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美 존스홉킨스병원 레비스 교수‧서울대병원 신동엽 교수
FLT3 양성 AML, 표적항암제 등장 이후 치료 패러다임 변화 논의
예후가 좋지 않은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 환자 중 30%는 FLT3 유전자 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AML 환자들에 비해 재발 위험은 높은 반면, 전체생존기간(OS) 및 무질병생존기간(DFS) 등은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AML 치료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아스텔라스 조스파타(성분명 길테리티닙)와 같은 표적치료제가 허가되면서, FLT3 변이 재발 또는 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가 기존 고강도 항암화학요법 중심에서 표적 치료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
여기에 국내에서 지난해 3월부터 조스파타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급여는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환자에게 관해유도요법으로 2주에서 최대 4주기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들은 급여 대상에서 제외돼 아직까지 1차 항암화학요법 외 마땅한 치료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마크 제임스 레비스 종양학과 교수와 서울대병원 신동엽 혈액종양내과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AML 치료 환경과 국내 FLT3 변이 양성 AML 환자의 치료 전략 개선방안 등에 대해 살펴봤다.
- 미국에서 최근 AML 치료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크 제임스 레비스(이하 레비스): 미국의 경우, AML 모든 단계에서 다양한 표적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다. CD33, FLT3 등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약제들은 AML 환자 생존율에 명백한 이득을 보여주고 있다.
환자마다 다르지만 동종조혈모세포이식(HSCT)이 가능한 젊은 AML 환자의 경우, 고강도 관해 유도요법인 7+3 항암화학요법(시타라빈+다우노루비신)에 미도스타우린을 병용하는 방법을 시행한다. 또 CD33 표적 치료제인 겜투주맙 오조가마이신(이하 겜투주맙)을 병용하기도 한다. 이 치료법은 백혈구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이처럼 한 환자에게 CD33, FLT3 표적 치료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여부가 불확실한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는 아자시티딘+베네토클락스 병용요법을 먼저 시행하고, 그럼에도 FLT3 변이가 있고 백혈구 수치가 많이 상승했다면 CD33 표적 치료제를 함께 사용한다.
CD33 표적 치료제와 아자시티딘+베네토클락스 병용요법 치료 시 환자가 관해에 도달할 수 있는데, FLT3 변이로 인해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이 감지된다면 길테리티닙을 사용한다. 길테리티닙 역시 시타라빈과의 병용요법으로 사용되며, 환자의 반응에 따라 조혈모세포이식 진행 여부를 판단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이 치료법을 통해 조혈모세포이식 후 현재 90일이 지난 환자가 있다. 간혹 젊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7+3 항암화학요법과 미도스타우린 병용요법이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길테리티닙 투약 후에는 치료 효과가 나타나 조만간 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할 예정인 환자도 있다.
- 한국 AML 환자의 치료환경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나.
신동엽 교수(이하 신): 아니다. 한국의 경우 치료 옵션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3상 임상연구 디자인을 기반으로 허가되기 때문에 아직 미국처럼 다양한 치료요법을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수는 없다.
국내 허가 기준, 미도스타우린은 FLT3 변이 양성 신규 AML 환자에서 표준 시타라빈 및 다우노루비신 유도요법과 고용량 시타라빈 공고요법과의 병용 치료가 가능하고, 길테리티닙은 FLT3 양성 재발/불응성 환자에게 단독요법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 미국에서는 어떤 환자에게 길테리티닙을 처방하나.
레비스: 길테리티닙은 표준요법 진행 후에도 효과가 없을 때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젊은 환자들은 7+3 요법과 미도스타우린을 병용한 후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길테리티닙을 사용하며, 고령 환자는 아자시티딘+베네토클락스 병용요법이 효과가 없을때 길테리티닙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길테리티닙을 사용하는 가장 흔한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조혈모세포이식 후 유지 요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 길테리티닙의 유지 요법 관련 임상시험 결과도 궁금하다.
레비스: 조혈모세포식이 후 유지 요법은 AML 치료에서 굉장히 중요한 주제다. FLT3 변이 양성 환자들은 이식 후에도 재발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동안 진행된 소규모 연구에서 FLT3 표적 치료제가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확인됐으며, 최근 탑라인 결과가 발표된 길테리티닙 MORPHO 연구는 비록 1차 평가변수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연구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가능성이 열려 있어 앞으로 이 주제는 수년간 논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한 환자에서도 길테리티닙을 사용하고 있는데, 임상연구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결과가 유사한가.
