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간염퇴치연합 워드 박사 "정부 결단 필요한 시점"
"C형간염 퇴치를 위해서는 각 국가가 좀 더 폭넓은 대상에게 C형간염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르완다와 같은 저소득 국가에서도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국가검진에 C형간염 검사를 포함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 그 논의를 마치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간염퇴치연합(CGHE) 이사인 존 워드(John Ward) 박사는 최근 기자와 가진 온라인 인터뷰에서 한국의 C형간염 퇴치 전략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존 워드 박사는 지난 3월 말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간학회 연례학술대회(APASL 2024)에서 간염퇴치위원회 세션의 좌장을 맡아 아시아에서의 C형간염 퇴치 현황을 두루 살펴본 바 있다.
작년 APASL 2023 이후 1년 만에 다시 만난 존 워드 박사는 지난 1년 새 한국이 C형간염 퇴치에 있어 미약하게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워드 박사는 "C형간염 퇴치를 위해서는 현 상황에 맞는 적절한 국가 전략을 우선적으로 수립하는 게 필요한데, 한국의 경우 최근 이 같은 국가 전략을 개발했다고 들었다"며 "이 자체도 무척이나 긍정적인 변화인 만큼, 이제는 빠르게 국가 전략을 완성해 실행 가능하도록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전주기(예방-진단-치료) 간염 관리체계 구축을 기본 방향으로 한 '제1차 바이러스 간염(B형∙C형) 관리 기본 계획(2023~2027)'을 수립해 발표한 바 있다.
기본 계획에는 능동적 간염 환자 발견∙관리를 위한 세부 전략으로 "2021-2022년 정책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건강검진위원회 평가를 재시도해,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추진한다(2023년 하반기)"고 명시돼 있다.
이후 질병청은 이 기본 계획대로 작년 하반기 복지부에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안)을 제출했지만, 당초 9월로 예정된 국가건강검진위원회 전문분과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국정감사 등 일정으로 회의가 기약 없이 미뤄진 후 지금까지 전문분과위원회 검토는 깜깜무소식.
가까스로 상반기 중에 전문분과위원회 검토를 마치고 국가건강검진위원회에 올라 해당 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당초 계획한 2025년 C형간염 검사의 국가검진 시행은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워드 박사는 국가 전략에서 광범위한 대상의 C형간염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드 박사는 "국가 계획 수립 후 구체적인 실행 전략으로 좀 더 폭넓은 대상에서 C형간염 검사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있는 르완다 같은 저소득 국가와 이집트와 같은 중소득 국가, 미국과 같은 고소득 국가 모두 현재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래야만 국민 가운데 숨어있는 C형간염 환자들을 다 찾아내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C형간염은 상당히 오랫동안 아무런 증상 없이 조용히 숨어서 계속 간을 망가뜨리는 질환으로, 환자가 증상을 자각할 때쯤엔 너무 늦은 상황"이라며 "때문에 최대한 광범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해 환자들을 찾아내고 그 즉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에게도 C형간염을 알리고 그 폐해를 이해시켜 조기에 치료 받도록 촉진시키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워드 박사는 "1년 전에도 말했지만 한국은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고, 치료 인프라나 치료제의 구비 등 C형간염 퇴치를 위한 모든 역량을 갖춘 국가다. 언제든 시작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그 무엇보다도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현재 2030년 C형간염 퇴치 달성을 위한 매우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대만, 호주 등 아시아 내에서도 이미 C형간염 퇴치 관련 목표를 거의 달성하거나 진도가 상당히 진전된 국가들이 많은 상황인데,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리더인 한국이 여기서 뒤떨어지면 되겠나" 반문하며 "지금이야말로 한국 정부가 C형간염 퇴치를 위한 결정을 내릴 중요한 시기"라고 당부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