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필락시스’ 발생하면 사망 위험…알레르기 물질 ‘회피’해야
최근 소방청은 벌 쏘임 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 매년 8월부터 추석 벌초 시기 사이 벌 쏘임 사고가 집중 발생하고 있어 소방당국이 주의를 당부하고 나선 것이다.
벌 독 자체는 치사율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벌 독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과민성 반응으로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 작게는 음식을 먹고 나타나는 간지러움 증상부터 ‘아나팔락시스’는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항체와 결합하며 증상 발생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에 대해 몸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몸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알레르겐)이 들어오면 ‘IgE’라는 항체를 만든다. 면역 반응을 일으켰던 물질이 다시 몸속에 들어오면 염증 세포 표면에 붙어 있던 IgE와 결합하면서 수 분 안에 다양한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화학물질의 영향으로 급성 호흡곤란과 혈압 감소, 의식소실 등 쇼크 증세와 같은 심한 전신반응이 일어난다. 반응은 매우 짧은 시간에도 일어날 수 있고, 아주 소량 알레르겐에 다시 노출되더라도 수 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벌 독부터 음식‧운동‧약물 등 원인 수만 가지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흔히 밀가루와 메밀‧땅콩‧새우‧가재와 같은 갑각류 음식이 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모든 음식물이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치료를 위한 약물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벌‧개미 등 곤충에게 물릴 때, 심지어 운동으로도 아나필락시스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특정 음식을 먹은 뒤 운동하면 반응이 나타나는 ‘음식물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도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의 수는 많다. 정확한 검사를 통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가려움‧발진부터 호흡곤란‧저혈압, 기도 질식 등 발생
가볍게는 얼굴에 따끔거리는 느낌과 피부 또는 점막에 두드러기나 가려운 느낌만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심하면 기관지 근육에 경련과 수축을 일으켜 호흡 곤란과 기관지가 좁아져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호흡음인 천명과 저산소증‧코막힘‧콧물 등이 나타난다.
증상이 더 심하면 혈압 감소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생긴다. 정신을 잃거나 자신도 모르게 대소변을 보기도 한다. 특히 목젖을 중심으로 후두 부위에 심한 혈관 부종이 생기면 기도가 막혀 질식할 수 있다.
쇼크 왔는데 치료 늦어지면 의식 잃거나 사망까지
아나필락시스가 무서운 이유는 대개 30분 이내 급성으로 증상이 발생, 심하면 사망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일본 신인 아이돌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반응이 나타난 즉시 치료하면 별다른 문제 없이 대부분 회복한다. 하지만, 늦어지면 의식을 잃거나 사망하는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다.
병력 청취와 혈액 검사, 경구유발검사로 확인 가능
알레르기 확인은 언제 반응이 나타나는지 발생 상황을 파악하는 병력 청취와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대표적으로 소량 항원을 피부에 떨어뜨려 반응을 확인하는 피부반응검사가 있다. 또 혈액에서 특이 lgE를 확인하는 MAST와 ImmunoCAP 검사가 있다.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발검사를 조심스럽게 시행한다. 약물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경우 의심 약물을 먹어서 확인해보는 경구유발검사를 진행한다. 유발검사는 아나필락시스 쇼크 반응이 올 수 있어 반드시 처치할 수 있는 의사와 함께 검사 도중 몸 상태를 체크하고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회피’…어려우면 에피네프린 챙겨야
아나필락시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알레르기 물질을 멀리하는 것이다. 꽃가루알레르기가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벌 독 알레르기가 있으면, 외출할 때 향수‧화장품 사용을 자제하고 밝은 색상이나 긴소매 옷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 된다. 벌초 등 벌을 만날 가능성이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에피네프린 주사를 처방받아 소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벌이나 꽃가루를 피하기 위해 야외 활동을 안 할 수 없다. 원인 알레르겐을 무조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때는 면역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알레르겐을 몸에 반복 노출해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면역치료는 꽃가루‧곰팡이 등 원인 알레르겐에 노출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한다. 눈‧코뿐만 아니라 전신 증상이 심하거나 기관지 증상까지 있으면 알레르기 증상의 근본 치료로 면역치료를 추천하고 있다.
면역치료는 팔에 주사를 맞는 ‘피하 면역치료’와 혀 밑에 약물을 녹여서 복용하는 ‘설하 면역치료’로 구분한다. 설하 면역치료는 주로 집먼지진드기가 원인인 통년성 알레르기 환자, 피하 면역치료는 계절성 알레르기일 때 사용한다.
피하 면역치료는 원인 알레르겐을 단독 또는 혼합해 피하 주사로 주사한다. 초기 단계는 적절하게 희석된 알레르겐을 매주 1회씩 피하 주사하고, 주사 용량을 2배씩 증가해 최고 농도의 알레르겐 용량(유지 용량)까지 올린다. 유지단계는 유지 용량을 한 달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주사해 치료 효과를 얻는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안진 교수는 “면역치료는 대체로 3~5년간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치료 기간이 다소 길지만, 치료 후 알레르기 증상이 없는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