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국민 담화 통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 입장 밝혀
“점진적 증원 가능했으면 지난 정부 왜 못했나” 반문
"2000년 의약분업 때 정원 감축, 의사 부족 사태 초래"
"역대 정부 모두 의료계에 져 ‘의사 직역 카르텔’ 공고"
"불법 집단행동 원칙으로 대응"…화물연대 파업도 언급
암,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 환자들이 의정갈등 장기화로 의료 파탄을 경고하며 대화를 촉구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의대증원‧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의과대학 정원 연 2,000명 증원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점진적 증원은 없다”며 사실상 의료계와 합의 가능성을 일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대 정원 증원과 의료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는 것과 관련 의대 정원 증원 연 2,000명 증원에 대한 변화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 내용은 지금까지 정부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라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은 50일 가까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불법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오로지 하나, 의사 증원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정부 의료개혁은 의사들의 소득을 떨어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 지역의료와 수도권의료 간 소득 격차는 줄어들 수 있어도 전체적인 의사들의 소득은 지금보다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를 소득 감소 때문이라고 해석한 것인데, 이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예상된다.
의대 2,000명 증원은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이고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는 기존 정부 입장은 그대로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부터 2,000명씩 늘려도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고 지역의료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근거로는 ▲의료현안협의체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등을 통한 논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과 16일에 걸쳐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병원협회 등 6개 단체에 공문을 보내 적정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고 1월 17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의협에 공식 요청했지만 의협은 의견을 제출하지 않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 했다. 대전협도 아무런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어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며 “지금보다 500명에서 1,000명 줄여야 한다고 으름장도 놓는다. 증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논리와 근거도 없이 힘으로 부딪혀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것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점진적 증원에 대해서도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점진적 증원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 애초에 점진적 증원이 가능했으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인가”라며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마지막에는 초반보다 훨씬 큰 규모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갈등을 매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의 요구에 굴복‘해 2006년까지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51명 감축한 것이 현 의사부족 사태의 원인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의해집단의 위협에 굴복해 증원은 고사하고 351명 정원 감축에 찬성한 것이 결국 지금의 심각한 의사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며 “27년 동안 반복된 실수를 또다시 되풀이할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의 요구에 굴복해 2006년까지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351명이나 감축했다. 감축된 정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7,000여명의 의사를 배출하지 못했고 2035년에는 그 규모가 1만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들이 (의사 증원과 관련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러한 실패를 반복할 수 없다. 독점적 권한을 무기로 의무를 팽개친 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복귀하지 않은 8,800명의 전공의 대부분이 고의적으로 사전통지를 받지 않고 수령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 경우 3회까지 재발송해야 하고 그래도 송달을 거부하면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대부분 전공의들에게 2차 사전통지가 발송된 상태며 모든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 대응을 지난 2022년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와 건설현장 건폭 대응에 빗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 당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며 타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총 932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며 “선량한 화물차 기사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했고 결국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건설 현장 건폭에 대응할 때도 노조 단체와 지지세력들은 정권 퇴진과 탄핵을 외치며 저항했다. 만약 그때 물러섰다면 건물과 산업시설 건설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지면서 경제와 일자리에 악영향을 끼쳐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갔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집단행동을 하겠다면 증원을 반대하면서 할 게 아니라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하라”며 “전공의 여러분, 이제 그만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돌아와 주길 바란다. 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상 책무를 지고 있는 대통령이다. 국민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 제게 주어진 책무를 확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개혁이라는 과업에서 의사 증원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고 더 많은 충분조건이 보태지면서 완성될 것”이라며 “정책 추진과 성공 동력은 결국 국민의 성원과 지지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수 있도록 국민의 성원과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