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골대사학회 부세인 회장, '골다공증 골절 위험 저평가 돼' 경고
"골다공증 치료 패러다임, 뼈의 구조 개선과 유지 순으로 이뤄져야"
전 세계적으로 3초마다 발생하고 있는 골다공증 골절. 50세 이상 여성 3명 중 1명, 남성 5명 중 1명은 일생 동안 최소 한 번 이상의 골절을 경험한다.
골다공증 골절은 재골절 발생 위험이 높고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 국내외 골다공증 전문가들은 골다공증 환자를 골절 위험에 따라 세분화하고 골절이 매우 임박한 환자군을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Very-High-Risk Group)'으로 분류해 맞춤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특히 골다공증 치료제 중 유일하게 골흡수 억제와 골형성 촉진이 동시에 가능한 이중작용 기전의 '이베니티(성분명 로모소주맙)'를 초고위험군의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20년 도입 이래 의료 현장에서 활발히 치료에 쓰이고 있다.
이에 지난 18~20일 열린 대한골대사학회 제11차 Seoul Symposium on Bone Health 및 제35차 춘계학술대회에 초정돼 방한한 미국골대사학회 메리 부세인(Mary L Bouxsein) 회장(하버드의대 정형외과 교수)을 만나 골다공증 골절 치료의 중요성과 이베니티의 역할, 향후 골다공증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전략 방향에 대해 들었다.
- 한국에서는 가이드라인 상으로 '골밀도(T-score) -3.0 미만'의 환자를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으로 설정하고, 이베니티와 같은 골형성 촉진제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은 초고위험군을 어떻게 정의하며, 이들에서 어떠한 치료들이 우선적으로 사용되고 있나.
미국, 유럽이 모두 유사할텐데 가이드라인 상으로 ▲골밀도 -3.0 미만인 환자 ▲다발성 골절 환자 ▲최근 24개월 내 골절(척추골절 또는 대퇴골절) 발생 환자 ▲이전에 골절 이력이 있고 골밀도가 -2.5 이하인 환자 ▲뼈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약제를 사용하는 동안 골절 발생한 환자 ▲골다공증 약물 치료 중 골절 발생 환자(치료 실패) 등이 골절 초고위험군 환자에 해당된다.
비록 임상 현장의 여건상 모든 환자가 가이드라인에 부합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초고위험군 환자에서는 '이베니티'와 같은 골형성 촉진제가 우선 권고되고 있다.
- 뼈의 '미세구조(microarchitecture)'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 중이라 들었다. '이베니티'는 뼈의 구조 개선 측면에서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궁금하다.
골흡수 억제제가 뼈 건강의 악화를 막는 기전이라면, 골형성 촉진제는 뼈 형성을 활성화해 골밀도가 건강한 범위에 가깝게 상승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뼈를 더 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베니티는 이 두 가지 작용을 모두하며 뼈의 미세구조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베니티로 치료 받은 환자의 뼈를 조직 검사한 결과 '골소주(trabecular bone)' 부분에서의 골밀도와 뼈의 구조가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CT과 같이 비침습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이베니티로 치료 받은 환자의 뼈의 강도가 전체적으로 향상된 것을 발견했다. 개선의 정도 측면에서 살펴보면 알렌드로네이트, 테리파라타이드 치료 환자보다 이베니티 치료 환자의 뼈 강도가 더 크게 개선됐으며, 주요 골절 부위 별로 봤을 때도 척추와 고관절 모두에서 이베니티 치료군의 뼈 강도가 다른 치료제들보다 더욱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향후 고령화가 점차 심화되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질병 부담도 더 커지고, 골다공증 골절 위험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베니티에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앞으로 골다공증 치료 환경에서 골형성 촉진제의 역할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초고위험군 환자에서 이베니티와 같은 골형성 촉진제가 1차적으로 권고되고 있는데, 아직 이 같은 치료 전략의 변화를 모르고 있는 임상의들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골다공증 치료 패러다임 자체가 일단 뼈의 구조를 먼저 튼튼하게 만들고, 그 다음 강화된 뼈의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접근 순서가 바뀌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뼈의 구조 개선과 골절 위험 감소에 있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치료제가 바로 이베니티이기 때문에, 향후에는 그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국가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의 보험급여 기준상 지속적인 골다공증 치료는 어려운 환경이다.
한국의 급여 기준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닌지라 의견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염려되는 부분은 일부 치료제가 골절 초고위험군 환자에게만 쓰이도록 제한이 돼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골다공증 골절 초고위험군에 이르기 전 단계의 환자에게서 골다공증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즉, 초고위험군이 아닌 환자에서도 효과적인 약물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가 더 필요할 것 같다.
덧붙이면, 전 세계 많은 정부 기관들이 골절의 위험을 저평가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도 개선돼야 한다. 실제 골다공증 골절의 위험성은 대단히 심각하다. 일단 골다공증 골절을 경험하면, 환자는 매우 중대한 고통을 겪게 된다.
고관절 골절 환자의 경우 1년 이내에 20~24%가 사망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했던 사람들의 40~60%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골다공증 골절은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그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주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뼈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뼈 건강은 심혈관계 질환이나 당뇨병 못지 않게 위중한데, 일례로 심장마비(Heart attack) 환자는 한 번 심장마비를 겪고 나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약을 평생 복용한다.
골절도 마찬가지로 'Bone attack'으로 표현하고 싶다. 즉, 'Bone attack'을 최소 한 번 겪은 환자는 심장마비처럼 평생 약물치료를 통해 다시 뼈가 골절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 최근 미국골대사학회가 미국국립보건원재단과 함께 진행한 FINH-ASBMR SABRE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임상연구 평가지표로서의 골밀도와 골절 위험 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고 들었는데, 연구를 진행하게 된 취지와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궁금하다.
FINH-ASBMR SABRE 연구는 2013년에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다. 현재 골다공증 치료제를 승인 받기 위해서는 임상적 평가지표(Clinical Endpoint)가 반드시 '골절'이어야 한다.
하지만 골절을 평가지표로 설정해 효능을 밝히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며, 이는 골다공증 신약 개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 2017년 이베니티 이후 골다공증 치료 신약이 승인된 사례가 없다.
FINH-ASBMR SABRE 연구는 골밀도를 골절에 대한 대리지표로 삼아 기존 골다공증 관련 무작위 임상연구에 참여한 개인 환자 약 15만명의 골밀도와 골절 평가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골밀도가 증가하면 골절 위험이 감소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이 연구를 토대로 향후 골절이 아니라 골밀도 증가 효과를 밝혀냄으로써 신약이 승인될 수 있는 새로운 경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를 지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반응도 긍정적이고, 관련한 규제 개선 논의도 올해 안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