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 …망가진 간에 새생명을 불어넣는 고난도 수술
간 손상이 급격하게 진행돼 간을 이식받지 않으면 수일~수주 내 사망에 이른다. 급성간부전이 발생하고 의식 저하를 가져오는 간성뇌증과 신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간신 증후군, 식도나 위에서 출혈‧복수 등 합병증도 함께 나타난다.
이때 망가진 간에 새로운 생명을 넣어주는 ‘간 이식’이 절실해진다. 간 이식은 만성간질환에 치료를 받아도 간부전이 호전되지 않거나 합병증으로 관리할 수 없을 때 시행한다. 만성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증, 장기간 알코올 섭취, 자가면역성 간염은 만성 간질환을 일으키는 대표 간 질환으로 손에 꼽힌다. 이 가운데 만성 B형 간염과 음주는 간을 망가뜨리는 대표 위험 요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는 “만성 간질환자 가운데 간 기능이 많이 떨어진 환자에서 간암이 조기에 발견된 경우에는 간 이식을 받는 등 전체 간 이식 환자의 40%가 간암을 동반하고 있다”며 “간암은 간 외 전이가 없고, 초기 간암일 때 수술해야 간암 재발률이 낮은 만큼 이식 수술이 가능하면 서둘러 간이식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사자 ‘전체 간 이식’이거나, 공여자 ‘부분 간 이식’
간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받을 간이 있어야 한다. 간 이식에는 뇌사자 전체 간이식과 생체 부분 간이식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 가운데 ‘뇌사자 전체 간이식’은 기증자가 뇌사자인 경우로 간 전부를 적출해 이식한다. 이때는 응급도에 따라 순위가 정해진다. 이에 비해 ‘생체 부분 간이식’은 기증자가 건강한 공여자인 경우로 공여자 간 일부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간 이식 공여자는 수혈이 가능한 동일 혈액형이면 가능하다. 생체 부분 간 이식은 혈액형이 불일치해도 ‘면역억제치료법’으로 이식할 수 있다. 공여자에게 간염 바이러스가 없고, 간 기능이 정상적이어야 한다. 심한 지방간은 공여할 수 없다. 공여자 나이는 55세 이하가 좋다. 건강 상태나 간 기능에 따라 65세까지도 할 수 있다.
간 이식 후 합병증 주의하면서 적극 관리해야
간이식 수술은 많은 혈관을 잇는 고난도 수술이다. 간 이식 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새로운 간이 기능을 잘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혈액 응고 인자를 생성하지 못해 생기는 복강 내 출혈 ▲담도 문합 부위에 담즙이 새거나 담관이 좁아진 경우 ▲간이식 수술 후 혈관 개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다.
또 ▲이식된 간을 이물질로 생각하고 파괴하는 면역반응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한 면역억제제의 사용기간이 길어지면 감염 위험성이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히 없어지거나, 추가 치료 또는 새로운 간으로 다시 이식받아야 할 수 있다.
3년 생존율 80% 이상…세계 최고 국내 간 이식 수준
간 이식은 1994년 이후 다른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받는 생체 간 이식이 가능해지면서 점차 늘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뇌사 기증자보다 간이 건강한 생체 기증자를 통한 간 이식이 더 활발하다.
간 이식에서 기증하는 사람은 본래 건강한 사람이기에 기증자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반된 만성 간 질환이 없는 60세 이하 환자로 기증 후에 남은 간의 용적이 30% 이상, 지방간 정도가 30% 미만인 사람으로 한다.
이러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는 기증자를 고른다. 외국의 경우 사망률이 1,000명에 2~5명 정도로 보지만 우리나라의 이식 수술에 기증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이보다 드물게 발생한다. 최근 수술 발달과 수술 전후 관리, 면역억제제 발전으로 3개월 생존율은 90% 이상이며, 3년 생존율도 8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이승환 교수는 “수술에 성공하면 단순히 몇 년 더 사는 정도가 아니라 평생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간 이식 성적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며 “최근 경험이 늘어나면서 간 이식 대상 환자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이전에 꺼렸던 60세 이상 환자 수술도 성공률이 높아져 간 이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