레비스: 매우 비슷하다. 제 환자 중 길테리티닙 Pivotal 임상인 ADMIRAL 연구에 참여한 환자를 아직도 진료하고 있을 정도로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다. 길테리티닙은 고령 환자에서 고강도 항암화학요법 대비 부작용이 적고 효과도 훨씬 좋기 때문에 환자에게 '덜 어려운 약'이라고 할 수 있다. 길테리티닙은 환자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훨씬 더 좋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미국에서는 유지요법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인 반면, 한국에선 길테리티닙 대상 조차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들었다.
신: 앞서 미국에서의 사례처럼 길테리티닙은 FLT3 변이 양성 재발/불응성 환자에게 긍정적인 약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길테리티닙은 깜짝 놀랄 정도로 부작용이 적어 환자가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외래 진료를 다닐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부작용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지만, 여러 고강도 치료를 받았음에도 조절이 안 됐던 환자가 길테리티닙 단독 치료만으로 치료 성적이 개선된 사례가 다수 있어 그만큼 긍정적인 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환자에 한해 관해유도요법으로 2주에서 최대 4주기까지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는 고려해볼 수도 없다. 허가 임상인 ADMIRAL에서 조혈모세포이식 가능 여부에 상관없이 디자인됐음에도 길테리티닙 급여 기준이 제한적으로 설정됐다.
물론 재정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국내에서는 임상시험 환자군만큼도 치료할 수 없다. 앞서 도입된 미도스타우린도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 이 상황을 의료진도 이해할 수 없다. 이들 치료제 모두 AML에서 30여 년 만에 도입된, 치료 혜택이 분명한 표적 치료제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 길테리티닙 국내 급여 기준 중 대상자와 주기 제한 중 어떤 기준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신: 두 제한 모두 개선돼야 한다. 다만 이식이 가능한 환자 중에는 2주기 사용으로도 완전관해(CR)에 도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능한 환자들은 치료 옵션이 매우 적고, 실질적인 치료옵션이 항암화학요법밖에 없다. 이들 치료제의 경우 특정 유전자를 표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기에 대상자 기준을 확대하면 치료적 이득을 볼 수 있는 환자들이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또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환자에게 적용되는 최대 4주기까지 급여 적용도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조건인 약물 치료를 통해 CR 또는 부분적 혈액학적 회복을 동반한 완전관해(CRh)에 도달하는 시기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다. 환자에 따라 2주기 정도만 사용해도 완전관해에 도달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도 있어 이 역시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 최근 혈액암 치료 접근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신: 현재 암질환심의평가위원회 구성원 대부분이 고형암 전문의로 이루어져 있어 약제에 대해 논의할 때 아쉬운 부분이 많다. 혈액암 전문의가 보기엔 충분히 치료적 이득이 있다고 생각해도 암질심에서는 OS가 입증되지 않은 약제는 상정을 잘 안 해주거나, 입증됐다 하더라도 재정 문제가 뒤따라온다. 보험 급여가 제한되는 경우 의사의 선택만으로 환자에게 처방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는 AML을 진단받으면 고령 환자, 젊은 환자로 치료 옵션이 정해질 정도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 치료제가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겠지만, AML 진료를 보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답답한 심정이다.
- AML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 최전선에 있다. 향후 AML 치료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레비스: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맞춤 치료 시대가 올 것이다. AML은 하나의 질환으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변이 종류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한다. 현재도 환자가 갖고 있는 변이의 종류와 조합, 컨디션에 따라 2~3가지 치료제를 병용해서 사용하는 것처럼,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는 더 세밀해질 것이다. 미국은 그 단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 AML을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레비스: AML이라고 무조건 생명을 잃는 질환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신약과 치료법들이 지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가족, 지인들이 한목소리를 내 다양한 신약과 치료법이 한국에도 소개가 됐으면 한다. 10~20년 전만 해도 AML은 별다른 치료옵션이 없어 진단받으면 환자와 가족 모두를 좌절하게 만드는 질환이었지만, 치료 판도가 재편됐다. 전 세계적으로 AML 치료에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 예나 지금이나 AML은 위중한 질환이고 특히 고령 환자들에게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길테리티닙을 포함해 미도스타우린, 베네토클락스 등 단 몇 개의 새로운 치료제가 도입됐을 뿐인데 환자의 생존율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실제로 7년 전 진단 당시에는 몇 개월 못 살 거라고 했던 89세 환자가 현재까지도 사무실에 나가 현업에서 일을 할 정도로 일상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임상에서 나오는 평균 데이터는 말 그대로 평균일 뿐, 개인마다 치료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기가 꺾일 필요가 없다. 절대 희망을 잃지 말고 긍정적으로 치료에 임하길 당부드린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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