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주성우 교수가 말하는 '전기경련치료'

우울증에 걸린 뇌를 수면마취 하에 1초 남짓의 전기 자극으로 재부팅하는 치료인 전기경련치료(Electroconvulsive Therapy, ECT)는 오해가 아주 깊은 치료 영역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치료되지 않는 우울증으로 고생하거나 조절하기 어려운 심한 자살 충동이 있는 경우에는 전기경련치료의 이점이 분명 크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주성우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에서 "ECT는 아주 역사가 깊은, 생각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며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교란돼있는 우울증 환자에게 아주 짧은 시간 전기자극을 줘 신경전달물질의 흐름을 다시 정상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우울증에 걸린 뇌를 수면마취 하에 1초 남짓의 전기 자극으로 재부팅하는 치료인 전기경련치료(ECT)는 오해가 아주 깊은 치료 영역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치료되지 않는 우울증으로 고생하거나 조절하기 어려운 심한 자살 충동이 있는 경우에는 전기경련치료의 이점이 크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우울증에 걸린 뇌를 수면마취 하에 1초 남짓의 전기 자극으로 재부팅하는 치료인 전기경련치료(ECT)는 오해가 아주 깊은 치료 영역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치료되지 않는 우울증으로 고생하거나 조절하기 어려운 심한 자살 충동이 있는 경우에는 전기경련치료의 이점이 크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경련 뒤 우울증 호전돼 치료법으로 정립…자살 충동 조절에 효과적 

전기경련치료는 어떻게 시도하게 됐을까? 주성우 교수는 "이 치료는 우연한 기회로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우울증과 뇌전증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가 몇 차례 경련 이후 우울증이 호전되는 것을 보고, 전기자극을 줘 인위적으로 경련을 유도하는 이 치료법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영화에 나온 전기경련치료 모습을 떠올리며 이 치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주 교수는 "예전에는 마취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이 치료가 아주 고통스럽게 온몸을 뒤틀듯이 힘들어하는 모습들로 묘사가 됐는데, 지금은 마취 기술도 발달했고 의학도 전반적으로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환자들은 안전하게 마취 하에 아주 짧은 1초 남짓의 전기 자극으로 치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치료 중 뇌에 전달되는 전기 자극은 아주 약한 수준이고, 청소년도 받을 수 있는 치료다. 주성우 교수는 "전기경련치료는 아주 역사가 오래된 치료법으로 효과도 오랜 기간 증명되었고 그동안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많은 발전도 있었다"며 현대의학에서 검증된 치료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 교수는 "청소년 우울증의 경우, 자해나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경우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경우 ECT가 효과적일 수 있다"며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게 혹여나 뇌 발달에 영향을 주거나 다른 이상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ECT를 받는다고 해서 발달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치료에도 효과가 없고 아이가 안 좋은 생각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면 ECT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검증된 치료법이지만 전기경련치료를 모든 우울증 환자에게 다 권하지도 않는다. 주성우 교수는 "의료진이 모든 우울증 환자에게 다 ECT를 권하지는 않는다"며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물들이 다양하게 개발돼 있기 때문에, 먼저 약물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평가해 ECT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 혹은 빨리 자해나 자살 충동을 억제해야 할 때, 약물이나 다른 치료에서 효과가 없었을 때 ECT를 고려한다"며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런 상황 혹은 이런 증상이면 'ECT가 효과가 있겠다' 했을 때 권한다. 환자의 상태나 과거 치료병력, 의료진의 경험 등이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고 덧붙였다. 

15분간 수면마취…근이완제 투여하며 1~2초 전기 흘려보내 치료

전기경련치료는 병원 외래치료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입원치료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치료 전 점검해야 할 것들이 있다. 주성우 교수는 "먼저 환자의 뇌에 뇌혈관기형 같은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한다"며 "ECT를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특수치료 협의체의 동의를 받아 치료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기경련치료는 단 한 번의 치료로 끝나지는 않는다. 주 교수는 "보통 6~10회를 한 싸이클로 보는데, 일주일에 2~3번 정도의 치료를 받게 된다"며 "한 번 치료에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인데, 사실 실제 전기 자극을 머리에 주는 시간은 1초 남짓으로 아주 짧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전기를 주기 전에 전담 마취과 전문의가 수면 마취를 하고 소량의 근이완제를 투여한다. 그 뒤 헤어밴드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1~2초 정도 전기를 흘려 보낸다.

주성우 교수는 "근이완제를 투여하게 되면 전기자극으로 인해서 신체에 경련이 일어나더라도 영화처럼 온몸을 바들바들 고통스럽게 떠는 게 아니라 발만 까딱까닥 움직이게 된다"며 "실제로 환자는 수면 마취 중이기 때문에 전혀 고통스럽지 않고, 의료진들은 뇌파의 변화 등을 통해 치료가 잘 이뤄졌는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일부 환자는 수면마취나 근이완제 투여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안전하다.

주 교수는 "위내시경을 할 때보다 더 약한 강도로 아주 가벼운 마취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전담 마취과 전문의가 있고 근이완제도 환자 상태에 맞춰 가급적 소량을 사용하는 것이니 이로 인한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모든 치료가 그러하듯 전기경련치료의 효과도 사람마다 다르다. 주성우 교수는 "어떤 분은 한두번만으로도 효과를 경험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10회가 지나고 나서야 증상이 좋아지는 걸 경험하기도 한다"며 "최종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있다면 언제 나타나는지를 치료 시작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략 3회 정도가 지났을 때 대략의 최종적인 치료 결과를 예측해 설명한다"며 "한 싸이클인 6회 또는 10회가 끝난 뒤 치료 효과를 평가해서 치료를 더 할지 아니면 중단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단기 기억력 저하 나타나기도…대부분 한 달 내 회복

전기경련치료에 전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기경련치료 부작용 관련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단기 기억력 저하'다. 

조 교수는 "전기자극을 주는 위치를 정할 때, 가장 효과가 높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부위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 부위에 전기를 흘려 보낼 수 있도록 전극을 부착하게 되는데, 전극을 부착하는 위치가 소위 말하는 기억력, 집중력과 같은 ‘인지기능’과도 관계가 있다"며 "치료 후 단기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게 되지만 대부분 한 달 안에, 보다 길게 지속되는 경우 세 달 안에는 회복된다"고 말했다.

15분 정도의 수면마취 뒤 바로 깨어나는 치료이지만, 깨어나서 두통이나 약간의 메슥거림이 있을 수도 있다. 턱관절에 통증이 오기도 한다. 주성우 교수는 "전기자극이 들어가면서 턱근육이 수축돼 턱관절 통증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해드린다"고 설명했다.

전기경련치료의 단점도 있다. 바로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한 번 치료를 받고 영원히 우울증이 좋아진 상태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치료 효과가 점점 감소해서 어느 순간 다시 안 좋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며 "치료 후에 지속적으로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 효과가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ECT를 다시 고려해볼 수도 있다. 주성우 교수는 "이런 경우 처음 시행하는 것처럼 꼭 많은 횟수의 치료를 받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두번 정도만 시행해 치료 효과를 유지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주 교수는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얘기도 있듯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오기도 하고 또 금방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경우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 다른 치료법을 생각도 못하거나 설령 얘기를 듣더라도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며 "전기경련치료는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인정 받아온 치료이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에서도 인정하는 치료법"이라며 편견 때문에 거리감을 두지 않기를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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