특징도…심장판막질환·모야모야병·지스트 위험↑
섬유종, 대부분 양성 종양…일부 악성으로 진행·5년 생존율 50%↓
섬유종 성장 관련 신호전달체계 억제하는 '셀루메티닙' 국내 허가

 

몸에 6개가 넘는 카페오레 반점과 함께 겨드랑이·사타구니 등과 같이 접히는 몸 부위에 깨점이 있으면 의심해봐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신경섬유종증이다. 

신경섬유종증은 NF1·NF2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전성희귀질환이지만, 희귀질환 중에서는 아주 흔한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로 잡힌 국내 환자 수는 6,000~7,000명이지만, 그 이상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계된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이범희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 - [월간 이.범.희] Ep.1 커피반점이 보이면 의심하라! 신경섬유종증'에서 "피부의 카페오레 스팟(커피색 반점)이 여러 개 있으면서 몸이 접히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같은 곳에 깨점 같은 것이 보이면 신경섬유종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경섬유종증은 크게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1형은 17번 염색체의 NF1 유전자의 결손에 의하며 전체 신경섬유종증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2형은 22번 염색체의 NF2 유전자의 결손으로 발생하며 굉장히 드물다. 

이 병은 부모 중 한 명이 이상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50%의 확률로 자식에게 유전되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이지만,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부모의 유전자와 상관 없이 발병하기도 한다. 

몸에 카페오레 반점과 겨드랑이·사타구니의 깨점(주근깨)이 대수랴 싶지만, 그렇지 않다. 신경섬유종은 얼굴·목 등 민감한 노출 부위의 피부를 비롯해 몸 안에도 생길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신경섬유종은 양성이지만 일부는 악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범희 교수는 "굉장히 다양한 종양이 생기는 게 이 병이 위험한 것"이라며 "대부분 양성인데 그 중의 일부가 악성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악성으로 바뀌면 생존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며 "악성이 생기면 5년 생존율이 50%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섬유종은 유전자 이상의 문제지만, 문제가 본격화되는 시기는 다양하다. 물론 두드러지게 다발하는 시기가 있다. 바로 사춘기 때다. 이 교수는 "피부에 섬유종이 생기는 것은 주로 사춘기 지나면서"라며 "피부만이 아니라 몸 안쪽의 신경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발과 다리에 생긴 신경섬유종증. 사진 출처=서울아산병원
발과 다리에 생긴 신경섬유종증. 사진 출처=서울아산병원

몸 안에서도 신경섬유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생길 수 있다. 이범희 교수는 "어떤 사람은 척수신경을 따라서 큰 섬유종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골반 안쪽 신경에 생기기도 한다"며 "어떤 사람은 뇌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섬유종증이 초래하는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뇌 속 '담배 연기 모양 혈관'이 특징인 뇌혈관희귀질환 '모야모야병'과 식도부터 직장까지 위장관벽의 점막 아래층이나 근육층에 돌연변이 탓에 발병하는 위장관기질종양(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 GIST) 지스트의 위험도 높다. 

이 교수는 "신경섬유종증 환자는 모야모야병이 일반인보다 3배 정도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고, 지스트 위험도 있다"며 "지스트에서 (신경섬유종증이) 발견돼 진료 의뢰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신경섬유종증 환자들은 심장판막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또 아이의 경우는 인지력,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력이 저하된 경우도 있으며 아주 심한 경우에는 자폐 증상도 보인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얼굴 등 눈에 보이는 곳에 큰 카페오레 반점이 생기면 신경섬유종증 환자의 자존감은 크게 떨어지고, 외부활동도 거부한다. 이 병의 또 다른 특징은 저신장과 대두증이다. 이런 다채로운 일이 나타나다보니 신경섬유종증 환자들은 피부과, 소아청소년과, 내과, 신경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 다양한 진료과를 간다. 

현재 신경섬유종증은 조기 발견을 통해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병이다. 이범희 교수는 "대대로 이 병을 물려받는 경우, 성인에서 악성 종양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꽤 많다"며 "그 분들은 아마 악성 종양이 생길 나이가 돼서 생겼다고 받아들이셨던 것 같지만 조기 발견해서 조기 치료하면 생존 등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섬유종증은 현재 치료제 '셀루메티닙'이 국내 허가된 상황이다. 이 교수는 "신경섬유종증 때 과도하게 항진되는 신호전달체계가 있는데, 그것을 억제하는 화합물"이라며 "그것을 쓰면 과도하게 항진된 신호전달체계를 어느 정도 정상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범희 교수는 "섬유종이 있는 환자에게 이 약을 먹였더니 섬유종의 크기가 점점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서 미국에서 허가가 났고, 우리나라도 식약처 허가가 났는데, 단 소아에게만 허가가 됐다"고 한계를 짚었다. 

셀루메티닙은 소아 신경섬유종증 환자 모두에게 허가된 상황도 아니다. 이 교수는 "총상신경섬유종이라고 해서 신경섬유종 중에서도 좀 심한 유형으로 진단된 소아 환자만 대상이 된다"며 "아직 급여가 안 됐는데, 그게 지금 심각하다"고 짚었다. 

셀루메티닙은 약값이 억단위로 드는 약이다. 이범희 교수는 "미국 기준으로 치면 성인의 경우 4억원 정도가 들고, 소아는 그것의 반 정도"라며 키와 몸무게 등을 반영한 체표면적이 투여 용량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셀루메티닙은 섬유종 크기를 줄이고, 카페오레 반점을 연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 이 교수는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키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 인지 평가도 하는데 인지 스코어도 좋아지고 생각보다 굉장히 다방면에 효과가 있는 약"이라고 말했다. 

이 약의 한계도 있다. 우선 억 단위의 약인데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범희 교수는 "약을 끊으면 다시 신경섬유종이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섬유종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악성 종양 문제도 이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악성 종양에는 효과가 부족하다"면서도 "신경섬유종증은 1~2년 내 살고 죽는 악성 종양의 치료와 조금 다르다. 장기적인 삶의 질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범희 교수는 "신경섬유종증 환자들은 몸 속 종양이 줄어든 것보다 피부톤이 밝아지고 커피반점이 줄어드는 것이 너무 좋은 것"이라며 암 이상으로 외모가 사회구성원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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